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세입자 대책 없이 이윤추구형 민간개발만 부추겨” 규제완화 중단 촉구
서울시가 저층주거지에 대한 민간 재개발 활성화와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주거권네트워크 등 주거 관련 시민단체들은 “서울 전역의 투기와 집값 상승, 주거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나섰다. 근본적인 해결에 대한 고민 없이 ‘스피드 주택공급’만을 내세운다면 과거 오세훈 시장이 추진했던 뉴타운 재개발 사업 관련 부작용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오세훈 시장 재임시절이던 2006년 7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서울시는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재개발 정책을 계승해 300여 곳의 재개발 및 재건축 정비구역을 지정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갈등 증폭으로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도 대부분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 재임 시절 지정된 곳들이다.
뉴타운 재개발 사업으로 여러 부작용도 낳았다. 먼저 주거대책이 없는 기존의 세입자가 거리로 내몰린 일명 ‘둥지내몰림’ 현상이 발생했다. 또 대규모 이주수요에 따른 주변 지역 전‧월세가격 상승 및 집값 상승을 유도했고 소형저가주택 감소 등의 문제도 야기했다. 재개발 이후엔 원주민의 재정착 비율이 낮다는 진단도 따라왔다. 당시 큰 사회 이슈가 됐던 용산참사 역시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갈등을 살피지 않고 폭력적인 철거와 강제집행 등의 무리한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빚어졌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는 2012년 뉴타운 출구 전략으로 600여 곳의 정비사업 구역 중 300여 곳을 해제하고 전면 철거형 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2015년부터는 무분별한 재개발 구역 지정을 막고 그 요건을 강화하는 ‘주거정비지수제’를 도입해 신규 정비구역 지정을 억제해왔다.
주거정비지수제는 노후도 등 법정 물리적 기준만으로 재개발 구역이 지정되던 것에서 거주자 현황 및 분포를 비롯, 주민 참여 여건과 지역 특성 등의 정성적 요건을 심의 자료로 포함해 지정요건을 강화한 제도다.
참여연대는 “이미 이명박·오세훈 시장시절 정비구역이 과도하게 지정되어 2021년 5월 기준으로 재개발 133곳, 재건축 169곳 등 약 300여 곳에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오세훈 시장 당선 직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기대감이 투기를 부추기고 서울 집값 상승을 촉발시키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과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야기하는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이 주택공급이라는 득보다 서민 주거불안 심화만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세입자 비율은 70% 이상으로 높다. 정비구역에 거주하는 세입자에 대한 이주 대책 마련과 공공임대주택 공급 비율 확대가 시급한 이유다. 재개발 세입자는 애초 이주 대책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최초 정비구역지정 공고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다수의 세입자들이 법적 대책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정부는 재개발사업에서 임대주택 공급을 최대 20%까지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임대주택 공급 의무 비율을 15%로 고시하고 있다.
그나마도 재건축 세입자에게는 현재 법적 보상이나 이주 대책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재건축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은 서울시가 소형주택을 인수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개발이익 환수를 위해서는 2009년에 폐지된 재건축 사업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세입자협회는 “서울의 집값 안정과 시민들의 주거불안 해소를 위해 이윤추구형 민간 개발만을 부추기는 재개발 규제완화 정책을 철회하고 공공임대주택 의무 비율 상향 등 투기 방지와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는 “개발지역 주민들과 주거단체들은 주택 가격 상승과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야기하는 오세훈 시장의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임기는 1년 남짓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특성상 지금 어떤 정책을 펼치더라도 1년 만에 가시적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현 정책은 향후 서울시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현재 개발 호재보다 중요한 것이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이라며 “시장도 이러한 방향성을 보고 움직일 것”이라 진단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