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몫 증자 계획 돌연 철회…스튜디오산타클로스 “대주주 간 분쟁 막기 위한 조치”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당초 최대주주 에스엘바이오닉스(30억 원)와 일반투자자 넥스아이디랩(20억 원) 등 3자에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50억 원 규모의 증자를 진행하고, 일반공모를 통해 608억 원의 자본증식을 계획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은 철회하기로 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2대주주 엔에스엔이 제3자 배정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자, 회사 측은 대주주 간 법정 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계획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급등한 주가 탓에 발행가액이 높게 책정된 제3자 배정 물량을 부담하지 않아도 돼 에스엘바이오닉스에는 되레 긍정적인 요인이 됐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주당 2715원이었다. 일반공모 예정 발행가액 1690원보다 60% 높은 가격이다.
해당 지분 발행가액은 지난 5월 30일~6월 29일 종가의 평균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해당 기간인 지난 6월 24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진행 계획을 공시했다. 시가총액 1000억 원인 회사에서 무려 600억 원이 웃도는 대규모 유상증자다.
유상증자 소식은 기존 주식 가치가 희석될 것이 우려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영향으로 발행가액 산출 기준이 되는 주가가 낮아져 발행가액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최대주주가 참여한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 기간에 일반공모 공시를 낸 것이 발행가액을 낮추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뒷말이 적지 않았다.
차상진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기준 주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발행가액을 낮추는 경우가 있다”며 “비록 입증이 어려워 고소 고발을 해도 기소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관계자는 “주가는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 유상증자 공시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이론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사 측 설명처럼 실제로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후 되레 올랐다. 일반공모 유상증자 공시일인 지난 6월 24일 2445원이던 주가는 같은 달 29일 3280원으로 상승했다. 3일 사이 주가가 34% 급등한 것. 그 결과 일반공모 유상증자 발행가액(예정)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높아지면서 최대주주 에스엘바이오닉스로서는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
7월 2일 2대주주인 엔에스엔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신주발행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다툼으로 비쳤지만 둘의 지분율을 감안하면 경영권 다툼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이 둘 간 지분 격차는 1%포인트(에스엘바이오닉스 21.83%, 엔에스엔 21.22%)지만, 에스엘바이오닉스가 가지고 있는 전환사채를 지분으로 판단하면 에스엘바이오닉스 지분율은 21%포인트 더 상승해 둘의 지분 싸움이 의미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에스엔이 소를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엔에스엔은 유상증자에서 자신들이 배제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 제기로 에스엘바이오닉스가 제3자 배정 물량을 포기하고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지난 6월 30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기존 주주와 일부 이사들의 반발이 있었던 터라 증자 참여 계획을 철회하면서 이마저도 잠재운 소득도 있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회사가 증자를 취소하는 것은 회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기 때문에 증자를 취소하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다”며 “다만 직접적으로 신주 발행 취소에 따른 ‘페널티’는 없다”고 말했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포기하는 대신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130억 원가량의 주식 763만 9067주를 취득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취득하면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지배력은 한층 더 강화된다.
이렇다 보니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확정 발행가액에 눈길이 쏠린다. 청약일 전 과거 3거래일부터 5거래일까지 가중 산술평균을 산출해 할인율 30% 적용, 발행가액을 확정한다. 발행가액 확정일은 7월 29일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