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한 거 맞아? FTA 비준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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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FTA 재협상에서 ‘불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어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FTA를 위해 거액의 로비자금을 낭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외교통상부 문건과 미 법부무 문서에 의해 밝혀진 로비 정황은 다음과 같다. 한국 정부의 로비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한미 FTA 협상을 얼마 남기지 않은 2006년부터. 로비 계약을 위해 주미 한국대사관 등 정부 기관이 직접 나서 미국 유명 로펌이나 컨설팅 회사들과 직접 로비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일요신문>이 입수한 외교통상부 문건에 따르면 FTA를 위한 로비는 ST&R (Sandler,Travis&Rosenberg) 에 법률자문 명목으로 4억 8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시작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정부는 한미 FTA 로비를 위해 5년 동안 총 24억 원을 지출했다. 명목은 FTA 관련 법률 자문, 의회 자문 등이었다. 2006년(2곳/2건) 5억 3000만 원, 2007년(4곳/4건) 5억 6000만 원, 2008년(6곳/9건) 1억 7000만 원, 2009년(5곳/20건) 1억 8000만 원, 2010년(6곳/8건)에는 9억 5000만 원 등으로 5년 동안 매년 평균 5억여 원의 돈이 로비를 위해 쓰여졌다.
정부가 로비에 들인 돈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외교통상부 문건에는 나타나 있지 않은 ‘비공식적’ 로비 자금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 외국에이전트등록법(FARA)에 의해 공개된 한국 정부와의 수임 계약서에 나타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한국 정부가 공식·비공식적으로 5년 동안 로비에 쓴 돈은 무려 100억여 원에 달했다. 정부는 비공식적인 로비를 위해 미국 유명 로펌 및 홍보 회사와도 계약했다. 사공일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무역협회(KITA)는 미국 공화당계 의원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FIB(Fierce, Isakowitz & Blalock. 2006.10.1~2007.9.30) 측과 35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고, 2007년에는 미국 로펌인 Vinson & Elkins에 18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건넸다. 또 2009년에는 미국 최대의 로비사인 Patton Boggs와 1년 동안(2009.9.1~2010.8.31) 84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계약으로서는 최대 규모다.
주미 대사관도 2007년 9월 미국 100대 로펌 중 하나인 Septoe & Johnson과 7만 달러짜리 블랙코커스 계약을 체결하며 직접 로비에 나섰다. 로비스트 물색에 나선 대사관은 지난해 9월 GPG(Global Park Group)에 40만 달러를 전달했다. FARA에 신고된 계약서에 따르면 GPG는 한국 정부를 대신해 미국 정부의 행정부 고위직과 접촉하고, 홍보 컨설팅 및 미디어 전략을 세워주기로 했다. 이밖에 대사관은 민주당계 의원들을 주로 상대하는 PPS(Parven Pomper Stategies)와는 월 5만 달러에 계약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대사관은 PPS에 계약 기간인 2010년 7월부터 4개월 동안 총 26만 8000달러를 지출했다. 더불어 대사관은 민주당 전문 로비업체인 Akin Gump와 4800달러(2010.5.7~), 공화당 전문 로비업체인 FIB와 20만 달러(2010.8.23~12.31), 또 다른 로비업체 Thomas Capitol Partners(TCP)와는 월 4만 5000달러 등 총 54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TCP가 맡은 일은 브리핑 자료 배포 및 성명 배포였고, 의원 및 행정부 공무원들이 참석한 자리의 회의를 주선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TCP는 한국무역협회와도 월 1만 달러의 계약을 하는 등 지난해 한국 측과 겹치기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향후 우리 정부의 외교 전략은 어떨까. 외교통상부 문건에 따르면 2011년 외교부 예산에도 ‘한미 FTA 의회 인준 및 후속조치’라는 명목으로 로비를 위해 25억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멕시코,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와의 총 협상 예산이 16억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거액의 혈세를 로비로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은 상정되지 못했고, 가까스로 이뤄진 재협상도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체결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PPS, FIB, Akin Gump와 맺은 거액의 계약은 로비의 명확한 증거”라며 “MB 정부는 전략 부재 상태에서 외교를 로비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협상장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다가 협상장 밖에서 ‘로비’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로비를 위해 기밀에 해당하는 FTA 협상 자료 및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대외에 공개하는 것은 국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협상시 우리 전략을 상대국에 노출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국가안전보장과 외교관계 등 국가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우선미 기자 wihts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