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공천 염두에 둔 포석, 기탁금 완납 여부도 영향…8월 25일 비전 발표회 후 여러 명 사퇴 전망
국민의힘 내에서는 대선후보로 14명이 거론돼왔다. 김태호 박진 심동보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윤희숙 장기표 장성민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예비후보 등이다. 하지만 후보들 간에 차이가 존재한다.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최재형 홍준표 황교안 후보 등 6명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박진 안상수 원희룡 장기표 후보 4명은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에 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김태호 하태경 윤희숙 의원은 출마선언만 했다. 장성민 후보의 경우 8월 15일 출마선언 전부터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분류됐다.
반면 중앙선관위 예비등록을 하거나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선언을 한 강성현 박찬주 오승철 후보 등은 경준위에서 대선후보군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다. 한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경준위가 자의적 기준을 세워서 대선버스에 태울 후보를 판별하고 있다. 그런데 그 기준이 모호하다. 월권·불공정 논란 등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기탁금 문제도 있다. 국민의힘 경준위는 경선 기탁금을 총 3억 원으로 정했다. 1차 컷오프, 2차 컷오프, 최종 본경선까지 각 단계별로 1억 원씩이다. 경준위는 예비후보 등록을 받으며 기탁금으로 3000만 원을 받았다. 후보 등록 때 내는 기탁금 1억 원 중 일부를 미리 받는 형식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한 주자는 오는 8월 30~31일 후보 등록을 받을 때 남은 7000만 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이는 당규에 없는 일이다.
예비후보 등록을 한 주자와 하지 않은 주자 사이에 형평성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8월 18일로 예정됐다 취소된 대선주자 토론회도 논란의 연장선상이다. 가장 크게 반발한 윤석열 후보 측은 “아직 국민의힘 예비후보 등록 전이기 때문에 당 내 행사에 반드시 참가할 의무는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일부 후보들의 경우 “예비후보를 등록하며 3000만 원을 낸 주자와 등록도 안 한 주자들을 같은 이벤트 기회를 주면 되느냐”고 했다.
이러한 비판에는 일부 대선주자들이 막상 예비경선 후보로는 등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깔려있다. 또 다른 후보 캠프의 관계자는 “1차 예비경선 후보 등록은 1억 원이다. 정치인에게도 1억 원은 그리 작은 액수는 아니다. 후보들 중 이미지 장사만 하고 경선 후보 등록에는 참여 안 하는 이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내부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야권 다수 후보 캠프에서 일한 정치권 관계자는 “유력 주자들을 제외한 군소 후보들은 자신들이 대선후보로 선출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한 번이라도 이름을 더 알려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대선은 최고의 이벤트가 될 수밖에 없다”며 “또한 경선이 본격화되면 후보 간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이다. 그때 대선후보로서 지지선언을 하고 캠프에 합류하면 지위나 위상이 달라진다. 그런 면을 노리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에는 3월 9일 대통령선거에 이어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도 열린다. 일부 후보들은 대선주자로 인지도를 올린 뒤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노리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이 언론에서 계속 언급되고, 주목도가 생기게 하는 게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 효과를 얻는 데 기탁금 3000만~1억 원은 큰 부담은 아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국민의힘 예비후보 중 첫 중도사퇴자가 나왔다. 김태호 의원은 경선 후보 등록 전인 8월 17일 “걸음을 여기서 멈추려 한다”며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지난 7월 15일 출마 선언을 한 뒤 33일 만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번 대선 국면에서 내 역할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이미 끝난 듯하다. 더 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새로운 쓸모와 역할을 찾겠다. 주전자도 나르고, 선수 어깨도 주무르고, 선수들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게 기꺼이 무릎 꿇고 엎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했듯 김태호 의원은 출마선언만 했을 뿐, 선관위나 경준위에 등록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기탁금은 따로 지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김태호 의원은 과거 경남도지사를 거치며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공천 문제로 탈당했다가, 국민의힘에 복당한 지 얼마 안 됐다. 과거 자신의 영향력을 다시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경준위의 18일 토론회가 예정대로 열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크게 자금을 쓰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몇 후보들이 9월 전에 중도사퇴를 선언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그 분기점을 8월 25일로 봤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8일 토론회는 취소했지만, 8월 25일 예정됐던 토론회는 비전발표회로 대체해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비전발표회를 두고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의제를 알린 뒤 중도사퇴하는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다수의 군소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은 중도 사퇴 가능성에 대해 완주 의지를 밝히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