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성남시장./사진=성남시
[일요신문] 은수미 성남시장은 13일 지난달 평택항에서 작업 도중 숨진 고 이선호 씨 사고와 관련, “인간의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은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루 7명 한해 2000여명 넘게 산재로 사망하는 사회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 그 고통과 절망을 가늠조차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300킬로그램 철판에 깔린 23살 비정규직 이선호씨의 주검 앞에서 함께 출근했던 비정규직 아버지는 ‘절대로 아빠를 용서하지 마라’고 오열했다”며 “언론에서 늦게 소식을 접하고 참으로 부끄러웠다. 재판부터 코로나19까지, 또 온갖 공격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해도 너무나 송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산재없는 세상은 제게 큰 과제다. 국회 환노위 활동의 대부분을 비정규직과 산재문제 해결로 보냈지만 산재사망 숫자는 여전하다”며 “제조업체의 경우 비정규직일 수록 산재사망율이 높다”고 부연했다.
은 시장은 “위험업무의 대부분이 하청인 탓이다. 위험업무의 정규직화를 추진한 적도 있지만 공정, 비용, 경쟁, 생산성 등 여러 반대가 있다. 원청 책임강화도 비슷한 반대를 넘지 못했다”고 했다.
은 시장은 “알랭 쉬피에의 ‘필라델피아 정신’을 세 번째 읽었다”며 “필라델피아 선언은 역사의 전환점이었고 1948년 세계 인권선언으로 이어졌다. 1, 2차 세계대전과 나치와 스탈린이라는 참혹을 인류가 다시 겪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선언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합국의 노사정은 2차 대전 종전을 앞두고 미국의 필라델피아에 모여 ‘인간의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정의를 최우선에 둔 복지국가를 추구한다”며 “사람을 효율이나 생산성의 잣대로 재지 않기위해 ‘경제의 조직을 사회 정의 원칙에 복속시킨다’고 밝힌다. 하지만 경쟁과 능력, 비용과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 사회에서 경제의 조직, 경제적 성과, 생산성은 ‘사회 정의 위’에 있다. 종종 재산권이 투표권을 앞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은 시장은 “‘일하는 시민을 위한 성남시 조례’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노동자도 근로자도 아닌, ‘일하는 시민’이라고 한 것은 더이상 사람들의 일이 사업장 단위로 또 근로계약으로 묶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온갖 하청에 위탁, 프리랜서, 알바, 라이더, 개인자영업, 그 모든 일을 하는 사람에게 삶의 기본이라도 지원하자는 생각이었다. 최소한의 사회 정의, 인간존엄성의 회복. 그것이 정말 간절했고 이렇게라도 시작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결국은 공격에 발목잡혀, 무능력과 부족함의 덫에 걸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BTS의 Not Today(오늘은 아니다) 가사처럼, 언젠가 꽃잎처럼 스러질지라도 그것이 오늘은 아니다. 기어서라도 가야한다는 당위성은 명료하다. 고 이선호씨를 진심을 다해 추모한다”고 덧붙였다.
손시권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