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시장도 계속 성장…전문가 “개성 선호와 전시 성향 결합”
대학원에 다니는 이 아무개 씨(여·26)는 다이어리 사진만 올리는 SNS 계정을 따로 만들었다. 이 씨는 지난해부터 다꾸를 시작했다. 그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일기쓰기에 ‘꾸미기’를 더하면서 꾸준히 일기를 쓰게 됐고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티커를 붙이고 콘셉트에 어울리는 팬시를 고르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씨는 어느새 ‘다꾸템’ 작가들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고 한 달에 3~4차례 용품을 구매하는 열성 소비자가 됐다.
사회초년생 김 아무개 씨(남·26)는 1년 전 자취방으로 이사를 한 후 집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볼 때도 귀엽고 남이 봤을 때도 신기해하는 점에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방꾸의 매력을 설명했다. 대학원생 양 아무개 씨(여·25)는 첫 자취를 시작하면서 집꾸에 관심이 생겼다. 양 씨는 엽서, 마스킹테이프, 작은 포스터 액자들로 방을 꾸몄다.
각각 폴라로이드 꾸미기와 포토카드 꾸미기의 줄임말인 ‘폴꾸’, ‘포꾸’ 등도 꾸미기의 하위문화로 자리잡았다. 스티커로 좋아하는 가수의 폴라로이드 인화 사진의 테두리나 포토카드를 장식하는 문화로, SNS에서 각자의 폴꾸와 포꾸를 자랑하고 교환하기도 한다.
MZ세대의 꾸미기 열풍에 관련 업계는 재빨리 발맞추고 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 광화문점은 매장 내에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등만 모아놓은 ‘스꾸존’을 만들었다. 백화점들은 2020년 오프라인 등지에서 ‘다이어리 꾸미기 페어(다꾸페)’를 열었고, 문구 쇼핑몰들과 SSG닷컴 등에서는 온라인 다꾸페도 활발히 열리고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다이어리 및 스케줄러 매출은 전년 대비 28.5% 성장했다. 다이어리 외 스탬프, 필기구, 스티커 등 ‘다꾸템’이라 불리는 꾸미기 아이템 용품 매출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율은 61.9%에 달한다. 핫트랙스의 2020년 다꾸템 매출도 전년에 비해 22.3% 신장했고 같은 기간 새롭게 등록된 상품 수는 47.1% 늘었다.
백화점들도 꾸미기 열풍에 주목한다. 2019~2021년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모두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꾸페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2020년 상반기 의정부점, 대구점, 충청점, 광주점 등 투어 형식의 다꾸페를 진행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중요한 타깃으로 여기는 MZ세대가 이런 (꾸미기) 쪽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행사를 기획했다”며 “백화점의 주력 고객인 30~40대도 손으로 다이어리를 쓰는 아날로그적 문화에 향수를 느껴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련 소규모 상점도 꾸미기 열풍을 몸소 느끼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소품숍 ‘세인스(seins)’를 운영하며 작가로도 활동하는 박 아무개 씨는 “(꾸미기 아이템의)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 열풍임을 체감한다”며 “다이어리 외에도 자취생들에게 엽서나 포스터 등 ‘집꾸(집꾸미기)’ 아이템이 인기 있다”고 전했다.
특히 외식·패션업계도 꾸미기 열풍에 가장 친밀하게 닿아 있다. 카페에서는 계산대 앞에 다양한 스티커나 엽서가 비치하는가 하면, 패션 브랜드에서는 옷을 사면 브랜드 로고나 이미지가 담긴 스티커를 함께 배송하기도 한다. 이러한 엽서와 스티커들은 방, 다이어리 등을 꾸밀 때 사용된다.
꾸미기 열풍의 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MZ세대의 개성 추구와 SNS 이용 문화를 꼽았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러한 문화를 주로 향유하는 MZ세대들이 ‘기성품으로 나를 나타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최 연구위원은 “몇 년 전에는 한정판 아이템이 유행했지만 한정판도 결국은 한정된 수량을 공유하는 기성품”이라며 “나만의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이 발전해 나만의 방식으로 다이어리, 방, 심지어 마스크까지 꾸미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꾸미기 열풍을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현상’으로 해석했다. 그는 “아날로그적으로 손으로 꾸미는 데 멈추지 않고 그것을 SNS에 자랑하고 공유하는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장기 유행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최지혜 연구위원은 “MZ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도 코로나19로 여행 등 취미생활을 즐기지 못하게 되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꾸미기 같은 취미에 몰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