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씨 문체부 공모 당선 특혜 의혹 적극 해명…“반응하면 싸울 거리 던져주는 꼴” 우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아들이자 미디어 아트 작가인 문준용 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 공모에 당선돼 지원금을 받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문 씨의 국정감사 출석을 주장하고 나섰다. 문 씨는 실력으로 당선됐다는 입장을 밝히며 적극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여권에서도 문 대통령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논란의 발단은 문준용 씨가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 기술 융합 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문 씨는 6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02건의 신청자 중 저와 비슷한 금액은 15건이 선정되었다고 한다”며 “이 사업에 뽑힌 것은 대단한 영예이고 이런 실적으로 제 직업은 실력을 평가받는다”고 밝혔다. 문 씨는 지원금 6900만 원을 받게 됐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자녀가 정부 지원 사업 지원금을 받은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배현진 의원은 6월 22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표 뉴딜이라고 지원 예산을 47억 원 넘게 증액한 사업인데 고작 몇 분짜리 면접 영상도 남기지 않았다고 문예위가 주장한다. 이런 것을 확인해야 할 예산 감사 역할이 국회에 있다”며 “심사받은 분들, 심사 관여한 분들 국감장으로 모시겠다. 탈락자들도 모실 것”이라고 했다.
문 씨는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문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그것 보세요. 대통령 아들이란 국회의원이 기분 나쁘면 언제든지 국감에 부를 수 있는 국민 중 한 사람일 뿐”이라며 “국회의원이 아무 근거 없이 저를 국감에 불러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저에게는 특혜가 있을 수 없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씨는 “미술 작가가 지원금을 신청하는 것은 운동선수가 대회에 나가는 것과 같다”며 “저에게 국가 지원금을 신청하지 말라는 것은 운동선수에게 대회에 나가지 말라는 것과 같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문 씨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대선 경선 땐 문 씨가 2007년 6월 고용정보원에 채용된 것을 두고 공방이 오갔다. 2019년 8월엔 문 씨가 개인사업자로 설립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에프엑스FACTORY(팩토리)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코딩 교육 교재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납품한 것을 두고 야권이 문제를 삼았다. 문 씨는 미디어 아트 작가로서 지난해 서울시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금 1400만 원,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지원금 30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문 씨는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엔 문 씨 반박이 ‘녹취록 유출’이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문 씨는 심사 과정에서 대다수 지원자와 달리 자신이 이름을 한 번 더 강조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즉각 입장을 밝혔다. 문 씨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녹취록을 보니 면접 심사 당시 사무처 직원이 ‘참석자 소개 및 지원 신청한 사업 설명 부탁드립니다’라고 먼저 이야기했다. 자기소개 첫 마디가 이름인 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외부에 유출할 수 없는 녹취록을 어떻게 봤느냐는 지적이 나왔고, 문 씨는 “곽상도 의원이 이미 언론에 유출한 것”이라며 “그것을 보고 얘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배현진 의원은 문 씨의 말을 재차 반박했다. 배 의원은 “곽상도 의원 공개 문서에도 문예위의 국회 제출 문서 그 어디에도 ‘녹취’라고 써진 게 없다”며 “오고 간 워딩 그대로 속기하는 ‘녹취록’과 배석 직원이 임의대로 줄여 쓴 ‘회의록’은 엄연히 다른 자료”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회법상 정부 기관, 부처의 자료를 제공받아 의정 활동을 한다. 상임위 상관없이 지원자인 준용 씨가 녹취록을 봤다면 매우 다른 문제”라며 “청와대가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권에선 이유야 어떻든 대통령 아들이 언론에 자꾸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껄끄러워하는 기류다. 사실 대통령이 자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자녀가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은 자녀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정권 말기 불거진 대통령 자녀의 비리나 특혜 의혹은 레임덕을 초래하는 데에 한몫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993년 20만 달러를 밀반입한 뒤 11개 은행에 불법 예치한 혐의로 미국 법정에 서면서 타격을 입었다. 노소영 관장은 당시 미국 법원으로부터 예치금 몰수와 1년 보호관찰이 붙은 조건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1년 뒤 노 관장이 밀반출한 돈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일부로 밝혀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조사를 받았지만 처벌받지는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 씨는 부친 재임 기간 중 기업인들에게 66억여 원을 받고 12억 원가량을 탈세한 혐의로 1997년 구속기소됐다가 이후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돼 논란을 일으켰다. 김 씨는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0억 원을 받은 혐의로 두 번째로 구속기소됐다가 2007년 재차 사면·복권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녀 문제로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대통령이다. 첫째 김홍일 씨는 부친 퇴임 뒤 나라종금에서 1억 5000만 원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둘째 김홍업 씨는 이용호 G&C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당시 이권청탁 대가로 47억여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아버지가 재임 중이던 2002년 구속기소 됐다. 셋째 김홍걸 의원은 ‘토토’의 전신인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36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2002년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씨는 2007년 미국 뉴저지 포트 임페리얼아파트를 매수하면서 100만 달러를 미국으로 불법 송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아들 노건호 씨는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2009년 대검 중수부에 참고인 자격으로 두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는 정권 말기인 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 때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씨는 이 전 대통령 친형 이상은 씨로부터 6억 원을 빌려 내곡동 사저 부지를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당시 특검은 이 전 대통령 실소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다스가 6억 원의 출처라고 의심했다. 특검은 이 씨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했고, 증여세 포탈 부분은 국세청에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다스를 둘러싼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이 문준용 씨를 둘러싸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배 의원께 ‘뻥이요’ 과자를 가져다드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문제가 있다는 근거를 전혀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같은 억지 주장이 계속된다면 대통령 아들은 아무런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여권 대선 주자인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또한 “정당이 서로를 공격하고 의혹을 제기할 순 있지만 현재 발생한 정쟁은 과도하다고 본다”며 “그 전 대통령 자녀들의 범죄 행위와는 다른 논란이라고 본다. 범죄 행위가 발각되거나 한 경우엔 적극 처벌해야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자녀 문제를 계속해서 거론하는 건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권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문 씨의 적극 대응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예전의 자녀 문제와 달리 다음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면서도 “국민의힘은 아마 이 문제를 대선까지 끌고 가고 싶어 하는 거 같기도 한데, 문준용 씨가 계속해서 거기에 반응하는 건 싸울 거리를 던져주는 꼴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진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임기 말이라 저쪽에선 더 세게 물고 늘어질 것”이라며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게 민주당 입장에선 당연히 좋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