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 앞다퉈 직항 재개…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변수
#항공 뜨면 사람도 떠난다
항공사들은 매월 운항 계획을 세워 국토부 허가를 받는데 실제 운항 스케줄은 대부분 그 전 달에 확정된다. 항공사의 노선 재개를 국토부가 관장하다 보니 정부의 관광 정책 방향도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6월 9일 “국토부와 문체부는 국가 간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방역 당국과 협력해 방역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항공사들의 운항 재개 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항공사들은 먼저 트래블 버블 유력 지역으로 꼽히는 괌·사이판 노선 재개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제주항공은 이미 6월 8일 인천-사이판 노선을 한 차례 운항했다. 주 1회 정기편 운항허가를 받았으며 7월 24일부터 주 1회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괌 노선 운항 재개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7월 24일부터 인천-사이판 노선을 1년 4개월 만에 재개한다. 174석 규모로 주 1회 오간다. 에어서울은 8월 12일부터 인천-괌 노선을 주 2회 운항하고, 에어부산은 9월 중 괌 노선을 운항하겠다고 예고했다. 티웨이항공은 7월 29일엔 사이판, 7월 31일엔 괌 운항을 주 1회 일정으로 재개한다.
대한항공은 아직 구체적 노선 재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괌‧사이판‧하와이 등의 휴양지를 최우선 목적지로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진에어는 코로나19 시국에도 예외적으로 괌‧사이판 노선에 대해선 주 1회 계속 운항해 왔다.
반면 태국 푸켓의 경우 7월 1일부터 백신 접종을 마친 외국인에게 여행을 전면 허용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푸켓 직항편이 없고 제3국을 경유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행이 쉽지 않다. 당장 푸켓에 가려면 인천-홍콩·싱가포르-푸켓 노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이 유독 괌‧사이판 노선을 앞다퉈 띄우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2019년 괌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약 75만 명이며 사이판을 방문한 한국인도 약 30만 명에 이른다. 양국 관광시장에서 한국인 관광객의 점유율이 상당하다. 그만큼 상시 수요가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실제 여행객 수요 예상이 아직은 어려운 만큼 비교적 수요가 안전한 노선을 움직이겠다는 공산이다. 초기엔 신혼여행객부터 움직이고 전 국민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가족 여행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단체여행도 나쁘지 않아
괌과 사이판 양국의 방역상황도 양호한 편이다. 사이판 등 북마리나제도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현재까지 183명에 불과하다. 5월 27일부터는 추가 확진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률도 6월 23일 기준 60%를 넘겼다. 더불어 사이판의 안전 단계도 가장 안전한 녹색 단계로 격상됐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는 백신 접종률 70%도 7월 내에 달성될 것으로 예상돼 현지에서도 관광시장의 부분 재개를 준비 중이다. 관광 상품에 따라서는 외래 관광객에게 두 차례 PCR 진단 검사비도 지원한다.
현재 우리 정부는 ‘단체여행’을 전제로 해외여행의 빗장을 푼다는 방침인데 괌‧사이판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도 주로 리조트 내에서 자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 개별여행을 선호했던 사람이 단체로 떠나더라도 리조트에서 개인 시간을 누릴 수 있어 패키지 여행에 얽매이는 기분을 덜 느낄 수 있다. 여행사 입장에선 관광객의 이동제한이 쉽고 방역상황 체크도 원활하다는 이점이 있다.
항공이 뜨자 본격적인 여행사 상품도 나왔다. 참좋은여행은 백신 접종자를 위해 진에어를 이용하는 괌 4박 5일 상품을 출시했다. 첫 출발일이 오는 7월 21일로 여행사 중 가장 빠르다. 9월 18일 추석 연휴까지 총 9차례 출발 예정이다.
모두투어도 추석 연휴 기간에 떠나는 괌‧사이판 여행 상품을 내놨다. 연휴 첫날인 9월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4박 5일 상품이다. 예전처럼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여행객이 리조트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식사 등을 포함한 올 인클루시브 상품과 노팁·노옵션·노쇼핑 상품을 내세웠다. 추석연휴 기간 중 총 3회 출발한다.
하지만 아직 변수가 존재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무섭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2020년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인 알파 변이 바이러스보다 60% 전염력이 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국에서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다시 문을 걸어 잠글 수도 있다는 뜻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에 따라 우리 정부의 방역지침이나 출입국 관련 정책도 바뀔 수 있는 만큼 재취항 일정의 변경 가능성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