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연기하다 진짜 신들려? 그건 오해야
가수 김지훈의 전 아내 이 아무개 씨가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특급 모델이던 방은미도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무병을 앓다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된 연예인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데다 신내림 받은 사실을 숨긴 채 집에 몰래 신당을 차려놓은 연예인이 여럿이라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연예인 팔자는 무당 팔자’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연예인의 특성상 무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일까. 이에 대해선 무속인들 사이에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과연 연예인과 무당의 상관관계는 어떨까. 연예인의 신내림을 둘러싼 논란과 각종 루머의 실체에 다가가 본다.
연예인으로 활동하다 무속인이 된 이들의 경우 대부분 극심한 무병을 앓다 결국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험을 가진 가장 대표적인 스타는 ‘은막의 여왕’ 김지미다. 원인 모를 편두통에 5년 넘게 시달렸던 그는 무당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만신 김금화 씨를 만났다가 내림굿을 받았다. 워낙 톱스타였던 터라 큰 무당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김지미는 신당은 모셨지만 무당이 아닌 배우의 길을 걸었다.
KBS 2TV <인간극장>을 통해 사연이 소개돼 화제가 됐던 박미령은 80년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였고 유명 가수와 결혼한 뒤 연예계를 떠났다. 그렇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은 잠시였다. 갑자기 찾아온 무병으로 온몸에 심한 통증을 겪어야만 했고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그 원인이 무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린 그는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아들에게 무병이 대물림된다는 소릴 듣고 하는 수 없이 신내림을 받았다.
CF 모델로 데뷔해 2002년 KBS 특채 탤런트가 된 황인혁은 배우 생활을 시작한 뒤 심한 불면증과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앓기 시작했다. 연예계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던 그는 무병 때문임을 알게 된 뒤 신을 거부하는 눌림굿을 세 번이나 받았지만 결국 신내림을 받고 퇴마사가 됐다.
김지훈의 전 부인 이 씨 역시 몇 년 전부터 이유 없이 온몸이 아픈 무병을 앓다 결국 신내림을 받았고, 특급모델이던 방은미는 이명 현상과 극심한 두통 등의 무병을 앓다 남편까지 집에서 귀신을 보는 일이 벌어지자 결국 가족의 곁을 떠나 신내림을 받았다.
신내림까지는 아니지만 무속과 관련된 특이한 경험을 한 연예인들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는 빙의로 고통을 받았던 탤런트 김수미다. 시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로 몇 년 동안 귀신이 씌이는 빙의 현상으로 고통받았던 김수미는 우울증까지 겹쳐 연예계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씻김굿을 받은 뒤 힘겹게 빙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수 고영준도 비슷한 빙의를 경험했다.
연기에 열중하다 접신을 한 경우도 있다. 중견 탤런트 조양자는 KBS 2TV 드라마 <전설의 고향> ‘씨받이’편에서 무당 역을 맡아 열연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12시간 이상 의식을 잃었다. 실제로 접신이 되는 바람에 생긴 일로 제작진이 무속인을 불러 살풀이굿을 해 겨우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무속인들은 ‘무병’ ‘빙의’ ‘접신’ 등을 경험하는 연예인이 많은 까닭을 무속인들은 연예인과 무속인 사이에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수의 경우 노래와 춤에 능하다는 부분이 무속인과 비슷하고 배우의 경우 다른 인물로 빠져든다는 점이 그렇다.
또 연예인은 워낙 기(氣)가 세고 넘치는 까닭에 신내림을 받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예언가 차길진 법사는 알파파를 자주 사용하는 점이 연예인과 무속인의 공통점이라 설명한다. 배우로 활동하다 무속인이 된 황인혁은 “특히 배우들의 경우 주어진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상상 속의 인물에 몰입하다 감정이 뒤엉켜 신내림을 받는다는 분석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모든 연예인들이 무병을 앓을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일까. 무속인들은 아니라고 답한다. 무속인 수풀당은 “분명 연예인과 무속인 사이에 유사점이 많지만 그렇다고 연예인이 무속인이 되고 무속인이 연예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내림을 받은 연예인들이 꾸준히 무속인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극소수인 게 그 까닭”이라 설명한다. 또한 수풀당은 “연예인와 무속인 사이에 유사점이 많다 보니 착각과 오해도 많다”면서 “특히 일반인이라면 다른 원인을 찾을 사안을 무병이라 오해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이유로 잠시 그런 증상이 나타난 것을 신내림으로 착각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내림굿을 받아 무당이 된 가장 대표적인 연예인 안병경은 지난해 한 아침방송에 출연해 내림굿을 받은 것이 잘못된 일이었다며 후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창, 탈춤, 마당극 등을 좋아한다는 안병경은 굿까지 섭렵하면 연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고 한다. “사업 실패로 힘겨울 때 내림굿을 받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는 안병경은 “그렇지만 접신이 없었던 터라 점을 볼 수도 없었다”고 말한다. 결국 안병경은 점을 보는 일도 이내 그만두고 말았다. 실제 연예인이었다가 무속인이 돼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박미령 황인혁 방은미 등 일부에 불과하다.
반면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됐지만 그 사실을 쉬쉬하고 있는 연예인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잠시 무속인의 길을 걷다 말곤 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라고.
특히 중견 여배우 가운데 이런 경우가 많은데 특히 기가 센 역할을 연기하며 심신이 나약해진 상황에서 잠시 그런 경험을 하곤 한다고. 다른 증상을 무병으로 오해하기도 하고, 일부 무당이 연예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한단다. 몇 년 전에 무당이 됐다는 소문에 휘말렸던 중견 여배우 A의 경우 실제로 집에 신당까지 차려놓고 지인들의 점을 봐주기도 했지만 이내 신기가 사라져 점 봐주길 그만두면서 소문도 사그라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