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과 지인들에 돈 요구 시점 맞물려…피해자들 “재산은닉 목적 쇼” 의심
최근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유 씨를 두고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졌다. 유 씨가 아내 배 씨와 지난해 7월부터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며 현재 막바지로 곧 이혼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소식이 충격을 준 건 그동안 유 씨가 금슬 좋은 부부처럼 방송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일 유정호 씨는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와이프랑 말싸움하다가 복싱장 빌려서 싸우게 생겼다.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유 씨는 “내가 일하고 봉사하러 서울이나 전국을 다니다 보니 아내가 (감정이) 많이 쌓였던 거 같다. 말싸움하다가 (아내가) ‘유정호 씨가 하는 일은 나도 할 수 있으니 네가 애 보고 청소 빨래하고 가정주부 해라. 내가 다할게’라고 말했다. 할 말이 없어서 ‘밖에서 나쁜 사람한테 해코지 당할 수도 있는 일이다. 너처럼 약하고 바싹 곯은 애가 무엇을 하겠냐’고 받아쳤다”고 적었다.
이어 유 씨는 “이런 식으로 말하자 아내도 기분 나빴는지 ‘너보단 살 더 쪘고 운동 열심히 했고 강하고 싸워도 너한텐 이길 거 같다’라고 말했고 ‘자존심이 상해서 그럼 복싱장 빌려서 한번 싸워볼래’라고 하자 아내가 ‘당장 빌려라’고 대답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유 씨는 “이 말 때문에 당장 4시간 뒤에 아내와 현실 싸움하게 생겼다. (생방송) 싸움에서 지면 유튜브 닉네임도 바꿔야 하고 사업도 줘야 한다. 작은 개인 사업이라 진짜 와이프가 해도 상관없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한 피해자는 “장난처럼 올린 글이지만 이제 와서 보면 이혼 소송 막바지인 상대에게 유튜브 채널 이름과 자신의 사업체를 줄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게 말이 되냐?”면서 “누가 봐도 장난이고 생방송으로 중계하겠다는 건데 이걸 보면 이혼 소송이란 걸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피해자들이 이혼 소송에 의구심을 갖게 된 정황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아내 배 씨가 유 씨를 지나치게 감싸고 있다는 점이다. 이혼 소송 막바지로 남남에 가까워진 사이지만 최근 피해자들의 작은 요구에도 배 씨는 무시나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유 씨는 ‘피해자들에게 빌린 돈 대부분을 도박으로 날렸다’고 말하지만,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이에 피해자들은 유 씨의 통장 명세를 달라고 했지만 배 씨는 “경찰에 얘기해라”며 거부하고 있다.
더군다나 유정호 씨에 대해 피해자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치자 배 씨가 피해자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이러다 유 씨가 죽겠다. 그만하라’고 말한 바 있다. 피해자인 박 아무개 씨는 “만약 두 사람이 정말 이혼 소송 막바지고 남남이 예정된 사이라면 배 씨가 적극적으로 자신은 유 씨 사기행각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걸 밝혀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오히려 유 씨를 보호하는 데 급급해 보인다”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유 씨 통장 명세도 미심쩍은 시선을 더 하는 요인이다. 피해자 가운데 B 사 전 대표인 A 씨는 "유정호 씨 통장 명세 일부를 확인했는데 출금 명세에서 최근까지도 배 씨 이름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통장 명세를 보면 간혹 배 씨도 유 씨에게 돈을 보냈지만, 대부분은 유 씨가 배 씨에게 보내는 경우였다. 유 씨는 배 씨에게 많게는 한 번에 1억 원 이상 보냈다.
확보된 통장 명세에서 유 씨가 배 씨에게 보낸 돈은 약 6억 원 이상이다. 그리고 배 씨가 유 씨에게 보낸 돈은 약 1억 6000만 원이었다. 유 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받거나 그 외 돈이 입금되면 이 중 일부를 배 씨에게 송금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렇게 배 씨에게 흘러간 돈이 확인된 것만 약 4억 4000만 원이다. 이 명세가 단 몇 달 동안의 내역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으로 볼 수 있다.
피해자들은 “이혼 소송 진행 중 남편이 부인에게 수억 원의 돈을 입금해주는 상황을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냐?”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들은 배 씨도 은닉에 동조하거나 최소한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들의 이혼 소송 시점도 의혹이 더 커지는 배경이다. 유 씨와 배 씨는 2020년 7월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일요신문이 만난 유정호 씨 지인들은 2020년 6월경까지는 유 씨가 큰 문제 없었다고 했다. 2020년 7월쯤부터 유 씨는 지인들에게 다양한 이유를 들며 “급전이 필요한데 여윳돈이 있으면 좀 빌려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A 씨는 “이혼 소송과 대략 시점이 맞물리면서 이혼과 돈 요구에 어떤 공통된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요신문이 6월 16일 ‘[단독] 선행의 아이콘? 100만 유튜버 유정호 100억대 사기 의혹 전말’ 기사를 보도하기 직전인 14일 유 씨 아내 배 씨 유튜브 채널 이름이 ‘못생긴정호띠’로 바뀌었다. 이때 구독자들 사이에서는 유정호 씨가 배 씨 채널로 다시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남남이 될 사이끼리 약 12만 구독자 채널을 주고받았다는 것도 이혼을 믿기 어려운 포인트다. 6월 18일 유 씨가 사과문을 올린 곳도 아내의 유튜브 채널이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일요신문은 유정호 씨와 아내 배 씨 입장을 듣기 위해 노력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 씨는 사과문에서 “주식과 도박으로 큰 돈을 쉽게 얻고 쉽게 잃었다. 가족까지 속여가며 돈을 받아서 주식과 도박으로 탕진하고 다시 회복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여러 차례 ‘이자를 주겠다 사업성이다’라고 속여가며 돈을 빌렸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피해원금을 최대한 회복시켜 드리는 게 우선순위라 생각한다. 자료정리가 끝나는 대로 직접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