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 출발자산 주는 기본자산제와 모병제-징병제 혼용 필요…이합집산 거쳐 내게로 지지세 모일 것”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6월이나 7월 사이 공식적인 대선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사진=이종현 기자
김두관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개혁 작업을 유능하게 수행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한편 “남북통일을 두고 개헌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제와 비교되는 ‘기본자산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다음 대통령은 ‘말로만 센 사람’은 안 된다”며 “유능한 정치가이자 행정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월 13일 일요신문이 김 의원을 만났다.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에 아쉬운 점이 있었나.
“문재인 정부는 본질적으로 촛불정부다. 촛불혁명이 가리킨 곳을 섬세하게 겨냥하고, 혁명에 준하는 개혁 작업을 유능하게 수행했어야 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국가 체질을 개선할 정도로 좀 더 과감한 개혁을 이뤄냈어야 한다고 본다. 여세를 몰아 개헌까지 관철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개혁의 중심엔 검찰 개혁이 있었다. 어떤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보나.
“검경수사권, 공수처 등으로 검찰개혁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사회의 의제를 주도한다. 국민은 언론을 통해서 국정 운영을 지켜본다. 대통령과 국민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존재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정치인 김두관은 어떤 측면에서 개혁을 잘할 수 있다고 보나.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제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다. 유능한 정치가이면서 유능한 행정가여야 한다. 한 부분만 결핍되어도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특히 개혁을 위해서는 이 두 부분에서 두루 경험이 많고, 자기 목표가 분명해야 하며, 구체적인 수단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이장에서 군수, 도지사, 장관을 지냈다. 모든 층위의 행정에서 성과를 내왔다고 자부한다. 누구보다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개혁 작업을 유능하게 수행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한편 “남북통일을 두고 개헌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불평등, 양극화, 지방분권 등이 여전히 주요한 의제다. 노 대통령의 꿈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정치 영역에서 노 대통령 유산을 이어받은 사람이다. 당의 요청을 받아 양산에서 출마해 당선되는 등 지역주의에 맞서 싸웠고, 민주당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문 대통령 국정과제가 표방하는 ‘골고루 발전하는 지역’과 포용성장을 기재위 활동을 통해 누구보다 노력해왔다. 나는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을 이어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당면과제로 전면에 내세우려 한다.”
―지난 재보궐 선거 결과에서 여당이 회초리를 맞았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내로남불’ 같은 요소가 민심 이반의 한 측면일 수는 있지만, 부동산 정책의 연속적 실패는 하나의 도화선이었다고 본다. 집권 초기 세제개혁, 지방분권, 교육개혁 등 주요 과제들에 대해 기대치만큼 응답하지 못한 부분이 크다고 본다.
―앞서 개헌을 언급했다.
“1987년 체제로 지낸 지 35년 됐다. 이미 낡은 옷을 입고 있다. 우리 사회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향후 50년, 100년을 보고 개헌할 필요가 있다. 평화적 남북통일을 염두에 두고 개헌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대통령 중심제를 바꾸지 않는 한 ‘4년 중임제’로 바꾸거나 ‘책임 총리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총리의 권한이 많진 않다. 총리가 권한을 가지고 국회와 상시 원활하게 소통해야 국정 전반을 잘 운영할 수 있다.”
―여권 잠룡들이 많다. 후보들 간 이합집산 등도 변수가 될 것 같다.
“후보들 간의 이합집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비경선 과정에서 지지자들은 고도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이재명 지사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당심 전체를 포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혼전을 거치겠지만 저에게로 지지세가 모일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아래로부터 성장해온 정치인이다. 위로부터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인정받으며 지금까지 왔다. 정치를 할 때 앞뒤의 득실을 계산하여 정치를 해오지 않았다. 다음 대통령은 ‘말로만 센 사람’이거나, 혹은 중요한 직책에서 아무것도 못 보여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과로 검증받은 사람이 소임을 맡아야 한다.”
―2012년 경남도지사에서 물러나 대선에 도전한 일로 도민들이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한다. 뒤를 이은 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경남도지사 사퇴 문제는 1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사과를 하고 있다. 도민들께서 마음을 주실 때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당시 경남도지사를 그만두고 뛰쳐나온 것은 명백히 나의 오판이었다. 홍준표 지사가 당선되고 진주의료원이 폐쇄된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진주의료원은 현재 서부경남 공공병원으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경남에서 예타 면제 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기획재정위원으로서 힘을 다해 도울 생각이다.”
김두관 의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제와 비교되는 ‘기본자산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김 의원은 “다음 대통령은 ‘말로만 센 사람’은 안 된다”며 “유능한 정치가이자 행정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기본자산제’와 ‘모병제’를 주요 의제로 들고 나왔다.
“기본자산제는 청년들에게 출발자산을 주자는 취지의 정책이다. 국가가 아이가 태어나면 각 신생아 몫으로 3000만 원을 신탁하고 운용해 성인이 됐을 때 6000만 원 정도를 주자는 제안이다. 이렇게 된다면 청년이 돈 없어서 목숨을 끊는 일을 막을 수 있다. 20세가 되는 친구 대여섯 명이 모여 창업을 할 수도 있을 거다. 금수저는 안 되더라도 은수저, 동수저는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정책이다. 정세균 전 총리께서도 유사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대선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매월 50만 원씩 주는 방식의 기본소득제는 1년에 314조 원이 필요하다. 기본자산제가 훨씬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모병제는 2012년 대선 경선 때부터 주장했던 정책이다. 박용진 의원께서 다시 화두를 꺼내어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 같다. 여성 징병에 동의하진 않는다. 현재는 병력 숫자보다 전문적인 군사 인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병역자원의 부족과 군의 첨단화 등 군이 마주한 현실과 더불어 병역에 대한 보상체계 등 전반에 대한 논의가 모병제 논의와 더불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당장은 적정병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니 징병제와 혼용해 안착시켜야 한다.”
―영남 기반을 갖고 있다.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겠나.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모두 영호남 합작으로 정권을 획득했다. 호남의 지지를 받는 강력한 영남 후보라는 전략을 통해 민주당 정권을 만들어왔던 것이다. 사실상 이외에 다른 대체카드나 검증된 집권 전략이 없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정치를 시작했고 호남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호남 민심을 잘 알고 있다. 호남은 철저히 승리할 수 있는 카드를 선택할 것이다. 때가 되면 김두관의 경쟁력이 주목받고, 유력한 카드로 떠오를 것이다.”
―대선 캠프는 언제쯤 마련하나. 경제 정책 자문은 누구에게 받고 있나.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있다. 6월 초에 ‘꽃길은 없었다’ 자서전이 나온다. 전국을 돌면서 출판 기념회와 정책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전국 순회가 끝난 뒤 캠프를 본격화할 생각이다. 노무현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께서 많이 도와주시고 있다. 현재 모든 정책을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민주당에서 가장 진보적인 경제 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선은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다. 과거로 회귀하느냐 미래로 나아가느냐의 문제다. 동시에 얼마만큼 뚜렷한 비전으로 국가를 구상하고 있고, 어떤 경륜들이 뒷받침되고 있는지가 검토돼야 한다. 다방면 경험과 구상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국민들께서 지지해주시길 기대한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