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 포럼 전문가 33인 의기투합…권성동 등 야당 의원들 윤곽 드러나…스타트업·청년들과도 공개 만남
우선 5월 21일 출범해 윤 전 총장 외곽조직이라고 평가받았던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 상식 포럼)’이 있다. 포럼 상임대표를 맡은 정용상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를 필두로 각계 교수와 전문가 33인이 의기투합했다. 공정과 상식 포럼은 출범 당시만 해도 “윤 전 총장과는 상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정 상임대표는 포럼 출범 당일 윤 전 총장이 전화를 걸어와 “반듯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열심히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출마를 앞두고 지지 의사를 본격화한 셈이다.
공정과 상식 포럼은 출범 당일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는데, 윤 전 총장의 석사 논문을 지도했던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송 교수는 당시 “민주주의를 빙자해 다수결로 밀어붙여 신뢰와 상호성을 파괴한다”며 간접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했다. 송 교수는 국제사법재판소장을 역임했다. 이날 기조발제자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나왔다. 진 전 교수는 “윤 전 총장은 공정하게 이쪽저쪽에 칼을 댔기 때문에 공정의 상징으로 떠올랐다”며 “경제적·실질적 공정 같은 진짜 문제에 대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부장판사 출신 김태규 변호사가 토론했다. 그 외 1919년 3·1 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 대표 33인을 본 따 김종욱 전 한국체육대학교 총장, 박상진 국악학원 이사장, 황희만 전 MBC 부사장, 김탁 고려대 의대 교수, 이성우 동아대 교수,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윤정현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대표 등 33명이 포럼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공정과 상식 포럼은 토론회를 지속해서 열 예정이다. 강연자와 토론자는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인사로 볼 수 있다. 공정과 상식 포럼은 6월 8일 소상공인 정책 관련 토론회를 여는데, 조준래 비트플렉스 회장이 기조 강연을 맡고,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이 발제를 맡는다. 6월 14일 전주에선 ‘친환경 에너지 프레임에 갇힌 전북 산업’ 주제에 최연성 군산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선다. 6월 28일엔 윤 전 총장의 외교·안보 자문으로 알려진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이 다음 정부의 외교·안보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 할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윤석열계’로 분류될 의원들 윤곽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윤 전 총장은 5월 29일 권 의원의 지역구이자 윤 전 총장의 외가인 강릉에서 만났다. 윤 전 총장이 잠행 이후 처음 의원을 만났다는 소식이었다. 윤 전 총장과 권 의원은 1960년생 동갑내기로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친분이 두텁다고 전해진다. 윤 전 총장이 외가에 들른 김에 만나 횟집과 카페에서 4시간 정도 안부를 물은 수준이라고 알려졌으나 이날 이후 권 의원은 지속해서 윤 전 총장 의중을 언론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권 의원은 6월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굳이 우리 당 의원들을 만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며 “대권 도전은 우리 당과 함께 하겠다는 정치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4선으로 친이명박계로 꼽힌다.
최근엔 권 의원 말고도 여러 국민의힘 의원이 윤 전 총장과 만나거나 통화를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윤 전 총장과 접촉했다는 의원들은 하나같이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불을 지피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윤 전 총장이 5월 24일 전화를 걸어와 “(정치권에) 몸을 던져야 될 것 같다. 많이 좀 도와주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5월 26일 윤 전 총장을 만났다는 정진석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정치 참여를 결심하면 동시에 입당 결심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상범 의원 또한 5월 22일 윤 전 총장과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제3당’(에서 정치를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어쩔 거요?”라고 질문하자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나, 제3당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 윤 전 총장은 5월 25일 윤희숙 의원을 만나 “같이 정치하자”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윤 의원은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정년 연장 등 이른바 ‘좌파 정책’을 비판적 시각으로 풀어낸 책의 저자이자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낸 경제 전문가다.
윤 전 총장은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거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거리를 살펴보는 등 민생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30 청년의 표심을 공략했다. 윤 전 총장은 5월 24일 서울 강남구 한 공유오피스에서 블록체인 게임 개발업체 ‘나인코퍼레이션’의 김재석 공동대표, 블록체인 창업자를 위한 공유 공간 ‘논스’를 운영하는 하시은 대표, 일반인 코딩 교육 플랫폼 ‘팀스파르타’ 이범규 대표 등 3인과 만나 약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윤 전 총장 측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긍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암호화폐 관련해선 중립적 입장을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6월 1일 저녁엔 연희동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했다. 이날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장예찬 시사평론가와 동행했다. 모 교수는 전국 곳곳을 다니며 골목길 상권 지도인 ‘골목여지도’를 만들었고 경리단길과 익선동, 문래동 등 서울의 유명 골목 상권을 발굴해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동행에서 모 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골목상권을 바탕으로 ‘동네 대기업’을 키워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을 한국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모 교수 말에) 윤 전 총장은 골목상권 개발에도 독특한 문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면서 문화를 불어넣을 수 있는 2030 청년이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 있는 만남도 가졌다. 앞서 윤 전 총장은 5월 27일 ‘LH 사태’를 예견했던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를 만나기도 했다. 유 교수는 tvN ‘알쓸신잡’에 나와 유명세를 얻었고, LH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2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신도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LH 직원들뿐”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6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윤 전 총장이) 건축과 도시와 부동산 관련해 궁금한 점이 많은 것 같다”며 “제가 말씀드린 건 도시를 업그레이드해야 된다(였다)”고 답했다. 유 교수는 정치할 생각 없느냐는 물음에 “제 가훈이에요. 하지 말라고”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3월 4일 퇴임 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등과 만나 노동, 외교·안보, 경제 분야에 관한 ‘대선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권순우 원장은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얻어낸 이후 노동조합이 빠르게 세를 불리며 급증한 임금 비용이 현 자영업 과잉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시각을 가진 인물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물밑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으로 안다. 지금까지 나온 행보로 현 정부 경제 정책과 내로남불 비판, 청년 표심 잡기 등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며 “앞으로 당 내부 의원이나 당직자들도 (어느 편에 설지) 각자 입장 정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