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간 장기미제로 남았던 사건, 드디어 진실 가릴까
20일 제주경찰청은 살인교사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 아무개 씨(55)가 지난 8월 18일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은 1999년 11월 5일 발생했다. 당시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차량 운전석에서 이 아무개 변호사(당시 45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예리한 흉기로 가슴과 배 등이 찔린 상태였던 이 변호사의 시신 주변에는 현금이 든 지갑이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금품을 노린 강도가 아닌 것으로 판단, 다양한 범행 동기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 변호사가 지난 1년 여 간 사건을 수임하지 않았고 치정 문제도 없었다는 주변 진술이 나오면서 사건의 실마리는 오래도록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2014년 11월 4일 공소시효가 만료되며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는 듯 했지만 사건 발생 21년 만인 지난 2020년, '이 변호사 살인을 교사했다'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재수사의 길이 열렸다. 그 인물이 김 씨였다.
제주지역 폭력조직인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으로 알려진 김 씨는 지난 2020년 6월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자신이 조직 두목인 백 아무개 씨로부터 범행을 지시 받은 뒤 손 아무개 씨를 시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살인을 지시했다는 백 씨와 실행범인 손 씨는 현재 이미 병사했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로 알려져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후 제주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은 김 씨의 인터뷰 내용을 살인교사 자백으로 파악, 재수사를 진행해 왔다. 결국 캄보디아에서 불법 체류 중이던 김 씨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이달 제주로 압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사건 공소시효 만료 8개월 이전인 2014년 3월 국외로 도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씨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오는 21일 열린다.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방송에서 밝힌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와 살인 교사가 아닌 직접적인 살인에 관여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