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 발병해 환자 신뢰-의료진 의지로 ‘포기 않아 이룬 성과’
지난해 10월 4번째 간 절제술을 시행했던 온 종합병원 통합소화기센터 박광민 센터장은 향후 의료진이 간담췌 암환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조만간 관련 학회에 임상사례를 보고할 예정이다.
온종합병원 통합소화기센터 박광민 센터장은 “지난해 9월 간 미상 엽에 암이 재발한 60세 남성 A 씨에게 간 미상엽 절제술과 에탄올 주사 주입술을 시행한 뒤 서른 차례 방사선 치료 끝에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지난 2005년 4기 간암을 진단받았던 A 씨는 지금까지 모두 4차례 재발과 수술을 되풀이하면서 17년째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의사 생활 35년 동안 4기 간암 환자가 이렇게 오래 생존하는 건 처음 보는 희귀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대한 외과학회 등에 임상사례를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종합병원 등에 따르면 B형 간염 환자였던 A 씨는 40대 중반이던 2005년 4월 간암으로 첫 진단을 받았고, 이때 이미 임파선까지 전이돼 4기 상태였다.
당시 수술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암세포가 퍼져버려, 주변에서는 그가 오래 살지 못할 것으로 여겼다. 그해 A 씨와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고 간 절제술과 임파선 곽청술로 간암을 치료했다.
그러던 중 2007년 복강 내 임파선에 간암이 재발해 서른 차례나 방사선 치료로 위기를 넘기는 듯했으나, 2009년 결국 잔여 암세포 발견으로 2차 간 절제술을 받았다.
이후 10여 년 동안 더 이상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던 A 씨에게 세 번째 위기가 닥쳤다. 2018년 간 제4분절에서 간 세포암이 재발돼 다시 수술받았으나, 2년 뒤인 2020년 9월 간 미상 엽에 또다시 간암이 확인된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A 씨였지만 의사들이 더 이상 수술하기를 꺼렸고, 수소문 끝에 ‘암환자를 적극 치료하고 있다’는 온종합병원 통합소화기센터 박광민 센터장(전 서울아산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을 찾았다.
박 센터장은 자신을 굳게 믿고 있는 A 씨를 포기할 수 없어 수술하기로 했고, 간 절제술과 에탄올 주사 주입술 등을 시행했다. 이후 서른 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은 A 씨는 최근 검사 결과 온종합병원으로부터 더 이상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말기인 4기 간암 환자인 A 씨는 놀랍게도 17년째 생존하고 있는 셈이다.
A 씨는 “40대 중반에 간암 4기로 진단받았을 땐 ‘사형선고’라 생각하고 포기하려 했으나 ‘포기하지 말라’는 가족들의 응원과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는 주치의를 신뢰하게 되면서 용기를 내어 투병생활을 한 결과, 네 번씩이나 재발·수술해도 17년째 기적처럼 살고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더 삶의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앞으로 평생 우리 사회에 도움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의료진과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암환자들에게 끝까지 치료를 포기하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2020년 12월 발표된 국가 암 등록 통계시스템 상 2018년 신규 간암 환자는 1만 5,736명으로 전체 암 중 6번째 순위였지만, 남녀 평균 5년 생존율은 37%로 매우 치명적이다. 특히 A 씨처럼 말기인 4기 간암의 5년 생존율은 더욱 낮다.
간암은 늦게 발견되고 그에 따라 사망률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 비춰볼 때 A 씨의 ‘17년 생존’은 기적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간암보다 5년 생존율이 낮은 암은 폐암 32.4%, 췌장암 12.6%, 담낭·담도암 28.8% 등이다.
간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B형 간염 바이러스(72%), C형 간염 바이러스(12%), 알코올(9%)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암 위험이 약 100배,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10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간염에 걸린 기간이 오래될수록 간암 발생 위험 역시 증가하므로 간염 환자들은 평소 건강 체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간암 환자 중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는 사람은 간암 발생률이 1,000배 이상 증가한다는 임상보고가 있으므로 정기적인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경변 여부를 점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A 씨의 담당 주치의인 온종합병원 통합소화기센터 박광민 센터장은 ‘A 씨의 기적 같은 17년 생존’에 대해 “환자는 의사를 신뢰하고, 의사가 환자를 포기하지 않으면 A 씨 같은 기적은 언제나 이뤄진다”며 “예후가 나빠 쉽게 치료를 단념하려는 간담췌암 환자들이나 외과 의사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조만간 A 씨의 임상사례를 학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