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합종연횡에도 ‘나홀로 투자’ 나서…IPO 시간 다가오는데 수익성 제고 ‘빨간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지난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 증대에 성공했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356억 원과 6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 증가했다. 전년 1분기에는 각각 6769억 원, 58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이커머스 업계 성장으로 택배업계 물동량이 급증하는 덕을 봤다는 평가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내년 1월 가동을 목표로 충북 진천에 메가허브터미널(3387억 원)을 구축하고 있다. 이 터미널은 연면적 16만 6998㎡(약 5만 평)로 국제 규격 축구장 약 23개 크기다.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분류시스템을 도입해 물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택배 아웃소싱 분야인 SCM 사업 부문 투자도 늘린다. 영남권 9개 센터를 통합한 양산 자동화 통합 물류센터(890억 원)도 올 하반기 오픈할 예정이다. 여주 의류통합센터(1588억 원)도 짓는 중으로, 가동 목표 시기는 2023년이다.
택배업계는 현재 사업 재편이 한창이다. CJ대한통운이 네이버와 지분교환을 한 이후 커머스 물량을 맡고, 쿠팡과 쓱닷컴이 물류에 활발하게 투자해 자체 처리 물량을 늘리고 있다. 중소사업자 간에도 인수합병 및 제휴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륜차와 사륜차 배송을 통해 종합 물류업체로 거듭나겠다는 메쉬코리아(서비스명 부릉)는 최근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마켓과 손잡고 퀵커머스 합작 법인을 내놨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합종연횡 대신에 나홀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의 제휴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진천 터미널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첫 메가허브터미널이다. 경쟁사인 한진보다는 빠르지만 CJ대한통운에 비해서는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CJ대한통운이 네이버 등 플랫폼 업체와의 제휴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메가 허브터미널을 늘리고 있다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캡티브 마켓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의미가 다르다. 유통 라이벌로 꼽히는 신세계의 온라인 자동화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와도 비교가 된다.
이런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설비 투자에 들어가는 돈을 차입금으로 조달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차입금 규모는 2019년 4746억 원에서 2020년 5258억 원, 2021년 1분기 기준 6198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3월 273.6%에서 올해 3월 313.6%로 40.0%p 늘었다. 사상 최대치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함께 택배업계 ‘빅3’인 CJ대한통운과 한진은 부채비율을 낮췄다. CJ대한통운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월 154.8%에서 올해 3월 140.5%로, 한진의 경우 239.6%에서 169.2%로 70.4%p 낮아졌다.
과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로지스틱스였다. 2015년 1월 롯데그룹 차원에서 지분 참여를 했고, 2019년 3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그룹 물류를 담당하던 롯데로지스틱스를 흡수 합병하면서 지금의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됐다. 이와 관련해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 시절 현대상선(현 HMM) 유동성 위기로 흔들리면서 그룹 차원의 투자 여력이 떨어져 이커머스 시대의 급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CJ대한통운이 1200억 원을 투자해 이미 전국 서브터미널과 허브터미널 등 모든 물류센터에 자동화설비를 구축해놓은 모습과 비교된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캡티브 물량을 다 소화해내지 못하는 이유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대그룹 계열사에 있을 때 터미널 구축 및 분리 설비 투자 등을 많이 못한 부분이 더 크게 작용했다”며 “롯데로 넘어가면서 케파(처리 능력)를 올리기 위해 시설 투자를 하겠다고 했고, 그 결과로 진천 메가허브터미널을 짓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른 지역터미널 쪽도 시설 투자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 자동화 설비 투자에만 1000억 원 이상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자동화 설비가 없으면 물류 처리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택배기사들의 노동 강도도 높아진다. 택배기사 과로사 이슈에 따른 노사정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으로 자동화 설비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연내 분류지원인력을 투입하거나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분류지원인력이 덜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일단 내년 1월 1일까지 분류지원인력을 총 4000명 투입할 계획이다.
뒤늦은 투자 등의 영향으로 점유율 확대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던 롯데글로벌로지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재계에서는 롯데렌탈에 이은 롯데그룹 계열사 상장 후보군에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포함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된 움직임도 감지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메디치인베스트먼트(메디치인베)는 보유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매도할 권리(풋옵션) 행사 기간을 올해 4월 12일~5월 12일에서 2023년 4월 13일~5월 13일로 변경하기로 지난 5월 롯데 측과 합의했다. 메디치인베는 지난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1500억 원 투자해 현재 지분 21.87%를 보유했다. 롯데지주(46.04%) 다음으로 높다.
풋옵션 기간 조정의 이유로 메디치인베가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보고, 지분 매각 대신 풋옵션 기간을 뒤로 미뤘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지금과 같은 열악한 재무구조와 수익성만으로는 IPO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메디치인베가 엑시트에 나선다면 롯데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현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입장에서는 2년 안으로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을 끌어올려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물류업계 다른 관계자는 “택배업계가 호황기를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수익성이 낮아 지금으로선 IPO 한다고 해도 흥행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업계 2위로 턱걸이하거나 진천 메가허브터미널 가동을 시작해 그 효과가 가시화하는 등 호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택배시장 전체 물량은 CJ대한통운이 절반을 처리 중이고, 나머지는 한진과 롯데가 13%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한편에선 롯데그룹이 본격 경영을 시작한 2019년부터 빠르게 물류 설비 투자를 강화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는 중으로, 설비 가동이 시작될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불러온 최근의 투자는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로지스틱스를 합병한 2019년부터 전국에 걸쳐 전국적인 시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택배업체에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는 케팩스(설비) 투자를 통해 물류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롯데택배는 중부권을 담당할 진천 메가허브터미널이 내년 초 구축된 이후 서브터미널 10개도 추가 구축할 예정이니 만큼, 설비 가동이 시작되면 빠르게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