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6년 만에 야구장 나들이…정용진 부회장 “내 도발 때문에 야구장 왔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경기. 롯데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년 만에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7일 서울 잠실구장을 찾아 롯데 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를 관람했다. 신 회장이 롯데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것은 2015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신 회장은 7회 말까지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롯데자이언츠는 LG트윈스에 4-0으로 패했다.
오랫동안 발길을 끊었던 신동빈 회장의 야구장 등장은 신세계그룹의 SSG랜더스(전 SK와이번스) 인수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7일 늦은 밤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개설된 ‘동빈이형 가만 안도…’라는 제목의 방에 들어와 자신의 도발 때문에 신 회장이 야구장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클럽하우스를 통해 “롯데가 본업(유통)과 야구단을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본업과 연결할 것이다. 게임에선 우리가 질 수 있어도 마케팅에서만큼은 반드시 이기겠다. 롯데가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공격해 왔다.
이날도 정 부회장은 신 회장을 ‘동빈이 형’이라고 부르며 “동빈이 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었다”며 “내가 도발하니까 (동빈이 형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 회장이 중간에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을 두고 “야구를 좋아하면 나가지 않는다”며 신 회장이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다만 이 같은 발언들이 롯데와 관계 때문이 아니라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롯데랑 사이가 안 좋거나 그런 건 아니다. 이런 라이벌 구도를 통해 야구판이 더 커지길 원한다”며 “내가 도발하자 롯데가 불쾌한 것 같은데, 그렇게 불쾌할 때 더 좋은 정책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이라도 동빈이 형이 연락해서 ‘너 그만하라’고 얘기하면 그만하겠다. 하지만 아직 전화가 안 왔다”고 덧붙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27일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내가 도발해서 동빈이 형이 야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부회장의 도발과 신동빈 회장의 야구장 등판은 프로야구 팬뿐 아니라 유통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랜더스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롯데그룹도 신 회장이 직접 나서며 자이언츠 마케팅으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올해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이마트 SSG닷컴 등을 통해 ‘랜더스데이’를 진행했다. 또 신세계 TV쇼핑 등이 랜더스 행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이마트가 SSG랜더스 골프공을 제작해 경품으로 활용하는 등 계열사 전반에서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롯데 역시 최근 롯데마트가 자이언츠 제품을 기획해 내놓은 데 이어 롯데온도 시구 기회를 상품으로 제공하는 등 응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물산도 롯데월드타워에서 자이언츠 응원 영상을 제작했고 롯데홈쇼핑은 야구단 관련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클럽하우스에서 롯데 외에 라이벌로 생각하는 구단이 있느냐는 질문엔 키움 히어로즈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인수 거절 때문이었다. 정 부회장은 “과거 키움 히어로즈가 넥센 히어로즈일 때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었는데, (히어로즈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안 팔았다”고 비속어를 섞어가며 말했다.
그는 “(히어로즈가) 우리(SSG)에 졌을 때 XXX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인) 허민과는 친하지만 키움은 발라버리고 싶다”고 했다. ‘바른다’는 농락하듯 이긴다는 뜻의 속어다. SSG는 지난 4월 23∼25일 키움과 원정 3연전에서 2승 1패로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