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난’ 그 아들 이번엔 ‘딱지’에 운다
![]() | ||
▲ 한남동 고급주택가에 위치한 동아제약 차남 강문석 대표의 자택. 이 대저택은 약 100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차남인 강문석 수석무역·디지털오션 대표는 지난 2007년 이른바 ‘부자의 난’으로 세상에 이름을 떠들썩하게 알렸다. 아버지 강 회장과 동아제약 경영권을 놓고 지분 매입 경쟁과 주주총회 표 대결까지 벌였다가 결국 강 회장에 패하면서 강 대표는 계열사 수석무역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강 대표는 지난 2008년 12월 “회사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보유 중이던 동아제약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이후로 주류업체 수석무역과 무선인터넷업체 디지털오션 경영에 전념해왔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오션이 우리들제약 인수에 나서면서 강 대표가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디지털오션은 올 초 김수경 회장 등 우리들제약 최대주주의 보유주식 1752만 3371주(지분율 30%)와 경영권을 178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6일 강 대표는 우리들제약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동아제약 부자의 난 이후 4년여 만에 제약업계 복귀를 알렸다.
그런데 이처럼 사업적으로 잘나가는 듯 보였던 강 대표에게도 말 못할 금전적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강 대표의 자택이 법원의 강제경매 개시결정과 가압류 처분에 묶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강 대표 자택이 위치한 곳은 서울 한남동 74×-×. 재벌가 인사들이 모여 살기로 유명한 한남동 고급 주택가 한복판이다.
강 대표 자택은 대지 면적만 957.7㎡(약 290평)에 이르는 대저택으로 이곳엔 2층형 단독주택 두 채가 서 있는 것으로 등기부에 기재돼 있다. 현재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엔 대지면적 594㎡형 단독주택이 70억 원, 773㎡형 단독주택이 80억 원에 각각 매물로 나와 있다고 한다. 인근 매물 시세와 비교해볼 때 강 대표 자택은 약 100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는 게 인근 부동산 업자들의 평가다.
지난 4월 2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 집에 대해 강제경매 개시결정을 내렸다. 이어서 5월 16일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가압류 결정이 떨어졌다. 강제경매 개시결정의 채권자는 중견 건설사 한신공영이며, 가압류 처분의 채권자는 한신공영 계열인 한신가이아다. 가압류 결정의 청구금액은 50억 원.
이에 대해 한신공영 측은 “당사가 보유한 대여금 채권 만기 도래에 따른 진행”이라고만 짤막하게 밝혔다. 강문석 대표의 디지털오션 관계자는 “회사 내에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이가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 한남동 자택엔 강제경매 개시결정과 가압류 처분으로도 모자라 거액의 근저당권 설정까지 걸려 있다. 지난해 6월 28일자로 근저당권자를 신한은행으로 하는 채권최고액 41억 976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다. 이어서 지난 2월 1일엔 채권최고액 13억 원, 근저당권자를 미래저축은행으로 하는 근저당권 설정이 추가됐다. 채무자는 수석무역 계열 회사인 수석밀레니엄이다. 이 근저당권 설정엔 강 대표의 한남동 자택 외에도 부산 기장군 정관면 예림리에 있는 대지 면적 4531㎡(약 1373평)의 수석밀레니엄 공장 부지와 건물 등 부동산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채무 배경엔 수석밀레니엄의 실적 부진이 깔려 있는 듯하다. 수석밀레니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6월 3일 최대주주인 수석무역을 대상으로 우선주 700만 주(발행가 1000원) 발행을 통해 70억 원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그해 7월 3일엔 강문석 대표(90만 주)와 부인 황 아무개 씨(60만 주)를 대상으로 15억 원을 조달했다.
강 대표 측의 쉼 없는 자금조달에도 불구하고 수석밀레니엄은 수석무역에 인수된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08년 103억 원에 이어 2009년 88억 원, 2010년 9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디지털오션 역시 최근 우리들제약 M&A(인수·합병)로 주목받고는 있지만 재무 상황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는 지난해 8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 1분기 손실액도 13억 원에 이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 대표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까지 당한 상태다. 디지털오션은 지난 5월 19일 공시를 통해 “강 대표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디지털오션은 “대표이사 등의 횡령 및 배임사실이 없으며 고소인을 상대로 당사는 즉각적인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 밝혔다.
한때 동아제약 경영권을 놓고 아버지와 힘을 겨뤘던 강 대표 가 지금의 상황을 딛고 잘나가던 재벌가 황태자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