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2인자설’에 힘 실리는 가운데 ‘선당정치’ 본격화라는 분석도
제8차 조선노동당 당대회에선 당 규약에 대한 개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중앙조직’을 명시한 당 규약 3장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제1비서, 비서를 선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전언이다. 기존 북한이 당 대회를 통해 선출하던 비서 7명보다 높은 직위인 ‘제1비서’ 직책을 추가한 것에 관심이 쏠린다.
이를 두고 북한 지도부가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을 염두한 후계 구도 설계에 본격 착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여정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의 ‘대외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며 내부적인 정치적 입지를 키워왔다.
당 규약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강조됐던 ‘선군정치’라는 표현이 삭제되기도 했다. 김일성, 김정일 등 선대 지도자들의 이름도 대거 빠졌다. 경제와 핵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노선’이란 단어가 빠지고, “자력갱생 기치 아래 경제 건설을 다그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소식통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2인자를 용납하지 않던 북한이 굉장히 이례적인 조치를 했다”면서 “김여정을 중심으로 한 후계 구도에 본격 착수된 움직임일 수 있다”고 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집권한 뒤 김정일 시절 ‘선군정치’ 색채가 흐려지기 시작했다”면서 “군을 중심으로 하는 선군정치가 아닌 당을 중심으로 하는 선당정치의 시대가 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당을 국가 운영 중심으로 삼으면서 2인자 자리를 공식적으로 마련한 것은 북한 지도 체제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포석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