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직영점 12곳에서 결제 ‘주소지 자동등록 허점 탓’…행안부 “가맹점 전수조사 후 환수조치 검토할 것”
#주소지로 사용제한 구분?
일요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광주시부터 받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광주시 내 삼성디지털프라자 13개 직영점 중 12개 지점에서 지역화폐(광주상생카드)로 결제가 이뤄졌다. 대리점과 달리 직영점은 지역화폐 사용이 금지된 곳이다. 광주시는 지역화폐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삼성디지털프라자 직영점 측에 전달했다. 광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판매는 다른 지자체에도 지역화폐 결제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100% 자회사인 삼성전자판매는 온·오프라인에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IT, 모바일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국 440여 개 삼성디지털프라자, 200여 개 삼성모바일스토어, 70여 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 710개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공식 온라인 쇼핑몰 삼성닷컴은 온라인 판매를 맡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 2977억 원, 108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원인으로 주소지 등록의 허점이 거론된다. 지자체들은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카드사와 연계해 지역화폐 가맹점을 자동 등록해왔다. 카드사는 연매출, 주소지, 업종 등을 고려해 사용처를 제한했다. 사용제한 업종으로 대형전자판매점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대형전자판매점은 본사 직영점과 대리점을 구분하기 위해서 주소지로만 사용처 제한을 해왔다. 개인 사업자가 대기업과 판매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대리점에선 지역화폐 사용을 가능토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직영으로 운영되는 대형전자판매점 역시 해당 지역 주소지로 카드가맹점 등록을 하면서 주소지에 기반한 사용처 제한이 무의미해졌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재난지원금도 사용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정부는 14조 원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신용·체크카드에 충전금 형식으로 받게 돼 카드사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이용 금액만큼 차감되는 방식이다. 재난지원금은 지역화폐와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상 자신이 사는 지역(광역시·도) 내 원하는 곳에서 사용이 가능했다. 사용제한 업종은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 포함)·대형전자판매점·온라인 전자상거래 등이다.
#삼성전자 “직영점 결제 자체 단속해왔다”
2018년에만 지역화폐 발행액이 38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전국 230개 지자체에서 판매한 지역사랑상품권은 총 13조 3000억 원으로 약 40배 급증했다. 올해 발행 규모와 국비 지원예산은 각각 15조 원, 1조 522억 원에 달한다. 지자체는 지역화폐 구매액의 최소 10%, 최대 22%까지 세금으로 환급(페이백)해주고 있다.
지역화폐가 잘못된 곳에서 쓰였다면 환수처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행안부는 3월 16일부터 3월 31일까지 전국 231개 지자체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부정유통 일제단속을 실시했고, 총 112건을 행정처분했다고 밝혔다. 당시 13곳엔 과태료 총 7200만 원을 부과하고, 63곳에선 총 5506만 원을 환수처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행안부가 직접 단속 이후 과태료를 부과하고 환수처리한 만큼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결제된 지역화폐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부적절하게 재난지원금, 지역화폐가 사용된 가맹점이 있는지 전수조사를 통해 점검할 예정”이라며 “환수조치에 대해서는 상황을 좀 더 파악한 이후 검토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 사용처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법률은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해 7월 2일부터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지역상품권법 제7조에 따르면, 지역사랑상품권의 가맹점을 하고자 하는 자라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미등록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지자체 대부분은 법 시행으로 인한 혼란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전처럼 카드사와 연계한 가맹점 자동 등록을 해오고 있다.
광주시 지역화폐 담당 관계자는 “법 제정 전부터 조례를 기반으로 지역화폐 정책을 시행해왔다. 아무리 홍보한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점주들이 직접 가맹점을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며 “행안부에서도 지자체 사정을 고려해 지역상품권법 제7조 적용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직영점의 지역화폐 결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직영점에서 결제받지 않도록 자체 단속해왔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