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 금리 인상 가능성 대두…미 연준, 증시에 큰 충격 줄 급격한 긴축 가능성 낮아
지난해 3월부터 중단됐던 주식 공매도가 1년 2개월 만에 부분 재개된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원자재→물가→금리
철광석과 구리 등 주요 광물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산물 가격도 상승세다. 블룸버그원자재지수(BCOM)는 93을 넘으며 2015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대비 6.8% 올랐다. 이 역시 상승률이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회원국들의 올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월보다 2.4% 올라 2월의 1.7%보다 한층 더 가팔라진 상승세를 나타냈다. 에너지 가격이 7.4%나 급등한 영향이 컸다. 4월 들어 철광석과 구리 등의 가격이 원유보다 더 오른 점을 감안하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1월 급등했던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3월 중순 이후 진정됐지만, 이후 7·5·3년 국채 금리 수준은 좀 더 높아졌다. 장기에서 중기시장까지 인플레이션 영향이 확대되는 셈이다. 아직 2년 이하 단기금리가 안정적이어서 기준금리 인상까지는 아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채권매입 규모 축소 확률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금리, 즉 채권수익률(Yield)이 오르면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주식 대비 안전자산인 채권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진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비용이 늘어나 차입을 줄이게 된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늘면 이익과는 상충한다. 그동안 값이 많이 오른 주식들이 가치를 새롭게 평가받을 필요가 커지는 셈이다.
#기술주 조정? 그린뉴딜로의 전환!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발언 이후 시작한 미국의 5월 2주차 증시는 1월 하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했다. 전직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이어서 더욱 시장의 충격은 컸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가격조정으로 이어졌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서 급증했던 비대면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술주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 중심의 유동성 공급에서 정부 중심의 실물경제 재정 투입으로 증시의 핵심 동력이 바뀌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은 ‘그린뉴딜’을 통해 경제구조를 바꾸는 대대적 인프라 개선에 나선다.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도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대대적 투자를 공언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안기태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재정정책은 긴축을 유지해, 유동성은 늘어도 정작 사람들의 주머니에 들어간 돈은 없어 자산시장의 인플레이션만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민간부분의 도덕적 해이와 무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책 방향이 금융위기 이후와는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식, 그래도 괜찮다
5월 들어 코스피는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증시와 함께 조정을 받고 있지만, 실적 호전으로 가격 부담은 오히려 완화됐다. 개인자금 유입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편입 목표비율 조정 이후 연기금의 순매도 강도도 현저히 낮아졌다.
미국 증시 전망도 어둡지 않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위험이 존재하지만 대규모 실물경제 부양이 탄탄하게 이뤄진다면 가격조정 수준에서 금리 상승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주식은 가장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자산이다. 특히 미국은 최근 1년간의 증시 상승으로 개인의 주식보유 비중이 높아졌다. 미국 가계는 저축보다는 투자 비중이 높다. 주가에 따라 민간소비여력도 영향을 받는다. 연방준비제도가 증시에 큰 충격을 가져올 무리한 긴축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화두가 됐다. 백신 보급이 빠르게 이뤄진다면 언택트보다는 친환경 스토리가 더 강력한 영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