상속세 11조~13조원 전망, 지분은 이재용 지배력 높이는 방안으로 정리 관측
삼성 일가가 최근 이건희 회장의 주식과 미술품과 부동산 등 유산 배분과 상속세 납부 방식에 대한 조율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유족을 대신해 다음주 초 삼성 일가의 유산 상속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고 이건희 회장. 사진=연합뉴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일가는 최근 이건희 회장의 주식과 미술품과 부동산 등 유산 배분과 상속세 납부 방식에 대한 조율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유족을 대신해 다음주 초 삼성 일가의 유산 상속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유족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주식 지분만 11조 366억 원이다. 미술품·부동산·현금 등을 포함하면 총 납부세액은 12조∼1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감정가만 2조 5천 억∼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총 1만 3000점의 ‘이건희 컬렉션’의 일부는 기증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증 규모는 1조∼2조 원 가량으로,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는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유명 미술 작가의 작품은 지방 미술관과 기증 절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한 세부 계획을 함께 공개할 방침이다.
재계에선 이번 발표에 삼성 일가의 사회 환원 계획도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이후 이건희 회장이 사재 출연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 현금 또는 주식 기부, 재단설립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하다 실행이 지연됐고,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이 금액은 1조 원 가량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 일가가 이번 기회에 이건희 회장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고인의 생전 약속을 지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소유한 삼성 주식에 대한 배분 방안도 다음주 공개된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4.18%와 삼성전자 우선주 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은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 주주지만, 삼성생명(0.06%)과 삼성전자(0.7%)의 보유 지분은 미미하다. 법정 비율로 상속받으면 홍라희 여사에게 4.5분의 1.5(33.33%)의 가장 많은 지분이 돌아간다. 다만 이보다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지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해 증권가는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가진 삼성 주식이 미미해 계열분리가 쉽지 않고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그룹 전체를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 만큼 구조를 바꾸는데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20%를 보유해야 하는데 수십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삼성 일가가 상속세 조달을 위해 그룹 지배구조의 하단에 있는 삼성SDS 지분을 일부 처분할 수 있지만 가능성이 작고, 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