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법조계 전문가들 ‘접촉’ 참모 조직 구성 나서…일각 “검찰주의자 넘어설지 의문”
6월 5일에는 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며 “조국에 헌신하는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윤 전 총장의 ‘6월 등판설’이 공공연했던 상황이었다. 국민의힘 입당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한편에선 공개 행사나 언론 등을 통해 돌아가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방식으로 정치인의 캐릭터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넘쳐나는 ‘측근’ 주장
정치권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출마를 부인하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전 검찰총장이 아니라,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이자 정치인 윤석열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과 가까운 법조인 사이에서는 6월 본격 정치 데뷔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석열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검사 출신의 법조인은 “2~3일에 한 번씩 연락을 주고받는데, ‘도와달라’ 같은 얘기를 하기보다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혹시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며 비법조계 인사들을 만나려고 하는 편”이라며 “외연 확장에 더 적극적인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 행보를 보면 법조인에서 정치인으로 넘어가기 위한 윤석열 전 총장의 전략이 읽힌다. 윤 전 총장은 5월 24일 서울 강남구 한 공유오피스에서 블록체인 게임 개발업체 ‘나인코퍼레이션’의 김재석 공동대표, 블록체인 창업자를 위한 공유 공간 ‘논스’를 운영하는 하시은 대표, 일반인 코딩 교육 플랫폼 ‘팀스파르타’ 이범규 대표 등 3인과 만났고, 27일에는 ‘LH 사태’를 예견했던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와 회동했다. 또, 6월 1일에는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장예찬 시사평론가와 동행해 연희동을 방문했다.
문제는 ‘넘쳐나는 측근’들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그동안 검사로만 살면서 법조계 인맥이 중심이었던 터라, 정치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캠프 합류 희망자’들이 새롭게 모여들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하나같이 자신이 윤 전 총장 측근이라고 얘기한다는 점이다. 앞선 법조인은 “오랜 기간 검찰에 있던 윤 전 총장과 근무 인연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냐”며 “법조인 중에서 직접 ‘도와달라’고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윤 전 총장도 이를 경계하는 것 같더라”고 답했다.
역시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검사 출신의 변호사 역시 “정치 관련 조언을 얘기해 줄 상황이 있었는데, ‘검사 출신은 절대 캠프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 검사들을 멀리하라’고 얘기했고 윤 전 총장도 ‘고맙다, 고민하겠다’며 이해했다는 식으로 화답하더라”며 “검사나 변호사 출신들이 윤 전 총장의 캠프에 많이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상가에서 윤 전 총장을 봤다는 법조인 역시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겠다’고 말은 했지만, 검사 출신은 많이 측근에 두지 말라고 얘기했고 윤 전 총장도 ‘이미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6월부터 정치 행보를 나설 것이라는 전망 그대로, 공개 행보를 시작한 윤 전 총장. 그는 소규모 참모 조직 구성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언론 대응 등 4~5명 안팎의 소규모·분야별 담당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외연을 넓혀가면서 소수 정예의 참모 조직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측이 캠프용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선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민의힘도 새로운 대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선 대비에 나설 것이고, 윤 전 총장도 그에 맞춰 대선 출마 선언 등을 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며 “대선 출마는 99.9% 확정된 상황인데, 공식 선언에 앞서 언론 인터뷰나 공식 행사 등에서 부동산이나 코로나19 백신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내면서 자신의 정책적 방향성을 제안하려 할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 내 부정적 시선도 존재
윤석열 전 총장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선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법원뿐 아니라, 검찰 내에서조차 ‘검사가 정치를 하는 게 옳으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처럼 과도하게 특수부 특유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던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 전 총장과 근무 인연이 있는 한 검사장은 “윤 전 총장이 검찰개혁의 잘못된 지점을 언급하면서 옷을 벗고 나갔지만, 사실 서울중앙지검장에 있을 때 특수수사 경험을 토대로 ‘먼지털이식 수사’를 했던 것은 과거 검찰의 잘못됐던 수사 관행이 아니냐”며 “스스로 검사 시절 잘못됐던 부분도 인정하고 갈 수 있어야 법조계 전체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앞선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때 검찰에 불려간 적이 있던 판사 출신 변호사도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수사력을 마음껏 활용하던 검찰주의자가 윤석열”이라며 “만일 캠프에 윤 전 총장이 특수통 검사 출신들을 대거 앉힌다면 윤 전 총장은 계속 검찰주의자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