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문제가 참극 불렀다
▲ 방송화면 캡처 사진. |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넘어 무너져 가고 있는 우리 가정의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이번 사건 속으로 들어가봤다.
3월14일 오후 6시 30분경 양주시 백석읍 A 아파트에서 아들 조 아무개 군(19)이 어머니 이 아무개 씨(41)를 망치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조 군은 이어 이날 오후 7시경 귀가한 아버지 조 아무개 씨(48·화물기사)가 옷을 갈아입는 틈을 이용해 뒤에서 둔기로 때린 뒤 미수에 그치자 달아났다가 다음 날 오전 02시 55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소재 소주방에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 경찰에 검거됐다.
과거 지병으로 몸이 약한 아버지 조 씨는 트럭운전일로, 어머지 이 씨는 회사를 다니며 어렵게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다. 이 씨는 남편의 병수발을 들 때도 활발한 모습을 보인 소위 억척 아줌마였다고 한다.
사건 발생 당일인 14일 오후 6시경, 이 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 길에 세탁소에 들러 며칠 전 맡기고 간 본인의 바지를 찾아 집으로 갔다. 평소 아들의 여자친구 문제로 자주 다퉜던 이 씨는 이날도 아들과 말다툼을 벌였다. 조 군은 말다툼 과정에서 어머니가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자 격분한 나머지 망치로 이 씨의 머리 등을 수차례 가격해 숨지게 했다.
사고 당일 화물트럭 기사로 일하는 아버지는 ‘화이트데이’에 가족끼리 식사를 하기 위해 집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를 바꿔달라는 말에 아들이 자꾸 핑계를 대고 바꿔주지 않자 불안해진 조 씨는 급히 집으로 향했다. 오후 7시경 조 씨는 퇴근 후 집에 와 옷을 갈아입는데 뒤에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자 아들 조 군이 망치로 자신을 내려치고 있었다. 조 씨는 순간적으로 피한 뒤 도망을 쳤다. 아들 조 군은 도망가는 아버지를 쫓아가 머리 등을 때렸다.
조 씨는 아들을 피해 집 밖으로 뛰쳐나와 아파트 근처 편의점으로 도망쳤다. 머리에서 피를 흘린 상태로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살려달라’ ‘신고해 달라’며 구조요청을 했다. 조 씨는 신고해 달라는 말을 하고도 겁에 질려 편의점 밖을 나가지 못하고 구석에 숨어서 경찰을 기다렸다. 편의점 직원이 곧바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알렸고, 오후 7시 22분경에 신고를 받은 경찰과 119 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이 살해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이미 도주하고 없었다.
‘아내가 집에 있다’는 조 씨의 말을 전해들은 경찰은 급히 조 씨 집으로 향했지만 이미 이 씨는 숨을 거둔 뒤였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원에 따르면 피가 사방에 튄 흔적과 엎드려 있는 이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시신의 머리 부분은 여러 겹의 이불로 덮여 있었고, 바닥은 피가 흥건해 처참한 살해 현장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발견 당시 둔기로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얼굴 쪽은 훼손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친어머니를 처참하게 살해하고 도주한 조 군은 다음 날 새벽 2시 55분경, 송파구 잠실본동에 위치한 한 소주방에서 친구 H 군과 태연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조 군의 행적을 추적한 경찰은 친구나 애인을 만나러 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그들의 휴대폰 위치추적에 들어갔다. 경찰은 친구 H 군의 주거지에서 잠복하다 그를 미행해 현장에서 조 군을 검거했다.
조 군의 정신상태에 대해선 하나같이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어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아버지마저 살해하려다 도주한 사람이 어떻게 술을 마실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후 조 군에 대한 정신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소 사진찍기를 좋아하며 그 나이 때 여느 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었던 조 군은 고교 3학년 때 취업실습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여자친구를 만났다고 한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담담한 모습을 보이던 조 군은 친척들과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는 끝내 눈물을 흘리면서 뒤늦은 후회를 했다고 한다.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양주경찰서 박원식 수사과장은 3월 16일 기자와 만나 “이런 존속살인사건의 경우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피해자가 되는 기분이어서 수사를 하는 경찰들도 힘들어 한다”며 “아버지 조 씨는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죽이려한 아들의 죄는 밉지만 아들의 선처를 바라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훈철 인턴기자 boazhoon@ilyo.co.kr
존속살인 동기 점점 단순화 경향
성적 나무라도 ‘큰일’ 저지른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존속살인사건은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44건이던 것이 2009년엔 58건, 2010년 66건이나 발생했다.
과거엔 금품이나 재산을 노린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성적을 나무라거나 술 마시는 것을 꾸짖는다는 등의 이유로 부모를 살해하는 등 살해동기가 점점 사소하면서도 단순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신분열증과 가정교육 문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존속살인사건의 가해자들 중 절반 정도는 정신분열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성교육 부족은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자녀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결국은 사소한 이유로도 ‘큰일’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존속살인과 같은 패륜적 범죄를 절하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대화’라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줄 아는 열린 자세를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성적 나무라도 ‘큰일’ 저지른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존속살인사건은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44건이던 것이 2009년엔 58건, 2010년 66건이나 발생했다.
과거엔 금품이나 재산을 노린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성적을 나무라거나 술 마시는 것을 꾸짖는다는 등의 이유로 부모를 살해하는 등 살해동기가 점점 사소하면서도 단순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신분열증과 가정교육 문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존속살인사건의 가해자들 중 절반 정도는 정신분열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성교육 부족은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자녀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결국은 사소한 이유로도 ‘큰일’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존속살인과 같은 패륜적 범죄를 절하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대화’라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줄 아는 열린 자세를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