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딸 현장서 범행 목격…재판부 “가해자 무릎 꿇고 사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희)는 17일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36)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27일 술에 취해 노상에 누워있는 B 씨를 발견해 인근 건물로 데려가 폭행하고 유사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B 씨의 신체 일부를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A 씨의 범행을 B 씨의 딸이 현장에서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딸이 범행을 목격해 회복이 어려운 정신적 충격을 줬다"라면서 "A 씨는 술에 취해 길에 쓰러진 피해자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부축했다가 순간적인 성적 충동으로 범행하고 직후 현장을 떠났다가 잘못을 깨닫고 현장에 돌아와 무릎 꿇고 사과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고 피해자 딸도 선처를 탄원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 씨는 용서 받기 어려운 큰 죄를 저질렀지만 이 사건 전까지 건실하게 살아오고 한 번 실수로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게 형벌의 목적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새 삶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A 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하며 "통상 실형을 선고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만한 사정이 있어 보여 선처했다.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