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독주는 계속된다…2위 빗썸 비교해 예치금 5배 많아

4대 거래소 다 합쳐도 업비트 예치금 잔액 4분의 1 수준

[일요신문]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독주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최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까지 앞두면서 업비트 독과점 체제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금법 시행 후에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극소수 거래소만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추후 업비트가 독과점 상황을 이용해 수수료 인상을 단행한다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비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29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의 7월 말 기준 전체 이용자 예치금 잔액은 5조 2678억4000만 원이다. 이는 업비트에 이어 두 번째로 거래 규모가 큰 빗썸의 1조 349억 2000만 원의 5.1배에 달했다.

서울신문은 4대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 2476억 2000만 원과 코빗 685억 4000만 원의 예치 잔액과 업비트를 비교해보면 각각 21배, 77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빗썸과 코인원, 코빗의 예치금 잔액을 모두 더해도 업비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업비트는 이용자 수나 거래 횟수도 다른 거래소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한다. 7월 말 현재 업비트 이용자 수는 모두 470만 5721명으로 빗썸 130만 6586명의 3.6배, 코인원 54만 7908명의 8.6배, 코빗 10만 856명의 46.7배였다.

코인 거래 신규 진입도 대체로 업비트를 통해 이뤄졌다. 올해 4월부터 3달간 업비트 신규 가입자는 모두 177만 5561명이었다. 같은 기간 빗썸은 45만 175명, 코인원은 17만1446명, 코빗은 4만 4864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해 신규 가입자 수로도 압도했다.

9월 24일로 예정된 거래소 신고 유예기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현재 신고 절차를 마친 곳 역시 업비트 한 곳뿐이다. 기존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한 대형 거래소들도 아직 연장이 결정되지 않았다. 특금법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중소거래소들이 극소수인 만큼 줄폐업도 예견돼 있다. 결국, 극소수의 거래소만 살아남을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 발표에 따르면 시중 암호화폐 거래소 63곳 가운데 24곳은 7월 말 현재 사업자 신고 필수요건 중 하나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당장 ISMS 인증을 신청해도 사업자 신고 마감일을 맞출 수 없어서 폐업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명희,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신고 기한 연장을 담은 특정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당정 모두 “신고를 위한 시간은 충분히 줬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청문회에서 “특금법 마감 기한은 연장하기 어렵고 기존 일정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태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