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카드·팬사인회 위해 여러 장 구매…“분리배출 어려워”
그러나 세계적 추세와 달리 우니나라 음반시장의 호황에는 어두운 면이 적지 않다. 우선,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거나 음반과 앨범을 소장하기 위해 구매하기보다 다른 이유 때문에, 그것도 여러 장 구매할 수밖에 없는 데서 온 기형적인 호황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 쓸데없이 버려지는 음반과 앨범이 많고 이마저도 분리배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재질이어서 환경적인 면에서도 치명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K팝 인기와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음반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기형적인 형태의 호황이라는 지적과 그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사진은 BTS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우리나라 음반 시장의 강세가 포토카드, 팬사인회를 이용한 기획사의 마케팅 전략과 관계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음반을 듣고 소장하려는 목적보다 ‘포토카드’를 얻고 팬사인회에 참여하기 위해 구매하는 팬이 많다.
포토카드는 가수의 앨범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코팅 카드로 멤버 개인의 셀카, 메시지 등이 담겨 있다. 그런데 앨범을 열어보기 전에는 어떤 멤버의 포토카드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가장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기 일쑤다. 최근에는 포토카드의 버전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 팬들이 원하는 포토카드가 더 많아지게끔 한 탓에 더 많은 앨범을 구매토록 유도하고 있다.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해야 팬사인회에 참여할 수 있는 당첨 확률도 높아진다. 팬사인회 응모권이 대부분 앨범 1장당 1개씩 주어지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의 한 음반 매장 관계자는 “(앨범을) 100장 정도 사시는 분도 있다”고 했다.
포토카드나 팬사인회 등의 이유로 앨범을 수십 장씩 산 팬들은 남은 앨범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싼 값에 팔기도 하고, 심지어 버리기도 한다. 일부 팬들은 실물 앨범 수령을 포기하기도 한다. 광화문 음반 매장 관계자는 “앨범 수령을 포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경우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수령 포기된) 앨범은 물류 쪽으로 보내 파기한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버려지는 앨범들이 반환경적이라는 점이다. 앨범과 음반이 각각 크기도 다양하고 종이, 코팅 박스지, 플라스틱, 알루미늄 재질 등 여러 물질로 혼합돼 있어 분리배출하기가 힘들어서다. 서울의 한 재활용 선별장 관계자는 “코팅지는 대부분 재활용이 안 되고, 일반 찢어지는 종이는 된다”며 “한 앨범 속에 이렇게 여러 가지가 섞여 있으면 일일이 구분하기 힘들다”고 했다. 분류가 어려워지면 재활용 가능한 물품도 폐기물로 처리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K팝에도 ‘환경 이슈’는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공식 유튜브에 파리기후협약 5주년을 맞아 팬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들은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공식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가수 청하는 친환경 종이를 사용하고 라미네이팅(코팅) 과정을 줄이는 등 첫 정규앨범인 ‘케렌시아’의 실물 앨범을 친환경으로 제작했다.
팬들도 적극적으로 환경 이슈에 대응한다. 최근 해외 K팝 팬을 중심으로 팬덤들은 ‘Kpop4Planet‘(케이팝포플래닛)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K팝 스타들 혹은 팬덤의 기후 행동 리스트를 작성하며 환경 문제 대응을 독려한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이러한 선행이 아티스트를 더욱 빛나게 한다”며 K팝 업계가 환경적인 모범을 보여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앨범과 음반을 기획·제작하는 기획사 측도 이 같은 노력에 맞춰 환경 이슈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