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필요 166만 명에 구직 인구 60만 명…젊은층 무시당하는 공장 노동보다 택배 등 아르바이트 선호
가장 일손이 부족한 직업은 영업사원이었다. 식당 종업원과 보안요원, 고객 서비스직, 부동산 중개인이 5위 안에 들었다. 그 뒤를 청소부, 가사 도우미, 택배기사, 자동차 생산라인의 조작공과 포장작업자가 이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했을 때 택배기사, 자동차 생산라인 조작공이 새롭게 진입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상품 판매원, 용접공은 순위가 밀렸다.
두드러진 특징은 제조업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100개 안에 새롭게 들어온 29개 직업 중 20개가 제조업 부문이다. 자동차,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직업들이다. 자동차 생산라인 조작공은 처음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인사부의 오예타 주임은 “1분기 공업 생산의 안정적 회복, 제조업 호황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중국 GDP(국내총생산)는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다.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각 성도 플러스 전환했다. 후베이성의 경우 60% 가까이 성장했다. 그 중심엔 제조업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제조업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현재 노동인구는 9억 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제조업 취업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업황은 크게 발전하고 있는데 정작 사람은 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구직자들이 그동안 제조 분야 취업을 꺼렸던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임금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조업 분야 임금은 많이 개선됐다. 제조업 회사들은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임금을 대폭 울리는 추세다. 한 공장은 기능공을 뽑는 구직광고에서 1만 5000위안(262만 원)의 월급을 제시했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무직 초급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었음에도 말이다.
인사부는 4월 21일 한 이공대학에서 취업 설명회를 열었다. 26개 제조기업이 1000여 개 일자리를 구하는 자리었다. 최고 연봉이 80만 위안(1억 4000만 원)에 달하는 직업도 있었다. 그럼에도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인적자본데이터센터 스마트컨설팅이 발표한 2020년 ‘제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기업 10곳 중 7곳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는 제조업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단지 임금 때문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최근 한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제조업 채용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인사 파트 관계자들은 젊은 층의 인식을 원인으로 꼽았다.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구직자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돈이 다가 아니다.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블루칼라’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이 너무 낮다. 사무직, 기술직에 비해 무시와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1990년대생은 공장에서 일을 하느니, 보다 자유로운 아르바이트나 배달 일을 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택배기사, 인터넷 음식배달 등 신흥 서비스업엔 사람이 몰리고 있다. 2019년 기준 중국 택배기사의 수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식음료를 배달하는 인구만 700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분야는 사람이 더 필요했다. 앞서의 ‘2021년 일손이 부족한 직업’ 조사에서 택배기사가 8위, 인터넷 주문 배달원은 15위를 차지했다.
베이징교통운수직업학원 마바이 교장은 “젊은이들 눈에 제조업은 자유도 없고, 쿨하지도 않은 직업”이라면서 “대학원생들조차 배달 일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고급 인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의 위상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사부는 취업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선 ‘바로 실전 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대학에서 양성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사실 주요 대학의 고급 인재들은 만족할 만한 직장을 구하는 데 있어서 곤란을 느끼지 않는다. 2020년 칭화대 학부생들의 취업률은 97%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취업하기가 녹록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들이 일손이 부족한 제조업에도 가려 하지 않는 게 문제다.
마바이 교장은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취업의 주체”라면서 “연구형 대학은 소수다. 대부분의 대학은 졸업생 취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학 교육과 직업 교육은 하나다. 큰 장인은 학교에서 길러진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부터 기술을 연마해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조업 취업을 장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