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역 매물 소진·망포 호가 상승·광교 눈치싸움…비규제·대출 여력 따른 상승세, 핀셋규제 가능성도

일요신문이 경기 남부 주요 주거지를 둘러본 결과 반도체 업계 성과급과 사내대출 기대감은 동탄지역에서 두드러지게 표출되고 있다. 동탄역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당시 동탄 일대가 규제지역 지정을 피한 이후 거래가 늘기 시작했고 5월 둘째 주를 전후해 매수세가 빠르게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탄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5월 초부터 이미 매물이 거의 빠진 상태였는데 삼성전자 반도체 성과급에 이후 분위기가 확 달아올랐다”며 “원래 거래가 더딘 저층이나 1층 물건까지 거의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캐슬은 매물이 거의 없고 린스트라우스도 평소 40개 이상 유지되던 매물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가격도 반응 추세다. 동탄역 주변 주상복합 단지 린스트라우스더레이크 31평형은 독신자와 신혼부부 등 젊은 실거주 수요가 붙으며 실거래가가 13억~14억 원 선까지 올라왔다는 설명이다. 앞서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4억 원 이상 오른 셈”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방·롯데·반도 7·8차 등 주요 단지들이 작년이나 재작년만 해도 8억~9억 원대였는데 지금은 13억~14억 원 수준까지 올랐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동탄의 가장 큰 강점은 직주근접성이다. 동탄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과 가까운 데다 기흥·평택 등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출퇴근권으로 묶인다. 동탄역 일대 업무시설에 삼성전자 일부 사업부와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 사무소들이 잇따라 입주를 추진하면서 일자리 수요도 더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삼성전자 임직원 성과급 기대감과 주가 상승에 따른 자금 여력 확대, 저금리 사내대출까지 맞물리며 동탄역 주변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됐다는 것이다.
교통·개발 기대감도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2029년 인덕원~동탄선 개통 기대감과 SRT·GTX가 지나는 동탄역 입지, 여기에 동탄역 주변 업무·상업용지 개발까지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이후 상부 공원화가 진행되고 주변 빈 부지에는 업무시설과 호텔·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올 예정”이라며 “서울 투자자들도 동탄역 주변 개발 기대감을 보고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피스텔 시장은 아파트와 온도 차가 있었다. 동탄역 주변 오피스텔은 반도체 직장인과 20~30대 임차 수요가 꾸준해 공실 부담은 크지 않지만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여파로 매매시장은 전반적으로 힘이 빠진 상태라는 설명이다. 한 오피스텔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는 호가와 거래가 따라붙고 있지만 오피스텔은 매매가 활성화된 상황은 아니고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며 “전세보증보험 한도가 낮아지는 흐름 속에 전세는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붙이는 반전세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월세 수준은 대체로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망포역 일대 역시 호가 상승이 확인됐다. 망포역 일대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가까워 반도체 배후 주거지로 함께 거론된다. 하지만 반도체 직장인 수요가 직접 몰렸다기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매물 부족과 주변 지역 상승세가 맞물리며 매수세가 옮아붙는 흐름에 가깝다는 평가다.
망포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도체 직원들이 특별히 많이 온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경기 남부권이 오른다는 얘기를 듣고 실수요자들이 더 오르기 전에 사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힐스테이트 영통이나 롯데캐슬 같은 신축 단지는 역세권에 주거환경이 좋아 실수요가 꾸준하다”며 “성과급 얘기가 나오자 매도자들도 기대감으로 호가를 올리고 있어서 올해 초 8억 원대였던 33평형 호가가 지금은 9억 7000만~10억 원까지 올라갔고 저층을 제외하면 9억 5000만 원 아래 매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6월 3일 오후 찾은 광교역 힐스테이트 인근은 동탄보다 늦게 열기가 번지는 분위기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 등에 대한 관심으로 집을 보러 오는 수요는 있었지만 거래가 바로 체결되지는 않았다. 광교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늘도 저희 사무실에만 3~4팀이 집을 보러 왔지만 호가가 자꾸 올라 거래가 안 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사내대출도 통보는 왔지만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 아직 알아보는 단계인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매물 부족 속에 적은 거래가 시세를 좌우하는 상황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이 단지가 1700~1800세대 규모인데 최근 한 달 거래가 3건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지난해 140건이 넘게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한 집 거래로 신고가를 찍느냐 마느냐를 이야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 매물이 이미 소진되고 20억 원 가까이 올라온 상황에서 매도자들은 20억 원 이상도 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다”며 “한 명이라도 따라붙으면 그 가격이 시장가가 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직주근접 수요가 분명한 동탄과 달리 광교는 소위 말하는 ‘상급지’로 옮기려는 수요라 매수자들이 더 신중하다는 것이다. 앞서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상승세가 판교나 서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동탄에서 시작돼 광교로 올라오는 흐름이라 매수자 입장에서는 쉽게 따라붙기 어렵다”며 “매도자에게는 큰 호가 상승 요인이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는 여길 높은 가격에 사느니 판교 등 급지가 더 높은 쪽으로 시선이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일대에서는 광교·판교보다 낮은 가격대와 생활 인프라를 앞세운 실수요 움직임이 감지됐다. 수지구청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판교나 분당, 광교 34평형은 20억 원을 넘지만 수지는 10억 원 초중반대”라며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있고 학원가도 이 일대에 몰려 있어 학군지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3개월 사이 결혼을 앞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하이닉스 직원들에게 중개해 준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5월 25일 기준 화성 동탄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49% 올랐다. 전국 최고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수원 영통구는 0.28%, 용인 기흥구는 0.27% 오르며 경기 남부 반도체 통근권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누계 기준으로도 용인 수지구 8.16%, 용인 기흥구 5.30%, 수원 영통구 4.73%, 화성 동탄구 4.48% 등 경기 남부 주요 지역은 서울 평균 상승률 3.68%를 웃돌았다. 동탄은 가격뿐 아니라 거래량도 늘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탄신도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283건으로 전년 동기 1076건 대비 112% 증가했다.
풍선효과 가능성도 거론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에서는 강동구와 송파구가 반도체 산업 종사자들이 출퇴근을 고려해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라며 “가격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데다 반도체 사업장으로 출퇴근 가능한 지역 가운데 상급지로 평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경기 남부권 주거지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경우 이들 지역에서 갈아타기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 성과급처럼 고소득 월급쟁이에게 생긴 유동성은 소비보다 자산 매입으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며 “동탄에서 시작된 매수세가 망포·광교·수지·판교·강동·송파로 단순히 번진다기보다 정책대출이 집중된 중하위권 아파트 수요와 맞물려 시장 전반의 상승 기대를 키우는 구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탄은 실거주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비규제지역인 데다 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아 매수세가 붙기 쉬운 조건을 갖췄다.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현장에서는 규제지역으로 다시 묶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탄구 전체는 범위가 넓지만 동탄역 주변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핀셋 규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앞서의 동탄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선거가 끝나면 동탄도 규제로 묶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다만 지금은 성과급과 사내대출 기대감이 붙은 시기라 상승세인 것으로 보이고 상급지와 가격 차이가 어느 정도 좁혀진 뒤에는 소강상태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