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윤석열 빠진 지지율 오롯이 흡수…문 대통령 지지율 등락 따라 희비 엇갈릴 전망
7월 정국에서 공고하던 2강 체제가 흔들렸다. 그러자 3강 체제로의 전환 여부가 8월 정국 키포인트로 떠올랐다. 대선판을 흔든 변수는 이낙연(NY)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빠진 지지도를 오롯이 받아냈다. 지지도만 보면 이들은 시소 관계다. 시소 관계가 주로 대체재 관계에서 발생했던 기존 여의도 문법에서 한발 비켜서는 현상이다. 여기엔 지지도 동조화 현상을 비롯한 고차 방정식이 깔려 있다.
‘이재명 정체·윤석열 하락·이낙연 상승….’
여권 한 전략가는 7월 정국에서 이낙연 전 대표 지지도가 상승하자, “이탈한 윤 전 총장의 지지층이 이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1일 1실수’ 등으로 한층 짙어진 ‘윤석열 위기론’의 최대 수혜자가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 대선 주자가 아닌 이 전 대표라는 의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7월 12∼13일 조사해 14일 공표한 정례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7.8%를, 이 지사는 26.4%를 각각 기록했다. 이 전 대표는 15.6%로 뒤를 바짝 쫓았다. 리얼미터의 6월 정례조사(의뢰처 동일, 7∼8일 조사, 9일 공표)에선 윤 전 총장 35.1%, 이 지사 23.1%, 이 전 대표 9.7%였다. 윤 전 총장은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사는 3.3%포인트 상승했다. 이 전 대표는 5.9%포인트 올랐다. 여론조사기관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과 이 전 대표의 지지도 추세를 보면, 60대 이상과 중도층, 여성층 표심 변화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윤 전 총장은 한 달 사이 70대 이상에서 8.7%포인트(50.9%→42.2%) 하락했다. 60대에서도 4.4%포인트(45.3%→40.9%) 빠졌다. 중도층에선 8.4%포인트(39.2%→30.8%) 떨어졌다. 여성층에서도 5.9%포인트(34.6%→28.7%) 하락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60대에서 두 배(7.3%→14.0%)나 뛰었다. 70대 이상에서도 3.4%포인트(12.7%→16.1%) 올랐다. 특히 중도에선 15.8%포인트(9.0%→24.8%) 수직 상승했다. 여성에서도 8.2%포인트(21.5%→13.3%, 이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뛰었다.
‘윤석열·이낙연’ 지지도 추세 변화는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여야 관계자들은 이들 지지도 추세 변화에 대해 “통상적인 시소 관계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이 전 대표 추세 변화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상승세와 맞물려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 전 대표 지지도는 그간 문 대통령과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이낙연 한계론’의 한가운데를 관통한 것도 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었다. 문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운명공동체로 묶인 만큼, 정권의 지지도 하락은 곧 ‘이낙연 한계론’의 부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문 대통령 지지도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크게 반등했다. 같은 시기 이 전 대표 지지도 역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민주당 한 전직 의원은 “임기 말까지 문 대통령의 지지도 40% 선이 유지된다면, 문 대통령이 대선 경선판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안팎에선 ‘김경수 유죄’로 당 주류의 플랜B 중 하나가 사라진 만큼, 그간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중립 지대 친문계가 이 전 대표 지지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친문 핵심인 김종민 신동근 홍영표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김 의원은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이 호남 지역주의 논란으로 이어지자, 직접 참전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지사를 직접 겨냥, “민주당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를 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문 대통령 지지도 상승과 맞물려 친문계 집단행동까지 가시화될 경우 대선 가도에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호재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남북 정상은 7월 27일 차단 13개월 만에 직통 연락선을 복원했다. ‘소득 없는 평화 쇼’에 그칠 수도 있지만, 상승 중인 문 대통령 지지도 추세만은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역시 선거는 운칠기삼(운이 칠 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삼 할이라는 뜻)인 것 같다”며 “당분간 이낙연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여의도 문법으로만 보면 여야를 포함한 시소 관계는 ‘이낙연·윤석열’이 아닌 ‘이재명·윤석열’ 조합에 가깝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여야를 각각 대표하는 대선 주자인 데다, 둘 다 비문(비문재인)과 반문(반문재인) 포지션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가 범진보 지지층·윤 전 총장이 범보수 지지층 지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중도층의 이동 여부’에 따라 양 주자가 시소 관계를 형성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을 이탈한 60대 이상과 중도층, 여성층은 이 지사가 아닌 이 전 대표 쪽으로 이동했다. 이 지사가 가진 불안정성과 젠더 리스크 탓에 중도층 표심이 안정감 있는 이 전 대표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지사 지지도가 박스권에 갇힌 사이, 당 밖에서 아마추어리즘을 노출한 윤 전 총장의 지지도 하락 폭은 더 커졌다. 시소 관계의 한 축(이재명)이 지지도가 덜 빠진 탓에 다른 축(윤석열)이 더 폭락하는, 시소 관계에서 어긋난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지지층의 충성도보다 윤석열 지지층의 충성도가 약하다는 의미다. 윤 전 총장 지지도 가운데 중도층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도층을 비롯해 60대 이상과 여성층에 ‘반이재명 기류’가 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관전 포인트는 ‘60대 이상·중도·여성’ 표심 이동 여부와 문 대통령 지지도 추세 등이다. 양자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느냐, 엇박자를 내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판이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이 대선판의 또 다른 분수령인 셈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는 추가 상승하고 60대 이상·중도·여성 표심이 이탈하지 않은 경우가 이 전 대표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8월 중) 골든크로스(지지도 역전 현상)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반대로 문 대통령 지지도 하락세 전환과 60대 이상·중도·여성 표심 이탈이 맞물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이 전 대표 지지도 하락은 불가피하다. 반면 위기를 맞았던 윤 전 총장은 반전 모멘텀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간 기성 정당 입당에 선을 그었던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합류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이탈한 60대 이상과 중도층 등의 표심이 다시 ‘윤석열 지지’로 돌아설 수도 있다. 정치 입문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윤 전 총장은 후원금 모금 20시간 15분 만에 법정 한도액(25억 6545만 원)을 다 채웠다. 이 지사(9억 원)나 이 전 대표(8억 원)를 크게 압도하는 액수다. 야권 안팎에선 “바닥 민심을 확인한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후원금의 95%는 10만 원 이하의 소액 후원자였다.
다른 경우의 수도 있다. 문 대통령 지지도가 상승 내지 보합세를 유지한 채 60대 이상·중도·여성 표심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자는 변동하지 않은 가운데 문 대통령 지지도만 빠질 수도 있다. 이 경우 문 대통령 지지도와 60대 이상·중도·여성 표심을 둘러싼 구심력과 원심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여야 관계자들은 “당분간 지지도 하락을 막아야 하는 문 대통령과 60대 이상·중도 표심 등을 가져와야 하는 윤 전 총장의 대결 구도가 불가피하다”라며 “대선판의 2차 분기점은 그야말로 고차 방정식”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