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상 더 좋지만 임상 많지 않아 지켜봐야, 변이 대응 3회 접종 연구중…백신, 일상 찾는 유일 길”
더군다나 최근 화이자 백신을 교차접종 한 뒤 50대 현직 경찰 간부가 사망했고 이어 기저질환이 없던 A 씨가 교차접종 이후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어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선 바 있다. 7월 중순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1일 최다 확진자 기록을 거듭 경신하고 있다. 방역 체제 유지 1년 6개월이 지나면서 국민들도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요신문은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를 직접 만나 교차접종에 대한 궁금증과 코로나19 종식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국내에서 76만 명이 교차접종 대상이라고 한다. 교차접종 이후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백신 교차접종을 대규모로 하는 나라는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교차접종은 우리나라보다는 유럽이나 캐나다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교차접종이란 게 처음 시작된 것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희귀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AZ 백신 접종이 금지되면서 교차접종이 대안으로 선택됐다. 유럽이나 캐나다는 우리나라보다 대규모로 교차접종을 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교차접종은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질의응답 시간에도 “교차접종의 직접적인 예방 효과를 평가한 자료는 아직 보고돼 있지 않다”거나 ‘교차접종에 대한 근거가 아주 공고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교차접종 믿을 수 있나.
“교차접종은 기본적으로 백신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 하고 싶어하던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효과가 당연히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차 접종을 통해 백신 접종 이후 서로 다른 항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백신마다 생기는 항체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2종류의 백신을 맞으면 변이에도 대응을 더 잘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효과는 실험결과나 임상시험이 있어야만 한다. 교차접종은 임상시험이 아주 많이 쌓인 건 아니어서 과학적으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코로나 백신 접종한다고 독감 백신을 접종 못 하는 게 아닌 것처럼 두 종류 접종한다고 위험하다고 보지 않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보면 된다.”
―현재 교차접종을 하는 AZ나 화이자 모두 2번 맞아야 하는데 한 번씩만 맞으면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렇지 않다. 어떤 종류의 백신이든 두 번 접종하면 부스터(추가 접종을 통해 항체 수를 늘리는 방식) 효과가 나와서 두 번 접종하는 거다. 항체가 형성되는 정도에 대한 연구는 나와 있는데 교차접종하면 항체 반응이 매우 강하게 나온다고 알려졌다.”
―접종 간격이 AZ는 8주에서 12주 사이에 2차 접종을 하고 화이자는 3주 정도 후에 2차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졌다. 교차접종의 경우 2차 접종 주기는 어떻게 되나.
“1·2차 접종 사이 최소 간격을 두는데, 그 이유는 너무 짧은 기간에 접종을 두 번 하면 부스터 효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 접종 간격에 대한 얘기만 있고 최적 접종 시점은 12주인지 10주인지 8주인지는 완전히 연구가 돼 있진 않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1회 접종 백신의 최소 간격을 따른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100만 명이 맞은 얀센은 1회로 접종이 완료된다. 얀센 백신도 교차접종 가능한가.
“얀센 백신은 1회 접종 백신이지만 부스터를 접종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얀센을 두 번 놓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서로 다른 플랫폼이 의미가 더 크다고 한다. AZ, 얀센 혹은 mRNA 백신인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서로 교차접종하는 조합이 효과가 클 가능성이 더 높다.”
―흔히 ‘AZ는 1차 접종 때가 아프다’, ‘화이자는 2차 접종 때 더 아프다’는 말이 많다. 교차접종의 경우 어떻게 알려져 있나.
“이상 반응은 경증과 중증 반응으로 나뉘는데 중증 이상 반응이 더 늘어난다는 근거는 없다고 현재까진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교차접종할 때 면역 반응이 더 거세지기 때문에 경증 이상 반응 경우 더 심할 수 있다고 연구 결과가 나온다. 사람마다 달라 확답을 하긴 어렵고 빈도가 더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얘기를 종합해보면 교차접종을 한다고 해서 따로 더 준비할 건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전혀 없다. ‘컨디션이 좋은 날 접종하라’, ‘접종 전후 심한 운동을 피하라’ 등 일반적인 백신 접종과 같다고 보면 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후 술을 마시면 항체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과 다르다.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건 아니다. 음주를 해도 사실 큰 상관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음주와 백신 접종 후 면역 형성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밝힌다. 다만 음주를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술 먹어서 힘든 건지, 백신 접종 때문에 힘든 건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음주를 삼가라고 하는 것이다.”
―백신 불신이 그치지 않고 있다.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백신은 종식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백신이 100% 안전하다는 게 아니라 접종을 했을 때 이익이 손해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접종을 권유하는 것이다. 과거로 복귀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백신이다.”
―영국 등에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뒤에도 확진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백신 효과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거나 ‘앞으로 백신을 계속 맞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델타 변이 등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2회 접종이나 추가 접종을 통해 중환자 예방이나 사망 예방 효과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2회 접종까지는 확실한 근거가 있고, 2회 접종 이후 3회 접종하는 게 좋긴 할 것 같은데 현재 연구 중이다.”
―그럼 코로나바이러스 종식은 언제 된다고 보나.
“이제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수 없다고 모두가 인정한다. 언제까지 이 방역태세를 유지할 수도 없다. 단지 천천히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지게 될 것 같다. 종식은 간단하게 말하면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 완료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 전 코로나19 치명률은 20대 0.02%, 30대 0.05%, 40대 0.09%, 50대 0.3%, 60대 1.2%, 70대 6.25%, 80세 이상은 20% 정도다. 접종을 완료하면 90% 이상 중증화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 50대까지 백신 접종 완료가 현실적인 종식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 경우에도 델타 변이가 재유행 중이지만 이제 사망자가 늘고 있지 않다. 과거로의 복귀는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복귀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과 재유행 위기가 나타날 것이다. 다만 고위험군 접종을 완료한 영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방역 해제 조치를 선언했고 싱가포르는 더 이상 신규 확진자 수를 세지 않고,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관리하는 쪽으로 대응 정책을 바꿨다. 이들 나라가 고민하는 것처럼 극심한 비용이 소모되는 방역대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앞으로 큰 피해 없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미래로 다가가길 바랄 뿐이다.”
―한국 방역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어떻게 평가하나.
“백신 수급이 만족할 만한 속도가 아닌 건 분명하다. 다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유행 통제가 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딱 어느 쪽이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는지 여러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정도면 충분히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백신 접종을 얼마나 빨리 해서 미래로 나아가는지에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