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심양면 팍팍… ‘건설사 만들기’ 착착?
▲ 서브원에 대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이례적 애정공세에 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브원 곤지암리조트 스키하우스와 콘도 전경. |
지난 2002년 LG유통(현 GS리테일)에서 분할·신설된 이 회사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사무용품 등 소모성 자재를 말하는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공급업체로 출발했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공동 대표이사를 맡아왔을 정도로 서브원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구 회장이 대표를 맡은 이후 사명을 LG MRO에서 서브원으로 바꾼 이 회사는 곤지암리조트 사업권을 인수하는 등 급격히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서브원 설립 첫해인 2002년 매출액은 2540억 원. 구 회장과 그룹 차원의 지원 속에 성장을 거듭한 서브원은 2009년 2조 5766억 원의 매출액을 올릴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7년 만에 매출액을 10배로 불린 셈이다.
서브원이 최근 들어 재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건설업 확대 여부 때문이다. 지난 2007년 CM(Construction Management·건설관리)사업부를 신설하면서 건설업 투자를 시작한 서브원은 지난해 6월 주택관리업을 사업목적에 포함시킨 데 이어 9월엔 일본의 유력 엔지니어링·건설사 중 하나인 도요엔지니어링과 합작해 LG도요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LG도요엔지니어링은 서브원과 도요엔지니어링이 7 대 3 비율로 출자해서 만든 회사다.
지난 2004년 LG건설(현 GS건설)이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GS그룹에 딸려나간 이후 LG와 GS는 서로의 사업영역에 대한 진출을 삼갔다. 그러나 2009년으로 ‘신사협정’ 시한으로 여겨진 5년이 지났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미 GS그룹은 그해 종합상사인 ㈜쌍용(현 GS글로벌)을 인수하면서 LG상사의 영역에 진출했다. 서브원의 건설업 확장 움직임이 커지자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LG건설’ 탄생 가능성도 함께 커지는 이유다.
최근 단행된 LG그룹 정기인사에선 서브원의 건설업 확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외부 영입 사례가 있어 주목을 받았다. 지난 연말 LG도요엔지니어링은 김평규 전 경남기업 전무를 새 대표이사로 맞이했다. 김평규 신임 대표는 대림산업을 거쳐 경남기업 해외플랜트 담당임원을 지낸 건설업계 베테랑이다. 재계 일각에선 건설업 노하우가 풍부한 일본 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외부 수혈을 통해 건설업 전문가를 이 회사 대표 자리에 앉힌 구 회장의 의중이 본격적인 건설업 진출을 향하고 있는 것이라 보기도 한다.
LG가 외부의 건설업 베테랑을 영입한 것은 2004년 LG건설이 GS로 간판을 바꾼 뒤 그룹 내부에 건설업 전문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나마 LG건설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 중 LG그룹 현직에 남아 있는 인사로는 신용삼 LG경영개발원 사장을 들 수 있다. LG건설에서 재경담당 부사장까지 지낸 신 사장은 이후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정도경영TFT(회장실→구조조정본부의 후신) 부사장을 거쳐 2008년부터 현직을 맡아오고 있다.
그런데 신 사장이 현재 서브원의 감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 사장 외에도 서브원엔 그룹 요직을 거치면서 구본무 회장의 신임을 받은 인사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번 인사에서 서브원 새 공동 대표이사에 오른 박규석 대표는 회장실에서 임원을 지낸 바 있다. 회장실 외에 LG화학과 LG상사를 거쳐 2010년부터 서브원 레저사업본부장을 맡아왔다.
박규석 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준 김태오 전 대표, 그리고 2010년 초부터 서브원 이사를 겸직해온 황현식 ㈜LG 전무도 모두 회장실과 정도경영TFT 등 ‘그룹 조직’ 근무 경력이 있다. 황현식 전무는 지난해 4월 구본무 회장이 LG스포츠 이사직에서 물러나자 그 후임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서브원 감사인 신용삼 사장 역시 LG스포츠 이사진에 포함돼 있다. 구 회장 친동생 구본준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LG스포츠는 오너의 신뢰가 두터운 인사들이 맡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근 그룹 인사에서 서브원 CFO(최고재무책임자)에 오른 김상돈 상무 역시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란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김 상무는 LG전자 경영진단팀과 정도경영팀장을 거쳐 그룹 정도경영TFT에서 계열사 감사와 기업 윤리를 강화하는 일을 맡았었다. 2007년 8월부터 최근까진 LG유플러스 정도경영추진실장을 맡아 왔다. 김 상무의 서브원행은 이 회사 재무구조의 양적·질적 팽창을 견인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서브원은 최근 ‘임원 연봉이 LG전자보다 훨씬 높은 회사’로 주목받기도 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지급된 서브원 사내 등기임원 평균 보수가 6억 9100만 원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LG전자 사내이사들에게 지급된 평균 보수 5억 2100만 원보다 1억 7000만 원 높은 금액이다.
재계에선 오너가 개인 지분이 없는 소규모 자회사의 대표 자리를 직접 맡으면서 그 회사에 측근들을 줄줄이 보내고 핵심 계열사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서브원 사례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브원에 대한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구 회장의 속내가 대형 건설사로의 발돋움에 있을지, 아니면 다른 큰 그림을 향하고 있을지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