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실현 위한 교육감자치, 내 사람 심기 결과 아닌지 자성해야”
교육청 행정직원이 늘었음에도 되레 교사들의 행정업무만 증가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아교육청의 비대화는 교육재정이 넘쳐난 탓이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전 부산교대 총장)는 “교육청 직원이 크게 늘었는데도 교총 설문 결과, 여전히 현장 교원의 91%는 행정업무가 많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며 “교육청이 내건 학교 지원, 행정 부담 해소 명분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하윤수 회장은 “교육청의 존재 이유는 학교 통제와 업무 지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교육에 전념하도록 행정을 맡아주고 수업을 지원하는데 있다”며 “학교자치 실현이 아니라 이념교육 실현을 위한 교육감자치 강화, 내 사람 심기의 결과가 아닌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복지, 돌봄, 방과후학교, 학폭 등 업무가 증가하고 조직·인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그러나 조직 확대가 교사의 교육활동 외 업무를 덜어주는 게 아니라 되레 새로운 업무 부담만 가중시킨다면 그것은 ‘방만 행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교총이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원 288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교원의 91%가 ‘행정업무가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행정업무 가중 이유에 대해서는 ‘행정보조인력 및 행·재정적 지원 부족’, ‘교육활동 이외 업무(돌봄 등) 학교에 전가’를 주요하게 꼽았다.
교총은 “교육청은 커졌는데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이 여전하다는 것은 교육청과 지원청이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고 오히려 일만 벌리며 학교를 단순 이행기관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교육청 조직 운용을 재점검해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고, 학교 행정전담인력부터 확충해 교사 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교총은 교육청 비대화의 원인을 ‘남아도는 교육재정’에 돌리고, 그러므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깎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교육현실을 외면한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여전히 학급당 30명이 넘고 방역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과밀학급이 전국에 2만개가 넘는다”며 “그런 교실에서 개별화 교육을 통해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내실 있는 학생 진로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초·중·고 건물의 40%가 30년 넘은 노후건물이고, 미세먼지에 대응한 공기정화시스템을 갖춘 교실은 희박하며, 변화된 학생 체격에도 책걸상 중 30%는 구입한 지 10년이 넘은 것”이라며 “또한 분필 칠판, 화변기 비율도 여전히 30~40%에 달하고 농산어촌 학교는 교사가 모자라 복식학급, 순회교사를 운영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교총은 “언제 우리가 아이들에게 정말 쾌적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제공해 준적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오래전 그런 교육인프라를 갖춘 선진국과 달리 여전히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하윤수 회장은 “이러한 교육현실을 외면하고 당장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아이들을 열악한 환경에 두자는 것과 같다”며 “교부금을 조정할 게 아니라 학생 수 감소를 획기적인 교육여건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어 “무분별한 교육감표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기보다는 기초학력 보장,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이를 위한 정규교원 확충, 교실환경 개선 등 학생 교육에 예산이 우선 쓰이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기봉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