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카지노 구멍 메울 신사업 부재…전문성 없는 정치권 출신 인사 사업 발전 저해 원인 지목
#강원랜드 신사업 현주소
강원랜드는 지난 5월 11일 이사회를 개최해 5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의 1호 안건은 ‘직제규정 개정’으로 해당 안건이 의결됨에 따라 강원랜드 조직은 기존 ‘2본부 16실 2센터 60팀’에서 ‘4본부 18실 2센터 58팀’으로 개편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기존 기획관리본부와 영업마케팅본부의 2본부 체제에서 경영지원본부, 전략본부, 카지노본부, 리조트본부, 4본부 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강원랜드의 조직 개편은 신사업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 측은 “폐특법(폐광지역 개발지원 특별법) 시효 연장, 코로나19 영향, 신사업 발굴 및 육성 필요성 등 급변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 기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카지노, 리조트 사업 모두 매출 및 고객 감소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각 부문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책임을 부여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강원랜드의 카지노 사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카지노 정상 영업일수는 53일에 불과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2020년 431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도 2019년 1조 5201억 원에서 2020년 4786억 원으로 70%가량 줄었다.
올해도 전망도 밝지 않다. 강원랜드는 지난 2월부터 카지노 영업을 재개했지만 하루 입장객을 일 평균 이용객 8000명의 20% 수준인 12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실적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가 계속 유지되거나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제한적인 영업 상황으로 인해 올해 실적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강원랜드가 올해뿐 아니라 장기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카지노 외에 다른 사업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거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실 강원랜드는 수년 전부터 신사업에 공을 들여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조트 사업으로 강원랜드는 콘도, 스키장, 골프장, 워터파크 등을 보유한 하이원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원리조트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매출이 크게 줄었다.
그나마 리조트 사업은 수백억 원의 매출을 내고 있지만 다른 신사업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강원랜드는 2009년 1월 자회사 하이원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게임·애니메이션 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2014년에는 폐선된 철도를 활용한 기차테마파크 하이원추추파크를 야심차게 개장했다. 그러나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아무런 실적을 내지 못한 채 2017년 모든 사업에서 철수했고, 현재는 법인 형태만 남아있다. 하이원추추파크 역시 개장 이래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고, 매출도 10억~20억 원 수준에 불과해 강원랜드 실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강원랜드는 2022년까지 하이원리조트 인근에 루지 트랙과 탄광문화공원 등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는 지난 5월 14일 탄광문화공원 개발 현장을 방문해 “지역의 숙원 사업인 탄광문화공원 조성을 통해 리조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이원워터월드와 루지 등 주변시설과의 시너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원랜드의 리조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향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한 신사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며 “루지, 탄광문화공원 등 기존 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폐광지역법 개정을 맞아 제2 도약을 위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중장기 경영전략 재수립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원랜드의 신사업 중 리조트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은 없고, 현재 추진 중인 신사업도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리조트도 사실상 카지노 방문객들을 위한 시설로 자체적인 경쟁력은 약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최근 강원랜드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기존 사업 강화 외에는 뚜렷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성 없는 인사 '내로남불'
일각에서는 신사업 실패의 원인으로 강원랜드 경영진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로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삼걸 대표는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인물이고, 심규호 강원랜드 부사장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리조트나 카지노 등 레저 업계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다.
강원랜드 대표 자리는 설립 초창기부터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 들어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표를 맡은 최영 전 강원랜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후배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서울시청에서 근무한 바 있다. 후임인 최흥집 전 강원랜드 대표 역시 강원도 정무부지사 출신이다. 최흥집 전 대표는 퇴임 후인 2014년 새누리당 소속으로 강원도지사에 출마한 바 있다.
2014년 취임한 함승희 전 강원랜드 대표는 2008년 친박연대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했던 인물이다. 그는 과거 친박연대 최고위원, 친박연대 공천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해 친박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정권이 바뀐 2017년에는 문태곤 전 감사원 제2사무총장이 대표로 취임했다. 문태곤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친노 인사다.
현 정부는 야당 시절 강원랜드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지만 여당이 되자 '자기 사람'을 대표에 앉혔다. 함승희 전 대표가 취임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강원도당은 “전문 경영인 출신이 아닌 친박 정치인 함승희 대표가 기대에 부응할지 회의감이 든다”며 “낙하산 인사로 인한 강원랜드의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져야 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원랜드 대표의 말년은 대부분 좋지 못한 편이다. 최영 전 대표는 2011년 브로커 유상봉 씨로부터 슬롯머신 납품 등의 청탁을 받고,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오랜 법적 공방 끝에 최 전 대표는 징역 3년, 추징금 45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최흥집 전 대표는 채용 비리 혐의로 2017년 구속됐다. 2012∼2013년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채용 청탁을 받고, 면접 점수 조작 등을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다. 최흥집 전 대표는 2019년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함승희 전 대표는 2018년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과다 사용한 혐의로 고발됐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 방배경찰서는 2019년 함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함 전 대표의 재판과 관련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올해 3월 퇴임한 문태곤 전 대표는 아직 이렇다 할 논란은 없는 상태다.
이처럼 강원랜드 대표들이 바람 잘 날 없고, 실적도 내지 못하다 보니 그 피해는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선군 인근 지역에는 강원랜드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다. 정선군 고한사북남면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는 2014년 성명을 통해 “지역사회에서는 줄기차게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 대해 반대했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대주주의 지위를 이용해 정치권 인사들을 사장으로 임명해왔다”며 “그 결과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진로 문제만 우선시하여 지역사회와 강원랜드 모두를 위기에 빠뜨리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낙하산 논란을 의식한 듯 이삼걸 현 대표는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취임식에서 “당장의 어려움에 매몰되지 말고 직원들과 함께 고민해 이 난관을 극복하겠다”며 “강원랜드가 후세에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강원랜드 홈페이지에는 ‘본 사업은 폐광지역 발전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정부와 강원도가 주도하는 범 국가적 사업’이라며 ‘(주)강원랜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광해관리공단과 강원도에서 설립한 강원도개발공사, 그리고 폐광지역 4개 시군(정선,태백,영월,삼척)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이 51%지분을 보유하여 정부 수준의 신용도를 유지함은 물론, 개발 및 사업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