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전용 출입구·놀이시설 등 갖춘 주택 인기…‘고양이 전용 욕실’ 등 양육 부담 덜어주는 상품도 주목
일본 사이타마현의 한 임대주택. 이곳은 ‘고양이와 쾌적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20대 여성 세키도 나호 씨는 지난해 반려묘 ‘고무기’와 여기로 이사했다. 집안 곳곳에는 반려묘가 즐겁게 놀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불을 사용하는 부엌은 투명한 유리로 칸을 나누는 등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또 창문 옆에는 고양이 전용 출입구가 따로 있다. 출입구를 통과하면 울타리로 둘러싸인, 이른바 ‘고양이 정원’이 보인다. 탈주를 막고 다른 고양이와 싸우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바깥바람은 마음껏 쐴 수 있다. 세키도 씨는 “무엇보다 고무기가 편하게 지낼 수 있어 기쁘고, 내 생활도 윤택해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관련 임대주택을 중개한 곳은 부동산회사 ‘네코리파’. 고양이와 함께 사는 주택을 전문으로 한다. 회사 측은 “2020년 계약 체결 수가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세가 주변 시세보다 10% 정도 비싼 편이지만, 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이 성사된다. 회사 관계자는 “반려묘를 키우는 가정의 경우 고양이가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곳에서 오래 입주하려고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임대경영이 안정되는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주택업체들도 반려묘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일례로 ‘다이와하우스공업’은 반려묘와 즐겁게 사는 ‘주문제작형 주택’을 판매한다. “2020년 관련 주택 판매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인들의 고양이 사랑은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2월 22일을 ‘고양이의 날’로 지정했을 정도. 올해 다이와하우스공업은 이날을 기념해 ‘고양이 전용 욕실’을 출시했다. 자동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대가 일체화된 것이 특징이다. 샤워대는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넓게 디자인했으며, 드라이 모드도 설치돼 있다. 화장실은 센서가 달려 있어 고양이가 용변을 보고 나가면 자동으로 물을 흘리는 구조다.
다이와하우스공업 측은 “일반적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집은 여러 마리와 함께 사는 ‘다묘 가정’이 많다”면서 “여러 마리를 키울 경우 대소변 처리가 힘들기 때문에 화장실이 딸린 전용 욕실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주인과 고양이가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상품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주거생활개선 기업 ‘릭실(LIXIL)’은 고양이가 높은 곳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노는 놀이기구 ‘냥페키(고양이의 벽)’를 개발했다. 자석을 활용해 자유롭게 놀이기구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나이 들어 점프력이 약해지면 턱을 낮게 설정할 수 있다.
릭실 측은 “당초 판매 목표금액을 1주일에 100만 엔(약 1000만 원)정도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발매 몇 시간 만에 완판됐다는 것. “결국 판매기간을 연장해 1762만 엔(약 1억 8000만 원)의 금액을 달성했다”며 만족해했다.
일본 펫푸드협회에 따르면, 2020년 신규 반려묘의 수는 48만 3000마리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일본 반려견의 수는 848만 9000마리, 반려묘는 964만 4000마리로 고양이 쪽이 115만 마리 더 많다. 이처럼 주택 관련 회사들이 개보다 고양이에 주력하는 이유는 반려묘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한 주택업체의 상품 기획자는 “개는 소형부터 대형까지 사이즈 편차가 큰 데 반해, 고양이는 대체로 크기가 정해져 있어 전용 제품을 만들기 쉽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개는 밖에서도 기를 수 있지만, 고양이는 대부분 실내 사육을 한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한편, 일본 매체는 일간공업신문은 “최근 반려묘와 함께 살 수 있는 주택과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버려지는 고양이의 수가 줄어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