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 실과 바늘 배신 땐 더욱 아프다
▲ 크라운제이가 지난 15일 최근 불거진 전 매니저 폭행 및 강도상해 혐의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며 증가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MBC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20여 년 전 전국을 강타한 노래 ‘세상은 요지경’의 주인공 신신애. 그는 앨범 활동 당시 연예계생활에 회의를 느낄 만큼 크나큰 시련을 겪었다. 다름 아닌 매니저의 출연료 착복사건. 오랜 연기 활동에도 빛을 보지 못했던 그는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 하나로 일약 벼락스타가 됐다. 특유의 무표정한 춤과 댄스는 그녀를 전성기로 이끌었고, 방송을 비롯해 각종 행사에서 섭외요청이 줄을 이었다. 당시 그에게 가장 많은 러브콜을 보낸 곳은 다름 아닌 밤업소. 그는 어느 날 자신에게 찾아온 천사표 매니저와 함께 밤업소를 돌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게 됐다. 하지만, 독실한 크리스천 신신애에게 자신을 교회 집사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던 그 매니저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와도 같았다. 신신애의 밤업소 출연계약을 맺은 뒤 선금을 챙겨 잠적하고 만 것. 여러 곳의 업소에서 그가 횡령한 액수가 모두 2억여 원에 이르렀다니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나이트클럽 업주에게 매니저와 짜고 출연료를 빼돌린 것 아니냐며 오히려 협박까지 당했다는 신신애는 당시 사건 이후로 가요계에 회의를 느껴 다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당시 신신애의 돈을 횡령한 매니저는 결국 사건발생 2년 뒤 업무상횡령혐의로 구속됐다.
신신애의 경우와는 다르게 매니저의 사기행각을 법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홀연히 연예계를 떠나야만 했던 비운의 스타도 있다. 주인공은 90년대 꽃미남 스타이자 원조 아이돌로 불리는 가수 겸 배우 최창민이다. 그는 전성기 시절 수많은 기획사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한 여자 매니저와 함께 일을 시작했다. 의욕 넘치는 매니저의 모습에 자신의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었다고. 하지만 그가 세 번째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할 무렵 그의 매니저는 자신의 활동비를 가로채 잠적했고, 이도 모자라 다른 회사와 이중계약을 하며 그 계약금까지 모두 가져가버렸다. 졸지에 빚을 떠안은 최창민은 연예계 생활까지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오랜 세월 빚을 갚기 위해 고생해야 했다. 막노동보다도 배신의 상처가 힘들었다는 그는 자신과 관련된 채무를 모두 해결한 뒤 연예계 복귀를 시도했지만, 예전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매니저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일부 그릇된 매니저들의 악행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으며 그 방법도 가지가지다. 인간성 좋기로 소문난 톱스타 A. 그는 몇 개월 전 황당한 일을 겪은 뒤 여전히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카 마니아로 소문난 A는 고가의 승용차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다. 매니저들과 호형호제하는 A는 자신의 차량 운전은 물론 보관 관리 등을 일체 맡기는 편이다. 하루는 A의 매니저가 A가 새로 산 외제 승용차를 세차하러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고가이고 제법 덩치가 큰 차량이라 세차가 어렵기 때문에 A는 아무런 의심 없이 차키를 맡겼다. 하지만 A와 1년 가까이 일하던 그 매니저는 그만 도주하고 말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당시 매니저의 행방은 찾을 수가 없고, 도난당한 A의 차량만이 한 중고차 업체에 판매 매물로 등록돼 있을 뿐이라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A의 매니저는 A와 함께 공중파 토크쇼는 물론 각종 방송에 얼굴을 비친 인물이라는 것. 범죄를 앞두고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A의 매니저라는 신분을 만천하에 알렸고 이를 이용해 손쉽게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A는 매니저의 치밀했던 범죄에 대한 분노보다, 사람을 못 믿게 된 현실에 매우 씁쓸해한다고. 특히나 회식자리에서도 매니저들과 함께하기로 유명했던 A는 그날 이후 매니저들과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지내는 등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매니저들의 배신만큼이나 연예인들의 배신도 둘 사이를 갈라놓는 큰 이유다. 한때 톱스타로 군림하다 현재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B. 그는 자신을 데뷔시켜준 매니저와 한때 최강의 파트너로 소문이 났지만 현재는 오랜 세월 불편한 관계로 지내고 있다. 톱스타로 성장한 B가 자신에게 걸맞은 대접을 요구하며 다른 소속사를 찾아 나서자 그의 오만불손한 태도에 크게 실망한 매니저가 결국 B를 놔줬다는 것은 이미 연예계에서 이미 유명한 일화다. B를 스타덤에 올려놓았지만 전직 매니저가 되고 만 그는 B의 이중적인 태도를 두고 사석에서 여러 차례 하소연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부상을 당해 입원했다며 스케줄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는 B의 전화를 받고 각종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고 걱정하는 팬들까지 안심시키는 등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매니저는 그날 밤 황당한 제보 전화를 받았다. 한 후배 매니저에게 아프다는 B가 병원이 아닌 강남의 한 술집에서 여성들과 어울려 술판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B는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매니저와의 좋지 않은 결별을 거듭해 지금은 매니저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으로 불리고 있다.
정반대의 경우로 매니저와 스타가 동고동락하다 서로 애정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모델 이선진, 배우 김윤진처럼 매니저와 결혼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그렇지만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가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경우엔 연인 관계가 마무리된 뒤 후유증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섹스비디오 협박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수 백지영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연인이었던 전 매니저의 변심으로 한창 잘나가던 백지영은 오랜 방황을 겪어야만 했고, 이런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 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발라드 가수로 우뚝 섰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