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종료 4일 앞두고 갑작스런 소속사 통보에 팬덤도 ‘망연자실’
걸그룹 여자친구가 데뷔 7년차를 맞은 2021년 5월 18일 전속 계약 종료를 밝히며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최준필 기자
18일 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은 공식입장을 내고 “당사 소속 아티스트인 여자친구와의 전속 계약이 5월 22일 종료된다”라며 “여자친구와 당사는 오랜 고민과 심도 있는 논의 끝에 각자의 길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자친구는 지난 6년간 다양한 콘셉트와 퍼포먼스, 음악으로 걸그룹의 새로운 세대를 열며 K팝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짧지 않은 시간동안 쏘스뮤직과 함께해 준 여자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는 2015년 ‘Season of Glass’로 데뷔해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FINGERTIP’(핑거팁), ‘귀를 기울이면’(LOVE WHISPER) 등 히트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중소 기획사의 기적’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후 2019년부터는 쏘스뮤직이 빅히트 레이블로 편입되면서 ‘회: 래버린스’(回: LABYRINTH) ‘회: 송 오브 더 사이렌’(回: Song of the Sirens) ‘회:발푸르기스의 밤’(回: Walpurgis Night) 등 ‘회(回) 시리즈’를 이어왔다.
여자친구는 기존의 예쁘고 청순하기만 한 걸그룹 이미지가 아닌 ‘파워 청순’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내세우며 주목 받았다. 청순한 매력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라는, 모순적이면서도 묘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상반된 콘셉트의 조화로 당시 물 밀듯 쏟아져 나오는 걸그룹 홍수 속에서도 단연 독특한 정체성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격정 아련, 파워 청량, 파워 시크 등의 다양한 콘셉트를 선보였으며 지난 2020년 2월부터 내세웠던 ‘회 시리즈’로는 ‘청량 마녀’ 콘셉트로 대중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각인시켰다. 특히 2020년에는 ‘회 시리즈’로 3연속 컴백을 해왔던 만큼 팬들도 앞으로의 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왔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재계약 불발과 사실상 해체 입장을 놓고 팬들 사이에서도 충격과 그에 따른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아이돌 재계약에는 ‘7년차 징크스’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대부분의 아이돌은 평균 계약 기간인 7년 안에 재계약 여부를 가리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 기간 만료 시기를 앞두고 소속사와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재계약과 관련한 소문이 공식입장 전부터 나돌게 된다.
문제는 여자친구의 경우 전원 재계약 불발을 예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날 소속사 공식입장을 통해 사실상 해체 통지를 들은 팬들은 “다른 그룹들처럼 팬들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언질이라도 줬어야지 팬들은 계속 활동하는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인기가 없는 그룹도 아니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갑작스러운 해체 통보에 당황스럽다”라며 소속사를 향한 항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여자친구는 2015년 9월 2번째 미니앨범 활동 당시 강원도 인제 무대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내린 비로 무대가 젖어 멤버들이 춤을 추다가 넘어지면서도 꿋꿋하게 무대를 마친 것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것.
이후 타이틀곡인 ‘오늘부터 우리는’이 차트 역주행을 하면서 주요 음악 시상식 신인상 수상을 휩쓸었고, 이듬해 1월 세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시간을 달려서’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크게 히트하며 여자친구를 인기 걸그룹의 반열에 올려놨다. 그 뒤로 이어진 음반들도 준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단순한 ‘반짝 인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해 냈으나 결국 7년 징크스를 깨지 못한 채 해체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