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경쟁 환경에 정체성 모호 지적…마켓컬리 “여전히 상승세, 경쟁력 강화 중”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주요 증권사들에 배부했다. 앞서 컬리는 지난 9일 2254억 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 유치 소식을 알렸다. 컬리는 8월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컬리는 당초 미국 상장을 추진했다. 올해 3월 삼성증권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외국계 증권사와 손잡았지만, 다시 국내 사장으로로 방향을 틀었다.
컬리의 대표 서비스는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 현관문 앞까지 신선식품을 배달해주는 ‘샛별배송(새벽배송)’이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가 시도하지 않던 서비스로 ‘강남 주부들의 필수앱’으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2015년 설립 이후 급성장했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만 20세 이상 개인의 카드와 소액결제 등 결제액을 토대로 마켓컬리의 올 상반기 결제추정금액을 계산한 결과 684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7% 증가했다.
#급성장 중인 컬리, 흥행 여부는 물음표
서비스 론칭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마켓컬리지만 상장 흥행을 두고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감지된다. 사업 초기와 달리 이미 신선식품 빠른 배송은 SSG닷컴(쓱닷컴)과 롯데온, GS리테일, 쿠팡 등 여러 업계가 후발주자로 뛰어든 상황이다. 상장은 가능하겠지만 흥행까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가 평일 새벽배송은 물론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도 위협 요인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대형마트가 통신판매를 하는 경우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통과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유통 대기업 규제 강화를 외쳐온 여당발 법안인 데다 야당도 동의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업체들이 새벽배송은 물론 즉시배송도 하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을 가진 쓱닷컴과 롯데온 등 유통 대기업과 쿠팡 등 물류강자가 막강한 바잉파워와 물류 경쟁력으로 밀고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컬리 입지가 줄었다”고 진단했다.
마케컬리만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도 회의론의 또 다른 배경이다. 마켓컬리는 라구소스나 스키야키(일본식 전골요리) 소스 등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일반 이커머스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신선식품으로 강남 주부들, 맞벌이 직장인 여성 등 특정 고객층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프리미엄 식재료 전문 앱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최근 여행·가전·뷰티 제품 등 단가가 높은 상품군을 판매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상장을 앞두고 단순히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판매 카테고리를 우후죽순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은 성격이 중요하다. 프리미엄 식료품 전문 앱이라는 기존 차별화된 성격에서 벗어나 일반 종합몰과 다를 바 없이 돼버려 컬리만의 강점과 색이 옅어졌다”고 꼬집었다.
수익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쓱닷컴의 경우 전국적으로 포진한 대형마트와 시너지를 통해 다양한 카테고리와 배송 인프라를 확충하면서 매출이 급증하는 동시에 손실폭이 급감하고 있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지난해까지 매출 증가와 함께 손실도 계속 늘었다.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언급된다. 지난해 말 공시 기준 김슬아 대표가 보유한 컬리의 지분율은 6.67%에 그친다. 이번 시리즈F 투자 유치로 김 대표 지분율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계 벤처캐피털(VC)의 지분이 50%가 넘어, 상장 이후 투자자들의 경영 간섭으로 사업 전략과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VC나 창업주 입장에서는 상장 이후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면 지분 털고 나가면 되는데, 이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컬리에 투자한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지금도 경영권 간섭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사업 방향이 프리미엄 식재료에서 종합몰로 나아간 배경에 투자자들의 매출 증대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초 타이틀에 높은 인지도…흥행 문제없어" 반론도
물론 반론도 있다. 쿠팡도 당장 흑자 구조가 아니지만, 사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글로벌 시장 투자자들이 달려들었다. 경쟁이 치열해지긴 했지만 '최초'라는 타이틀에 여전히 신선식품 부문에서는 타사 대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높은 인지도도 흥행을 점치는 배경 중 하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초로 로켓배송을 선보인 쿠팡처럼 컬리도 식재료 새벽배송 선두주자로서 이름을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만큼 인지도가 높다”며 “IPO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또 다시 새로운 비즈니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면 흥행은 문제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마켓컬리 측은 국내 상장으로 유턴한 것을 두고 당초 미국과 한국 가리지 않고 가능성을 보고 있었고 국내에서 스타트업이나 적자기업에 대한 상장 규제가 완화되면서 그에 따라서 방향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비식품 분야 진출과 관련해서는 고객들의 요구와 제휴를 요청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분야가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상실 우려와 관련해서는 사업적 측면에서 투자자들이 간섭한 경우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마켓컬리 관계자는 “다른 유통업체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많이 진출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오직 마켓컬리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프리미엄 위주에서 일반적인 상품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