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강요미수 혐의 제대로 입증 안돼”…‘한동훈 무혐의’ 결재 미룬 이성윤 비판론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동재 전 기자와 유착했다는 의혹으로 부산고검 차장검사에서 법무연수원으로 보직 배제됐던 한동훈 검사장 처분을 하지 않았던 서울중앙지검으로 비판의 화살이 향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은 여러 차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 의견을 보고했지만,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이 이를 묵살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뒤늦게라도 움직일지 법조계는 주목하고 있다.
#재판부 “구체적 해악 고지로 보기 어려워”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백 아무개 채널A 기자는 취재원 지 아무개 씨에게 “구속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설득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정보를 알려달라”고 강요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5차례 편지를 보내면서 ‘가족도 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유 이사장의 비리 혐의를 제보하라”고 강요한 혐의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친분도 과시했다는 게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5월에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기자에게 징역 1년 6월을, 백 아무개 기자에게는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이 전 기자는 “공익 목적으로 취재한 것이고, 유시민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리고 16일,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철 전 대표에게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하며 강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전 대표 입장에서 이 전 기자가 검찰 수사를 좌우할 수 있다고 인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전 기자가 만난 전달책 제보자 지 씨를 통해 이 전 기자의 요구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백 기자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추가로 “특종 욕심으로 구치소 수감 중인 이 전 대표를 압박하고 가족 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 선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취재원을 회유하려 한 것으로, 취재윤리를 명백히 위반해 도덕적 비난이 가능하다”면서도 “언론의 자유가 우리 사회의 최후 보루라 취재과정을 형벌로 단죄하는 것에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지, 피고인의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님을 명심해 달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과 정의를 쫓는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라”고 지적했다.
‘유죄’를 예상했던 분위기가 팽배했던 터라 ‘예외’라는 평이 나온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강요미수라는 혐의가 처벌이 약해서 그렇지, ‘미수’와 ‘강요’를 구분해서 보면 생각보다 적용 범위가 넓을 수 있고 이번 사건은 국민적 여론이 검찰과 언론에 불리하게 형성돼 있어 집행유예 정도를 예상했었다”며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을 보고 판사가 언론의 자유를 넓게 봐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한동훈 검사장은?
자연스레 법조계는 검찰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동재 전 기자가 ‘친분을 과시했다’는 대상으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은 아직 수사 관련 처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내에서는 ‘이 전 기자 혼자 친분을 시사했다’는 게 중론이다. 검언유착 사건으로 불렸지만 실제 검찰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고, 이 전 기자 역시 ‘한동훈 검사장에게 미안하다, 상관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판단을 미뤘다. 논란 직후 부산고검 차장검사에서 직무 배제된 뒤 한 검사장은 법무연수원과 사법연수원 등 한직으로 발령받아 왔다. 보통 검찰은 함께 고발된 사건의 피고발인 또는 피의자들의 기소 및 무혐의 처분은 함께 내리지만, 계속 미뤄졌다. 올해 1월, 수사를 맡았던 변필건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필두로 수사팀이 여러 차례 ‘검언유착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지만, 이성윤 당시 지검장은 결재를 미뤘다. 이에 수사팀이 사전 허락 없이 전자결재를 올려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하다가 한동훈 검사장을 몸으로 제압, 독직폭행 혐의를 받은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현 울산지검 차장검사)은 기소됐고, 7월 9일 결심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 받았다. 그 후 인사와 함께 이성윤 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했지만, 여전히 한 검사장은 검찰로부터 어떤 처분도 받지 못했다. 검찰은 물론, 법조계 전반에서 검언유착 사건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윤석열 견제 시도가 빚은 촌극’이라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잡고 싶었던 것은 한동훈 검사장 그 자체가 아니라,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 한동훈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기자에서 시작해 검사장으로 이어지는 ‘의혹’을 덥석 선택해 ‘수사하라’고 친정권 성향 검사에게 지시를 했는데 결국 입증이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다 보니 여전히 한동훈 검사장 처분을 못 내리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