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 기업들 미래 먹거리·교통 혼잡 대안 부상…현대차·한화·한진, 인력 수혈·협업·사업부 구축 등 투자 활발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등장 코앞인 미래 모빌리티 ‘UAM’
UAM 상용화를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UAM은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 가능한 소형 항공기를 활용한 새로운 교통 서비스다.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이자 도시 교통 혼잡을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UAM은 기체·부품 제작, 운항·관제, 인프라, 서비스·보험 등 종합적인 성격의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토교통부는 2040년까지 UAM 시장규모를 국내(13조 원)를 포함해 전 세계 7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한국교통연구원은 개인용 비행체(PAV)를 도입하면 교통혼잡 비용이 연간 1183억 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9일 기준 도심항공교통 민관 협의체 ‘UAM 팀 코리아’는 전체 회의 1회, 실무위원회 4회를 열고 UAM 연구·개발 과제 선정과 필요 법령 제정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팀 코리아에는 현대차, 한화시스템, 대한항공, SK텔레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 민간기업과 항공우주연구원, 항공안전기술원과 지방자치단체, 학계 등이 참여했다.
팀 코리아에 따르면 2025년 상용화부터 2035년 대중화까지 계획에 맞춰 기술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2035년에는 배터리 용량 증대, 효율적인 교통 관리 기술 등을 통해 운임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국적으로 50여 곳의 버티포트(UAM 공항)가 구축되고 200여 개 노선이 운항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4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UAM을 포함한 신사업에 5년간 2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UAM △위성·우주 발사체 △유무인 복합체계 △항공방산전자 △시뮬레이션과 소프트웨어(SW) 등의 5대 분야가 핵심 신사업이다. 특히 UAM 시장 진출을 위해 5년간 전기추진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과 협력사업을 진행한다. 2029년까지 전기추진 수직이착륙 비행체(eVTOL) 모델과 전기항공기 실증기를 개발해 사업화할 계획이다.
안현호 KAI 사장은 “수직이착륙, 자율이착륙 등 UAM 관련 핵심역량을 이미 보유했다. 다만 다양한 UAM이 등장할 때 누가 표준을 장악하는지가 중요하다. KAI가 비행체를 잘 만들 수는 있지만,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브랜드인가에 대해선 고민이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밝힐 수는 없으나 기업과 협력 연구 계획도 있다. 어떤 컨소시엄과 협력해서 경쟁할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화그룹 빌딩. 사진=박정훈 기자
#UAM 선두주자는 어느 곳이 될까
국내 기업 중 UAM 사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현대차그룹·한화그룹·한진그룹 등이다. 특히 각 그룹의 3세 경영인이 UAM 진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패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인력 수혈과 동시에 PAV 매출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UAM 사업 가속화를 위해 신재원 사업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한화시스템의 UAM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되기도 했다. 한화시스템의 최대주주는 지분 48.99%를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특히 한화시스템의 2대 주주는 한화그룹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다. 대한항공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의지에 따라 UAM TF를 구성했다는 전언이다.
기업별로 투자와 그에 따른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2019년 UAM 사업부를 신설했다. 오는 2026년 화물용 무인항공시스템을 선보이고 2028년에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과 미국에서 여객용·물류용 기체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UAM 사업을 전담할 현지법인 출범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UAM 제품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을 모두 설계하고 생산할 계획이다. PAV도 기존의 완성차처럼 제조할 계획인 셈이다. 이에 UAM 사업을 빠르게 정착시키고자 동맹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항공전자, 자율운행, 수직이착륙 등의 항공 설계·제조 기술을 보유한 방위산업체 KAI·LIG넥스원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모빌리티 기업 어번에어포트와 함께 플라잉카 전용 공항 ‘에어원’ 건설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KT(통신), 현대건설(인프라), 인천국제공항공사(인프라), 항공안전기술원(연구개발), 한국항공대(연구개발) 등과 손을 잡았다.
전문 인력도 외부에서 수혈해오고 있다. 신재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전 항공연구총괄본부장을 UAM 사업부장으로, 항공우주산업 스타트업 회사 ‘오프너’ 최고경영자(CEO) 출신 벤 다이어친을 UAM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에어택시’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한화시스템은 지난 1월 2500만 달러(약 283억 원)에 미국 PAV 기업 오버에어 지분 30%를 인수하고 함께 UAM 기체 ‘버터플라이’를 개발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에서 에어택시의 핵심인 전기추진 시스템(엔진)을 시험할 계획이다. 2024년까지 기체 개발을 마치고, 2025년 양산과 시범 운영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한화시스템은 2030년 에어모빌리티 사업 예상 매출을 11조 4000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스템은 3월 29일 1조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자금은 향후 3년에 걸쳐 위성통신(5000억 원), 에어모빌리티(4500억 원),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 사업(2500억 원)에 투자할 계획이다. UAM 통신 네트워크 모델 구축을 위해선 SK텔레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국공항공사와 협력해 UAM 이착륙장 구축·운영, UAM 교통관리 시스템 개발 등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연구개발을 맡는다. 현대차와 전혀 다른 통신·인프라·연구개발 동맹을 구축한 셈이다.
지난 5월 5일 대한항공은 UAM 사업을 추진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밝혔다. TF는 무인기와 드론 개발을 담당하는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주축으로 정비·관제시스템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대한항공은 기체 개발보다는 항공기 운항 경험을 바탕으로 UAM의 교통 관리 시스템 개발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향후 막대한 투자를 장기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해 미국 차량 호출업체 우버는 자율주행·에어택시 사업부를 매각했다. 지난해 1~3분기 자율주행·에어택시 사업부에서 발생한 순손실이 3억 300만 달러(약 3310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시스템도 지난해 9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가운데 신사업부문에서 62억 원의 손실을 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단계에선 당연히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며 “재무 상태를 고려해 사업을 계획하고 있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