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조연·무소속·낮은 인지도…‘결혼작사 이혼작곡’ 통해 스타덤 올라 시즌3도 기대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7년 만에 ‘피비’(Phoebe)라는 예명으로 돌아온 임성한 작가는 자신을 대표하는 ‘막장’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고, 파경에 이른 세 커플의 이야기를 집요한 심리극으로 풀어냈다. 높은 시청률만큼 각종 화제도 뿌렸다. 그 중심에 3명의 배우가 있다. 문성호와 이가령, 송지인이 그 주인공이다. 임성한 작가의 선택으로 캐스팅된 이들은 ‘결혼작사 이혼작곡’ 출연 전까지는 존재감이 미미한 무명의 연기자였다. 하지만 배우 인생에 전환을 맞으면서 인지도도 급상승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들을 두고 ‘떡상’의 행운을 거머쥐었다고 평한다.
#‘중년 신인’ 문성호, ‘결사곡’ 최대 수혜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는 남부러울 것 없는 세 가정이 남편의 불륜으로 파경을 맞는 과정을 담았다. 성훈과 이태곤, 전노민 등 남자주인공 3명이 전부 ‘불륜’을 저질렀고, 시즌2에서 이들은 더욱 ‘밉상’으로 그려졌다. 그 틈에서 유일하게 선망의 대상으로 묘사된 인물이 바로 서반 역의 문성호다. 극 중 라디오 프로그램의 엔지니어인 그는 무심하지만 다정한 면모로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이혼녀가 된 박주미, 이가령의 환심을 샀다. 알고 보니 재벌가 장남이란 설정이 가미되면서 여성 시청자들의 호감까지 얻었다. 시즌2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이자, 앞으로 나올 시즌3에서 활약할 인물로도 꼽힌다.
사실 문성호는 ‘결혼작사 이혼작곡’ 외에 이렇다 할 출연작을 꼽기 어려운 무명의 연기자다. 1972년생으로 올해 50세인 ‘중년의 신인’이기도 하다. 그는 우연히 드라마 제작진과 인연을 맺고 임성한 작가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반 역할을 맡을 적임자를 찾던 임 작가는 문성호를 보고 단박에 캐스팅했다. 이전까지 2015년 SBS 드라마 ‘가면’에 단역으로 출연한 게 방송 활동의 전부이다시피 하지만, 짧은 경력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성호는 드라마에서처럼 현실에서도 ‘신비주의’를 추구한다. 요즘은 톱스타들도 대중 친화력을 내세워 경쟁력을 확보하지만 그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배우 이종원과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연기를 시작했다는 것 정도가 공개된 이력의 전부일 만큼 베일에 가려 있다.
#‘신데렐라’ 이가령, 불운 꼬리표 뗐다
임성한 작가는 매번 자신의 작품에 새로운 얼굴을 여주인공으로 발탁해왔다. 이다해, 임수향, 전소민 등 배우들이 그렇게 스타덤에 올랐다. 그 자리를 이가령이 이어받았다. 이전까지 지독히도 작품 운이 따르지 않았던 그는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를 통해 비로소 이름을 알리고 있다.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했지만 드라마 성공 덕에 매니지먼트사들의 제안도 받는다.
이가령은 드라마에서 인기 라디오DJ 부혜령 역으로 활약했다. 연하의 변호사와 결혼해 원하는 대로 살던 그는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혼외자식까지 갖게 되자 이혼을 선언한다. 그렇다고 꼭 피해자라고 할 수도 없다. 결혼생활 내내 욕망을 실천했고, 이혼하면서도 30억 원대 청담동 집을 요구해 받아냈으며,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의 불륜을 폭로해 통쾌한 복수까지 감행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무명의 연기자였던 이가령이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주연으로 동참한 데는 임성한 작가와 맺은 인연이 작용했다. 사실 이가령은 임 작가가 은퇴작인 MBC 드라마 ‘압구정 백야’의 주인공 백야 역할에 캐스팅됐었다. 오디션을 통해 주연으로 발탁됐지만, 막상 촬영을 앞두고 경험 등에서 부족한 면이 드러나 주인공 자리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비슷한 일은 계속됐다. 2015년 MBC 드라마 ‘불굴의 차여사’의 주인공을 맡았지만 방송 도중 또 하차하는 일을 겪었다.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기력 등 문제가 배경으로 지목됐다. 그래도 연기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8년 동안 드라마 단역을 맡으면서 버틴 끝에 과거 오디션 당시 이가령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임 작가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때문에 이가령은 임성한 작가를 “은인”이라고 칭한다. 부름에 답하기 위해 매회 대본도 100번씩 읽었다는 그는 “실제로 쉽지 않았지만 100번씩 읽는 과정에서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반전 이력 송지인, 방송계 첫발은 보조 작가
당돌한 ‘불륜녀’ 아미 역할의 송지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능력 있고 다정한 유부남 이태곤과 우연히 만나 불꽃같은 불륜을 저지른 그는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매회 시청자의 ‘화’를 돋웠다. 하지만 미움을 받을수록 인기도 높아갔다.
송지인의 드라마 출연에도 임성한 작가의 선택이 작용했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 연극까지 다양한 장르를 쉼 없이 섭렵해 챙겨보는 것으로 유명한 임 작가가 눈여겨본 송지인에게 제작진을 통해 연락을 건넸다. 비중이 큰 역할이고, 방송가에서도 관심을 얻는 작품을 거절한 이유는 없었다.
송지인은 극 중 철부지 20대라는 설정이지만 실제로는 결혼 2년차에 접어든 기혼녀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출연 전까지 인지도가 낮았던 탓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도 그의 결혼 여부를 알지 못했다. “누가 물어보지 않아서 굳이 먼저 말하지도 않았다”는 게 송지인의 설명이다. 뜻밖에 결혼 사실이 공개된 데는 그의 시어머니 역할이 컸다. ‘실제 아미의 시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촬영장에 커피차를 보내, 송지인이 자신의 며느리임을 직접 알렸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송지인은 이색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데뷔 전 SBS ‘동물농장’의 보조 작가로 일한 경험이 있다. 작가를 꿈꿨지만 방송사에서 만난 관계자로부터 뮤직비디오 출연 제안을 받아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데뷔작은 2008년 다비치의 노래 ‘사랑과 전쟁’의 뮤직비디오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