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달리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무산 당시 실형 예견돼…“대선 영향 최소화, 서둘러 선고한 듯”
변호인단은 항소심 재판부도 고심했던 경제적공진화모임 대표 김동원, 일명 드루킹과 김 지사와의 공모관계를 깨는 데 집중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공모관계를 엄격히 따지는데 김 지사는 암묵적인 허락도 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대법원을 설득했다. 하지만 사건이 배당된 대법원 소부 3부와 주심을 맡은 이동원 대법관은 큰 이견 없이 그대로 김경수 지사의 유죄를 확정했다. 경남지사직 상실이 확정된 김경수 지사는 곧 구속될 예정이다.
#대법원, 징역 2년 실형 그대로 확정
대법원(주심 대법관 이동원)은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된 김경수 지사에 대해 “피고인과 특별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단으로, 김경수 지사는 2심에서 내려진 징역 2년의 실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등과 공모,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 기사의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일명 ‘킹크랩’)을 이용해 2018년 6월 13일 실시될 예정이었던 제7회 지방선거 관련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을 함으로써 피해자 회사들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유죄로 보면서도 판단이 갈렸다. 1심 재판부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징역 2년)와 공직선거법 위반(징역 10월 및 집행유예 2년) 모두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에 대해서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해 김 지사의 무죄 주장과 허익범 특검팀의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김 지사와 드루킹 등 사이에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순위조작 범행에 관해 공동가공의 의사가 존재하고, 김 지사에게 위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므로 김 지사는 공모공동정범으로서 위 범행에 가담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라는 요건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특정 선거와 특정 후보자의 존재 및 그와의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이익 제공의 의사를 표시할 당시 지방선거에 특정 후보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원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초호화 변호인단 전략 실패
당초 함께 범행을 도모했다고 볼 수 있는 판단 근거 지점인 ‘기능적 행위지배’가 없었다는 점을 내세워 무죄를 주장했던 김 지사 측의 초호화 변호인단의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상훈 전 대법관까지 투입된 변호인단은 대법원에 “드루킹이 혼자 한 행위일 뿐, 김 지사와 함께 공모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대법원은 김 지사가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허익범 특검은 “정치인이 사조직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조작 행위를 관여하여 선거운동에 관여한 책임에 대한 단죄이며 앞으로 선거를 치르는 분들이 공정한 선거를 치르라는 경종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원의 판단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형으로 구속될 처지에 놓인 김 지사는 대법원의 판단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안타깝지만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는 더 이상 진행할 방법이 없어졌다”며 “법정 통한 진실 찾기가 막혔다고 해도 진실이 막힐 순 없다. 저의 결백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최종 판단은 국민들의 몫으로 넘기겠다”고 항변했다.
#소부 판단에서 끝?
대법원에서 ‘21일 소부에서 그대로 선고한다’는 내용을 언론에 알렸을 때부터, 유죄 확정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재명 경기지사 사건처럼, 무죄로 뒤집히려면 몇 가지 단서들이 보였어야 했는데 그런 지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허위사실 공표죄로 항소심까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2020년 7월 16일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무죄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는데, 그는 소부에서 의견이 엇갈린 탓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고 결국 7 대 5로 무죄를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지사는 달랐다. 애초 기대했던 전원합의체 회부는 무산됐다.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이견’이 없었다는 의미다. 게다가 주심인 이동원 대법관은 현재 진보 성향이 다수인 대법관들 사이에서, 가장 보수적이라고 손꼽히는 인사이기도 하다. 7 대 5로 무죄 의견이 다수였던 이재명 지사의 상고심에서도 유죄라는 의견을 냈고,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에서도 반대 의견을 내면서 “법질서를 무시하며 자신만의 정의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며 다수 의견을 비판한 바 있다.
선고 전에 이미 ‘김 지사 실형 확정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대법원 안팎에 돌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대법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상고 결정 후 8개월 만에, 그것도 소부에서 판단이 확정될 수 있었다는 것은 생각보다 대법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었고 앞선 재판부의 판단에 대부분이 납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7월에 선고를 한 것은 내년 초 대선을 앞두고 오해의 소지를 최대한 불식시키기 위해 가급적 빨리 선고를 한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