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집 프로젝트’ 90% 대출·최초 분양가 매수 제시…집값 너무 올라 실효성 의문
5월 중순에는 “생애 첫 주택 수요자에게 LTV를 40%까지 제한하면 현금 부자를 뺀 나머지는 집을 사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며 “무주택자에 대한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80%까지 상향하고 장기 모기지는 70~90%까지 올려야 한다”고 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만큼은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는 의미다. 5월 25일엔 3기 신도시 지자체장(고양‧과천‧광명‧남양주‧부천‧시흥‧안산‧하남)들을 만나 “집값의 10%만 있으면 입주할 수 있는 ‘누구나 집’ 프로젝트의 3기 신도시 적용을 검토해달라”고도 했다.
6월 2일 민심경청 프로젝트 결과보고회에서는 “집값의 10%만 있으면 최초 분양 가격으로 언제든지 집을 살 수 있는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통해 2만 호 이상 주택을 시범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청년들에게 집을 살 수 있다는 시그널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집’ 프로젝트는 집값의 10% 이하를 가지고 임대로 거주하다가 10년 후 최초 분양가로 집을 살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송 대표가 민선 5기 인천시장이던 2010년대 초부터 추진했고 2014년 인천 도화지역에 ‘누구나 집’이 최초로 들어섰다.
송영길 대표 블로그에 따르면 누구나 집은 국가 투자가 아닌 민간 단위 투자로 이뤄진다. 협동조합이 주택을 소유하고, 일반 시민이 조합원이 돼 주거권을 가지게 된다. 입주자는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나머지 90%의 은행 대출은 입주하는 동안 임대료 형식으로 매달 지불한다. 입주 후 10년을 거주하면 최초 분양가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매수청구권이 생긴다. 만약 자금의 여유가 없어 분양 전환이 어려우면 계속 거주만 해도 되는 방식이다. 2014년에는 이를 ‘법인적 공동 소유’라고 표현했다.
만약 2014년을 전후해 수도권에서 3000만 원을 가진 사람이 3억 원의 집에 입주했다면 누구나 집의 주택보증 시스템을 이용해 시중 금리보다 낮게 임대보증금을 내다가 2024년에 최초 분양가인 3억 원에 집을 살 권리를 얻게 된다. 현재 주택 시세를 감안하면 로또나 다름없다.
하지만 ‘90%까지 대출’과 ‘최초 분양가 매수 청구권’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된 ‘누구나 집’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가파르게 오른 집값 때문이다. 주택 가격과 임대보증금이 함께 오르며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했고 매수 청구권이 생겨도 청년들이 그 돈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지난 4월 26일 발표한 KB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1억 1123만 원으로 사상 처음 11억 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6억 708만 원이었으니 이번 정부 내에서만 5억 415만 원(83%)이 오른 것이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평균 아파트 가격은 불과 1년 사이 3억 8704만 원에서 5억 1161만 원으로 32%나 상승했다.
누구나 집의 최초분양가나 임대보증금이 얼마가 될지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미 오른 주변 시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집값의 상승은 당장 청년들은 부담해야 할 이자 부담도 함께 올린 셈이다. 송 대표는 “누구나 보증을 통해 신용등급이 좋지 않더라도 임대차보증금은 3% 이하의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늘려주겠다는 뜻이지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집값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5월 26일 누구나 집 프로젝트에 대해 “집값 안정을 포기한 대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 의원은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마련하면 소득이 집값에만 몰려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되고 또 집값이 내려가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한 30대 청년은 “한 달에 몇 십만 원 나가는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도 힘든데 대출을 더 늘리라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집값 잡겠다고 해서 억지로 전세에서 더 버텼는데 집값도 못 잡고 오른 집값을 낮출 생각은 더 없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5억 원이 올랐지만 정부와 여당은 오른 집값에 대해서는 잘 언급하지 않았다. 청년들이 집 가질 생각을 아예 포기하게 할 만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처참히 실패했다. 하지만 정부는 투기를 잡지 못해 송구하다는 말만 할 뿐 그 투기로 형성된 가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5월 24일 “많은 공급이 예고된 만큼 부동산 투자에 신중하라”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주택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내놓거나 급격하게 올랐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주택 가격이 더 오르는 걸 일시적으로 막는 즉 현상 유지를 위한 대책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을 낮추려는 고민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한 정당 관계자는 “한번 오른 주택 가격을 낮추는 건 쉽지 않다”라고 했다. “5억 원 하던 집이 10억 원이 되면 집을 팔아 현금화하지 않아도 돈을 번 것처럼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반대 경우도 재산의 감소로 여기게 될 것이다. 게다가 주택 가격의 하락은 가구 자산의 감소를 의미한다. 금융자산보다 실물자산 비중이 월등히 높은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면서 힘든 건 일부 무주택자들이다. 유주택자들은 집값이 올라 내심 쾌재를 부르기도 한다. 통계상 유주택자가 무주택자보다 많다. 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집값을 낮춰 유주택자의 원망을 듣는 것보다 무주택자 일부를 유주택자로 끌어들이며 무주택자에게 희망을 주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고 보는 걸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정부와 여당, 정치권이 어떤 셈법을 가졌든 현재 형성된 주택 가격은 청년과 무주택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집값에 대한 실효적 개입이 없다면 청년들이 처한 노동, 임금 구조상 앞으로도 이들이 집을 가지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일요신문은 지난 4월 말부터 여권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박용진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현 정부 들어 상승한 주택 가격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가격 조정을 위한 정책적 개입(공급 확대, 과세,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박용진 의원은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가가 청년, 신혼부부 혹은 생애 첫 주택 마련을 꿈꾸는 국민들이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혹은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지체된 재개발, 재건축 시장의 개발 필요성을 인정하고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답변이다. 다만 가격 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낙연 의원 측은 기존 인터뷰에서 밝힌 부동산 관련 내용을 보냈다. 여기에는 공급 확대, 재산세 완화 기준 상향, 무주택자에 대한 LTV 완화에 대한 고민 등이 담겼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전용주택 확대와 질적 수준 향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의원실 역시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만 유일하게 가격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가격을 유지하거나 시장에 맡기는 것과 가격을 일정부분 낮추는 정책 중 어느 쪽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묻자 이 지사는 “안정시키는 방향이 맞겠지요”라고 회신했다. 안정이라는 말이 급격히 인상된 부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냐고 재차 묻자 “과도하게 오른 부분에 대해”라고 답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