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케어 가입자 하드웨어 결함에도 무상 AS 못 받아…“공정위 동의의결 취소할 수 있는 사안”
애플의 시정방안에는 1000억 원 규모의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소비자 관련 부분은 250억 원 규모다. 구체적으로 2022년 3월 28일까지 애플공인서비스센터, 이동통신사 AS센터 등에서 아이폰 디스플레이, 배터리 및 기타 수리비용에 대해 10% 할인해준다는 내용이다. 애플케어플러스 가입비는 10% 할인해주고, 기존 가입자에게는 금액의 10%를 돌려준다.
할인을 앞세워 급한 불을 껐지만 여전히 애플의 서비스 품질 논란은 진행 중이다. 실례로 지난 5월 A 씨는 아이폰12를 사용하다 디스플레이에서 녹색 빛이 과도하게 출력되는 ‘녹조 현상’을 경험했다. A 씨만 겪은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애플은 출시와 동시에 아이폰12 디스플레이에서 다수의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인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디스플레이 하단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벚꽃 액정’ △화면이 깜빡거리는 ‘번개 현상’ △밝기 50% 이하에 화면이 암전되는 ‘블랙 현상’ 등도 대표적인 문제였다. 앞서 아이폰11과 아이폰11 프로 모델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A 씨는 곧바로 애플 고객센터에 전화해 원격 진단을 받았으나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다. 다음날 애플이 위탁한 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해 소프트웨어 결함 판정 뒤 휴대폰을 초기화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하드웨어 문제로 판명됐다. 정작 문제는 이후부터다. 가입 후 2년간 애플에서 무상으로 기술 지원과 하드웨어 보증을 제공해주는 ‘애플케어플러스’ 가입자인 A 씨는 수리, 중고 부품으로 재조립한 ‘리퍼폰’으로 교체를 요구했지만 애플은 이를 거절했다. A 씨 아이폰 상단 모서리에 작은 스크래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소비자 과실에 의한 고장은 아니지만, 매뉴얼에 따라 스크래치가 있으면 모든 것을 유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애플의 설명에 황당할 뿐”이라며 “애플케어 가입자임에도 무상 보증을 해주지 않고 유상 수리하라는 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담당 직원은 A 씨에게 평생 단 1번 받을 수 있는 ‘예외지원’을 시도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예외지원을 받으면 추후 다른 애플 제품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또다시 발생해도 어떤 구제도 받을 수 없게 된다. A 씨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예외지원을 신청해 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하드웨어 결함이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서 제품 교환 또는 무상 수리해줘야 한다”며 “한국에서 영업하는 기업이 미국 본사 기준만을 고수하고 국내 관련 법을 무시하는 건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행태다. 삼성에서 ‘예외지원’ 같은 AS를 한다고 했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애플의 AS나 고객 응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아사모(아이폰&아이패드&맥 사용자 모임), 블로그 등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B 씨는 올 초 어머니에게 애플케어에 가입한 아이폰을 사드렸고 3개월 뒤 녹조 현상이 발생해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에 맡겼다. 그런데 애플로부터 임의개조 판정을 받아 수리거부 및 유·무상 서비스가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했지만, 분쟁조사관으로부터 애플을 상대로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 B 씨의 전언이다. 또 올해 초 애플 진단센터에서 교체 확정된 아이폰을 2개월이 지난 후 교체 불가능하다고 답변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목상 할인해주고서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면 시정안 불이행으로 볼 수 있고, 공정위가 반기 조사 때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동의의결 취소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객관적으로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 소비자와 국가기관을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