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남순 회장-김유상 이스타 대표 ‘동향’ 연결고리…백제CC 매각설 등 자금 동원력 의구심
#성정이 우선매수권자 된 까닭
성정은 관계사로 27홀 규모의 골프장 백제컨트리클럽(백제CC)과 토목공사 업체 대국건설산업을 두고 있다. 형남순 회장은 백제CC 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그의 아들 형동훈 대표가 성정을 이끌고 있다. 형 회장 일가는 성정과 백제C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백제CC는 대국건설산업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성정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으로는 전북 남원 출신인 형 회장의 호남권 기업 인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된 전북지역의 유일한 항공사다. 형 회장은 과거 이스타항공 설립 초기인 2006년에도 인수를 시도했고, 2010년 티웨이항공(구 한성항공) 인수전에도 참여하는 등 항공업 진출에 관심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정이 우선매수권자에 선정된 과정에는 궁금증이 남는다. 스토킹호스(가계약 후 경쟁입찰) 방식 자체가 가진 장단점 때문이다. 스토킹호스는 계약의 무산을 막고 신속하게 법정관리를 종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회생기업의 매각을 원소유주에게 유리하게 진행하는 등 형평성‧공정성이 결여된 매각절차를 보일 수 있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탓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스토킹호스 방식은 매각 무산을 막을 수 있지만, 법정관리인과 수의계약한 우선매수권자가 공개입찰에 들어오는 기업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성정과 김유상 이스타항공 대표의 연결고리도 언급된다. 김 대표도 형 회장과 같은 전북 남원 출신으로, 남원‧순창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강래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12년간 근무하다 19대에 이상직 의원(전북 전주을)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6년 7월 이스타항공 미래전략실장으로 취임했고, 지난 1월 중순 최종구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자 이스타항공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1월 29일 공정한 회생절차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회생 관리인에서 김 대표 등 이스타항공 경영진을 배제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유상 대표가 우선매수권자를 찾는 과정에서 인수 의사를 타진한 성정과 접촉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김 대표는 정재섭 구조조정전문가와 함께 법원에서 선임한 회생관리인이다.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에 따르면 회생관리인은 회생절차의 진행 주체로 회생계획의 수행은 물론, 능동적으로 신규 자본을 물색‧유입하거나 다른 우량기업과 인수‧합병을 이룩함으로써 회생에 기여할 수 있다.
김유상 대표는 “우선매수권자 선정 과정에서 의문을 가질 만한 것은 없다”며 “여러 곳과 접촉했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성정이 강하게 인수 의사를 밝혀준 덕분에 우선매수권자로 선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이 애초 스토킹호스 방식을 추진했으나 성정이 조건부 인수 예정자로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당초 시장에서는 이스타항공 부채 규모 등을 이유로 본입찰 유찰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자금 동원 문제없다” 백제CC 매각설 부인
성정의 자금 동원력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형남순 회장은 “이스타항공을 5년 안에 정상화하겠다”며 인수 및 향후 자금 동원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그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지난해 성정의 매출액은 59억 원, 영업이익은 5억 5000만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억 8000만 원, 자산총계는 315억 원이다. 관계사인 백제CC와 대국건설산업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각각 178억 원(영업이익 59억 원), 146억 원(영업이익 6800만 원)이다.
1100억 원의 인수대금으로 800억 원의 공익채권(체불임금‧퇴직금 등)을 변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많지 않다. 이외에도 이스타항공은 1800억 원가량의 회생채권(항공기 리스료‧공항사용료 등)이 남아있고, AOC(항공운항증명) 재발급 등 향후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도 엄청난 신규 운영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형남순 회장이 자금 확보를 위해 백제CC를 매각하려 한다는 설이 구체적인 금액과 함께 제기됐지만, 형 회장은 “자금조달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매각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개인 자산 등 자본력이 풍부해 백제CC 매각을 고려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
앞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형 회장이 당장 자금조달을 위해 백제CC를 매각하면 전 재산을 털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게 되는 셈”이라며 “이스타항공과 백제CC를 연계한 관광사업 확대 구상이 있었던 데다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백제CC를 매각하기는 어렵지 않았겠느냐”고 전했다.
김유상 대표는 성정의 자금 동원 우려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향후 1500억 원 내외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성정은 FI(재무적투자자)를 고려하지 않고 단독으로 인수를 진행할 정도로 자금력에 자신감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수금액 1100억 원을 투입해 공익채권을 변제하고 관계인집회를 마무리하면 이스타항공에 남는 부채는 성정이 DPI금융(회생기업 신규자금 지원) 대출을 해주기로 한 100억 원뿐”이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