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에 첨단장비 붙이고 훈련 괴물타자 변신…수술 후 투구폼과 스윙궤도 교정 ‘이도류’ 날개 달아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 쇼헤이가 올 시즌 괴물타자로 거듭났다. 사진=AFP/연합뉴스](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1/0623/1624434463559258.jpg)
“비거리 143m 대형 홈런 작렬.” “오타니가 로켓을 날렸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인 MLB닷컴은 오타니의 타구를 보며 이렇게 표현했다. 올 시즌 오타니는 타자와 투수로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두드러지는 것이 홈런과 장타율이다. 6월 22일까지 오타니는 23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메이저리그 홈런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그는 어떻게 ‘괴물타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걸까. 동작해석 전문가 가와무라 다카시 교수는 “타격 폼의 극적인 변화가 그 비결”이라고 말한다. 가와무라 교수가 주목한 것은 스윙 궤도다. 작년 오타니의 타격 폼은 수평에 가깝게 치는 레벨스윙이었던 반면, 올해는 아래에서 위로 크게 끌어올리는 어퍼스윙으로 교정했다. 제대로 맞으면 비거리가 늘어나 홈런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맞히기가 어렵고 타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한 중력을 거스르며 배트를 휘둘러야 하기 때문에 탄탄한 하체 근력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가와무라 교수는 “오타니 선수의 경우 하체 근육이 매우 충실하다”면서 “어퍼스윙에서도 힘을 잃지 않고 제대로 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엄청나다. 지금까지 봐왔던 오타니 선수의 모습이 아니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만큼 휘두르는 스윙은 좀처럼 없다”고 덧붙였다.
NHK ‘클로즈업현대’는 “캠프 기간 동안 오타니가 배트에 뭔가를 장착하고 연습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면서 그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배트에 부착된 것은 ‘블라스트모션’이라 불리는 첨단 장비. 센서에 의해 스윙 속도와 각도, 배트에 공이 맞는 면적 및 타격의 임팩트 등을 데이터화하는 시스템이다. 오타니는 첨단 장비로 수집된 데이터와 자신의 감각을 대조하면서 스윙 자세를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와 올해의 스윙 궤도. 레벨스윙을 어퍼스윙으로 교정했다. 사진=NHK 클로즈업현대](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1/0623/1624434618109193.jpg)
#구단 측의 ‘오타니 룰’ 철폐
이번 시즌 오타니의 경이로운 활약에는 구단 측의 결단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LA 에인절스 조 매든 감독은 “오타니에게 한계란 없다. 올 시즌 ‘오타니 룰’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도류(투타 겸업)에 따른 신체적 부담을 고려해 출전경기 수 등을 제한하는, 이른바 ‘오타니 룰’을 철폐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투수 등판일 전후 반드시 휴식을 취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제한이 사라졌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팀 동료 마이크 트라웃은 “더 많은 경기를 뛰고 싶어 하는 오타니 선수의 강한 의향이 있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캠프 기간 동안 오타니가 배트에 ‘블라스트모션’을 장착하고 연습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사진=NHK 클로즈업현대](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1/0623/1624434746287971.jpg)
얼마 전, LA 에인절스 페리 미나시안 단장은 “오타니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규격 밖의 선수”라며 “감독과 상의해 그가 자유롭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돕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의 이 같은 전폭적인 신뢰로, 올 시즌 오타니는 개막부터 66경기 중 단 2경기만 빠졌다. 장타가 돋보이는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홈런을 계속 터트리는 중이다.
#이도류의 피로 축적, 앞으로 괜찮을까
투수로서 오타니의 성적도 정상급이다. 평균자책은 2점대. 탈삼진율은 9이닝 당 12.93개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긴 시즌 동안 ‘치고 던지는 이도류’의 성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다. 아직은 건강하게 이도류를 실행하고 있으나, 체력적인 어려움은 분명 클 수밖에 없다.
오타니가 3년 전에 받은 오른쪽 팔꿈치 수술은 일명 ‘토미존 수술’로 재활 기간이 상당 시간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 타이거스에서 강속구 투수로 활약했던 후지카와 규지 또한 같은 수술을 경험한 적 있다. 그는 “올 시즌 오타니는 투수, 타자, 외야수까지 이도류를 넘어 삼도류로 활약하고 있다”며 “이번 시즌은 피로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술 전인 2018년과 올해의 투구폼. 무게중심을 뒤로 젖히고 ‘필살기’를 던지면 팔에 크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NHK 클로즈업현대](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1/0623/1624434844335641.jpg)
한편 오타니는 ‘새로운 투구폼이 팔꿈치에 미치는 부하’를 시각화하는 테스트도 여러 번 거쳤다. 가령 오른팔에 센서가 내장된 검은 밴드를 착용하고 투구 연습을 한다. 그러면 센서가 팔꿈치의 각도와 팔의 스피드 등을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 오타니는 “팔에 가해지는 스트레스 데이터를 모은 후 1년간 적정 투구수 등 가장 좋은 ‘등판 감각’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타격 연습량도 조율하고 있다. 시합 전 팀 동료들이 프리배팅을 실시하는 가운데, 오타니 선수의 모습은 외야에서 포착됐다. “구단 수뇌진과 상의해 그 시간을 몸을 케어하는 데 쓰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오타니는 부단한 노력 및 모색을 계속하고 있다.
‘옛 스승’ 구리야마 감독은 “오타니의 진가가 발휘되는 건 지금부터가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그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돌파하는 힘이 오타니의 장점이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과에 좌우되지 않고, 지금처럼 하루하루 즐겁게 야구를 한다면 그것이 결국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옛 스승의 따뜻한 조언이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