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실적 2~3년 뒤 반영되고 노조·산재 리스크…글로벌 선사 발주 확대에 ‘치킨게임 재연’ 우려도
#수주 고공행진…순이익률로 이어질까?
6월 3일 기준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25척(해양플랜트 2기 포함)을 수주했다. 금액 기준 110억 달러(약 11조 1620억 원)에 달한다. 연간 수주 목표(149억 달러)의 7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 현대중공업이 해양 2기를 포함한 42척을 59억 달러(약 6조 5785억 원)에 수주했다. 나머지는 현대미포조선이 56척을 25억 달러(약 2조 7875억 원)에, 현대삼호중공업이 27척을 26억 달러(약 2조 8990억 원)에 수주했다. 3사 모두 약 2~2.5년 치 수주잔고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이 같은 호황 추세가 2031년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 발주된 선박 발주량은 5월 말까지 1795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150만 CGT의 83%를 기록한 셈이다. 오는 2022년까지 연평균 3100만 CGT(약 1200척)의 발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795척)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클락슨리서치는 “세계 경제 회복, 글로벌 물동량 증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인한 노후 선박 교체 등으로 전 선종에 걸쳐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선대교체 수요가 더해지면 2023~2031년 연평균 발주량은 1800척(4000만 CGT)에 이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수주 고공행진 속 IPO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조선해양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현대중공업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해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했다. 이후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진행했다. 빠르면 오는 8월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크레딧스위스(CS)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당시 공모액은 1조 원으로 전체 지분의 20%를 신주로 발행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가치를 약 5조 원 규모로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위협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수주 물량이 선주사에 인도돼 실적에 반영되려면 2~3년 정도 걸린다. 그전까지 의미 있는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연결 매출 1조 9881억 원, 당기순이익 62억 5200만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순이익률이 약 0.3%에 불과하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314억 원에 이른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산재 관련 특별감독을 하면서 명령한 작업 중지로 인해 하루에 349억 원씩 손실을 봤다. 5월 10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현대중공업 내 5개 도크에서 진행 중이던 모든 고소작업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지난 6월 2일이 돼서야 울산조선소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이 모두 해제됐다. 노조 리스크도 가중됐다. 지난 5월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9·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관련해 부분 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또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의 경영 승계 관련해 불법 의혹을 제기하며 집회·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연내 IPO를 위해 계획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4년 만에 해운사 IPO 도전
해운업계도 업황 호조 속 14년 만에 상장에 나선다. 글로벌 해운 운임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5월 28일 기준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495.76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3.3배 이상 높아졌고, 집계가 시작된 2009년 10월 이래 최고치다. 지난 5월 철광석과 석탄 등을 싣는 벌크선운임지수(BDI)도 11년 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한 충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됐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경기부양책을 시행한 영향 덕분이다.
SM그룹 해운부문 계열사인 SM상선은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6월 중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서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월에는 연내 상장을 공식화하며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상장을 위한 외부 인사 영입도 활발하다. 올해 초 유조혁 전 한진해운 전략팀장을 등기이사로, 이해선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을 감사로 영입했다.
SM상선은 호실적 속 노선 확장, 중고선 매입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지난해 영업이익(1206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8~2019년 적자 늪에 빠졌던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룬 셈이다. SM상선은 컨테이너박스를 추가로 확충하고, 중고 컨테이너선 매입을 완료했다.
신조선 발주도 검토 중이다. 물동량 증가로 임시선박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며, 일부 노선에서는 투입 선박을 '업사이즈'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과의 협력을 통해 미주 노선을 안정화했다. 하반기엔 총 4척의 컨테이너선을 추가로 편성했다.
벌크선사인 에이치라인해운은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에 연내 IPO 추진 의사를 밝혔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한진해운 벌크 전용선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기업이다. 2018년 상장을 추진했으나 해운업황 침체로 계획을 접은 경험이 있다. 지난해 에이치라인해운 연결기준 매출은 7005억 원, 영업이익은 1859억 원을 기록했다. 한앤컴퍼니 인수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실적, 영업이익 모두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치킨게임’이 발발한 2010년대 초반 해운업계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세계 선사들이 운임 급등에 발맞춰 선박 발주를 대폭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기준 세계 10대 선사의 컨테이너선 발주 잔량은 294만 TEU(약 222척)에 달한다. HMM도 올해 컨테이너선 85만 TEU(77척)를 갖추고, 내년에는 추가 발주 및 용선을 통해 100만 TEU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선 운임 강세는 수요 급증과 주요 항만 적체, 수에즈운하 사고의 여파에 기인한다”며 “실질 수요 급증에 기반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운임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조선 발주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실제 선박 인도가 있을 2023년 이전까지는 과거와 같은 급락세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