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자들 대선행보 파악한 뒤 이준석 가이드라인 ‘8월 막차’ 탑승할 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6월 18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이 중도·보수·탈진보를 아우르는 텐트를 치려면 중심축을 어디에 박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윤 전 총장은 보수의 중심인 국민의힘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동훈 대변인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6월 27일 즈음 정치 입문과 더불어 대권 도전을 선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국민의힘 입당 선언은 이 발표에서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야권 복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측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한 최적의 입당 시점을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가장 먼저 링 위에 뛰어든다면 존재감이나 흥행성에서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른 관계자는 “다른 대권주자들이 링 위에 먼저 오른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언급한 ‘8월 막차’엔 탑승하되 그 과정서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으로 부각하는 방법으로 입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를 먼저 선언한 뒤 국민의힘 입당을 통해 최종적으로 야권 대선주자들과 대결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한 야권 유력 인사는 윤 전 총장에게 직접 입당 시기에 대한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유력 인사는 윤 전 총장에게 8월 말을 입당 적기로 조언했고,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이해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입당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의 눈치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월 17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선 열차’에 탑승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7월 중으로 대선 캠프를 출범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7월 중 대선 출마 선언을 통해 레이스에 합류할 전망이다. 당내 대권주자들의 캘린더가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외부에서 대선 열차 탑승이 가능한 대권주자들의 일정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대표적이다. 안 대표의 경우 합당이란 과제를 선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합당 이후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다는 계획이다. 합당 방식이나 일정은 여전히 합의되지 않았지만, 안 대표 측에선 향후 대선 경선을 위한 조직력 다지기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경선을 대비한 조직 체계 구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귀띔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복당이 선결과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빠르면 6월 중 홍 의원 복당을 의결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변수는 국민의당과 합당 일정이다. 홍 의원이 합당 이전에 복당 절차를 마칠 경우 국민의당과 합당 과정서 추가적인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을 국민의힘 지도부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안철수와 합당’과 ‘홍준표의 복당’ 사이 수순을 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 대표와 홍 의원 등 외곽 대권주자들이 국민의힘에 합류한다면, 대선 경선 흥행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윤 전 총장 측은 그 후에 입당해 여기에 정점을 찍겠다는 계획이다. 경선이 흥행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모든 대권주자들에게 이견이 없지만 입당, 합당, 복당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두고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보수진영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끝난 뒤 합류해야 흥행에 도움이 된다”면서 “안철수, 홍준표 같은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이 합류하기 전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권에 출마해야 존재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 경선을 둘러싼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 “누가 먼저 들어가고 나중에 들어가고는 전혀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 당 내외 대권주자들이 경선 흥행에 신경 쓸 때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 당외에서 등판을 준비하는 대권주자들의 경우,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멈칫멈칫 하는 행보를 보인다면 국민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국민 신뢰를 잃게 되면 대권주자로서 지지율 또한 올라갈 동력을 상실하는 딜레마를 마주할 리스크 역시 추가적으로 따라온다. 구태적인 수싸움보다 과감한 행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