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조정 땐 ‘특혜’ ‘헐값 매각’ 논란 부를 듯…해외사업 주춤해 인수 실익 크지 않다는 의견도
#대우건설 매각의 향방은?
7월 1일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매각 재입찰을 결정했다. 응찰가격 차이가 너무 큰 것이 재입찰 배경으로 꼽힌다. 향후 우선협상대상자는 계약 이행금 500억 원을 내고 상세 실사를 거쳐 최종 인수 조건을 협상한다. 이때 가격 조정의 배타적인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6월 25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컨소시엄 등 2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서 주당 1만 1000원에 2조 3000억 원 규모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1조 8000억 원을 써낸 DS네트웍스 컨소시엄보다 5000억 원가량 많은 금액을 써내면서 인수를 코앞에 뒀다. 호반건설이 막판에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중흥건설의 과감한 베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입찰을 거쳐 중흥건설이 최초 제시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에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면 재입찰을 통해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DS네트웍스가 제시한 가격에 매각이 성사된다면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대우건설에는 3조 2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연내 매각 작업을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이번 매각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매각 주관사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를 선정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본입찰 일정을 잡았다. 투자설명서(IM) 배포, 예비입찰, 적격예비인수 후보 선정, 경영진 프레젠테이션 및 현장 실사 등을 생략한 것이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졸속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매출액 8조 원이 넘는 건설사의 인수금액을 25일 만에 결정해 입찰서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정상적이지 않다”며 “또 다시 잘못된 매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노조는 향후 이번 매각과 관련해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산업은행은 현재를 대우건설 매각의 적기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14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 매각 여건이 조성되는 듯 보인다”며 “수익성이 개선됐고, 안정됐고, 숨은 잠재부실도 거의 정리된 것으로 시장에서도 인정했다. 투명성이 개선돼 신뢰성도 높아졌다. 시장의 평가가 반영돼 주식가격이 많이 뛰었다”고 말했다.
‘대물’ 대우건설 매각으로 인해 업계 판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자산총액 규모는 19조 540억 원으로, 재계 서열 21위가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자산총액은 각각 9조 2070억 원, 9조 8470억 원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6위였던 대우건설에 중흥토건(15위)과 중흥건설(35위)을 합하면 평가 순위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은 3위가 된다. DS네트웍스는 곧바로 종합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발돋움할 수 있다.
#또 다시 ‘승자의 저주’?
이번에도 ‘승자의 저주’ 우려는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부침을 겪은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했지만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대우건설을 다시 떠안은 산업은행은 2017년 공개 매각을 진행했다. 당시 호반건설에 인수될 뻔했으나 결국 해외 사업장 부실이 드러나면서 매각은 물거품이 됐다.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해외사업을 하는 대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주택사업과 달리 해외사업은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술력을 지닌 대우건설이 현재 해외사업 리스크로 인해 주택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주택사업을 위해 해외사업부 직원들을 전환 배치하면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해외사업 부실로 인해 국내외 사업부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부상하기도 했다. 앞서 2018년 KDB인베스트먼트는 해외 플랜트 사업으로 인한 우발채무를 줄이기 위해 수익성 낮은 수주를 막았다. 당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해외사업장에서 드러난 3000억 원대의 우발채무를 이유로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실제 대우건설은 매각에 앞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주택사업 수주를 확대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만 총 7개 정비사업에서 1조 7372억 원을 수주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전체 수주액(8728억 원)의 2배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주택사업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은 각각 72.7%, 97.2%에 달했다. 나머지 토목과 플랜트의 매출 비중은 각각 15%, 9%에 그쳤다. 2016년 비교하면 주택(52.1%) 비중이 상당히 늘어났다. 주택사업을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면서 매각 전 리스크를 낮췄다는 평가다. 부채비율은 2016년 365.1%에서 지난해 248%까지 낮아졌다.
최근 주가는 치솟았다. 지난 6월 장중 52주 최고가인 9540원을 찍었다. 대우건설 최저입찰가는 주당 9500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호반건설이 매각을 철회한 이후 2018년부터 2020년 초까지 대우건설 주가는 4000~50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2250원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택사업도 상황을 낙관하기 힘들다. 국내 주택공급 시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실제 도시정비사업 규모는 2017년 28조 5000억 원에서 2018년 23조 3000억 원, 2019년 17조 3000억 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도시정비사업 공급량이 결정되지만, 전체 주택시장 자체가 줄어든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 1인 가구 증가, 공공개발 확대 등의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현 시점에서 입찰 건수나 공급량을 보고서 향후 3~4년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