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여고괴담’ 시리즈 팬, 캐스팅 제의 들어오자 “내 인생 멋있게 굴러간다” 감탄도
― 첫 연기 도전을 ‘여고괴담 6’으로 하게 됐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너무 영광이었죠. 사실 작품을 보고 나서는 ‘정말 가야할 길이 굉장히 멀구나, 쉬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큰 스크린에 제가 나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웃음). 저는 제 역할인 재연이 역에 진짜 많이 만족했거든요. 사실 귀신 영화는 귀신이 주인공이잖아요(웃음). 그런데 현대 여고생 역할도 한 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극 중에서 반장 역할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했어요.”
― 재연은 극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그 정체와 진실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인데, 그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궁금해요.
“가장 죄가 없고 순수한 아이가 한을 품으면 어떻게 될까…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한없이 착한 아이가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한을 품으면, 어떤 식으로 표정을 짓고 어떻게 행동할까. 그걸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게 기억나요.”
― 뮤지션으로 활동하다가 배우로 전향한 분들을 보면 연기할 때 음악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하던데, 형서 씨도 그런 편인가요?
“제가 음악을 평소에 많이 듣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렇진 않았어요. 다만 재연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서 길거리를 많이 돌아다녔어요.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요.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에 정말 무서운 일이 일어나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면서요. 촬영하고 있을 때 광주에 내려가 있었는데, 여유 시간이 있으면 그냥 숙소를 나와서 모르는 거리를 마구 돌아다녔던 기억이 나요. 슬리퍼 신고 다니면서 떡볶이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됐는데 고등학생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표현이 재밌네요.
“제가 고등학생 때는 다른 여고생보다 좀 염세적인 부분이 있었거든요(웃음). 중학생 때부터 어둡고 음침한 아이였기 때문에 (연기를 하기 위해서) 다른 애들이 어땠는지를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고괴담 6’에서는 재연이 겪게 되는 상황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상황 이전에 그 아이가 보여줘야 할, 정말 해맑고 티 없는 아이들의 얼굴을 상상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그랬나 봐요(웃음).”
― 이번 ‘여고괴담 6’에 출연한 배우들은 대부분 ‘여고괴담’ 세대가 아니죠. 혹시 전편을 본 적이 있나요?
“저 ‘여고괴담’ 1편부터 3편까지 엄청 좋아해서 어렸을 때 봤어요. 동생이 공포영화를 좋아해서 둘이 자주 보기도 했어요. 저는 특히 3편 ‘여우계단’을 좋아해요. 배우님들의 연기도 너무 찰떡이고 내용도 너무 재밌고. 그래서 제가 ‘여고괴담 6’에 캐스팅 됐다는 것 자체가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라서 믿기가 어렵더라고요. 딱 그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멋있게 굴러가지?’(웃음).”
― 함께 한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도 궁금해요.
“아무래도 역할 때문에 저는 김서형 배우님 빼곤 현장에서 거의 마주친 적이 없어요. 얼마 전에 시사회에서 다들 화사하게 인사하시는데 저도 끼고 싶어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고 그랬어요(웃음). 더 친해지고 싶어서 제가 막 일부러 말도 더 걸고… 김서형 배우님은 정말 너무 좋으신 분이었어요. 뙤약볕 아래서 촬영하는데 시원한 차에 태워주시고 저희 아이스크림도 사주시고(웃음). 저에게 ‘너는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니?’ 라고 물어보셔서 ‘하고 싶어요!’ 하니까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해’라고 말씀해주신 게 너무 기뻤어요.”
― 이번 ‘여고괴담 6’도 그렇고 ‘여고추리반’도 그렇고 가수 활동 외의 모습을 보고 팬들이 많이 유입됐어요. 특히 여성 팬들은 형서 씨의 거침없는 말에 열광하는데, 이런 지지와 응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 성격 자체가 엄청 거침없고 그렇진 않아요(웃음). 일부러 텐션을 높이는 거죠. 저는 재밌는 게 좋아요. 재밌잖아요, 그런 말들이. 요즘엔 여성 연예인, 여성 배우 이렇게 성 역할을 나누고 ‘여배우가 담배 핀대’ ‘여가수가 욕을 한대’ 이러면서 그럴 것 같지 않았던 이미지의 사람이 그러면 더 욕을 먹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보여주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는 막 나와서 강하게 말하고 그러는데 '쟤 남친 있대, 담배 핀대, 욕 한대' 누군가 그렇게 말해도 그냥 ‘당연히 할 것 같지 않아?’ 하면서 욕을 안 먹잖아요(웃음). 그냥 솔직하냐, 아니냐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어요.”
― 가수 BIBI로서의 나와 배우 김형서로서의 나를 만드는 건 뭘까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 꿈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사회성이 별로 없어서 다른 사람들, 특히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몰랐거든요. 그래서 미리 어떻게 대할지 대사를 정해놓거나 항상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고 그랬죠. 어렸을 땐 거울을 보면서 내일 친구들한테 얘기할 때 어떻게 웃고 말해야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지 이런 식으로 정해놓고 가기도 했고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 편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고 또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자랐더니 가수로 데뷔하고 나서도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사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부분을 어렸을 때부터 미리 공부한 거잖아요. 그 덕에 가수나 예능인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