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 ||
경기불황으로 찬바람이 돌던 주택시장에 조금씩 변화 조짐이 일고 있어 주택 실수요자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있다.
연초부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부동산시장 바닥론’이 솔솔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급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올 1월 최고 5천만원 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내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해 온 실수요자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부동산시장 특성상 상승세를 타면 그동안 떨어진 것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는 속성이 있어 수요자들은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본격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상승세는 방학 이사철과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07년이 돼야 본격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오는 6월부터 시작될 판교신도시 분양과 정부의 부동산시장 정책기조 변화가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의 봄’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남아파트 시세 꿈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 아파트 값 상승세는 연초 이헌재 부총리가 재건축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언론보도를 접한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했고 마음이 다급해진 대기 매수자들로 인해 한두 건 거래가 성사되면서 가격도 올랐다.
실제로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 1단지의 경우 지난 연말 13평형이 4억1천만∼4억2천만원에 급매물이 있었지만 현재 4억5천만∼4억6천만원선까지 호가가 올랐다. 인근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6억원 미만에도 매물이 나오던 31평형은 6억4천∼6억5천만원대까지 급등했다.
특히 저밀도재건축 단지로 개발이익환수제를 적용 받지 않은 송파구 잠실주공은 가격 오름세가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4억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됐던 잠실시영 13평형은 4억4천원만원까지 호가돼 재건축 아파트값 폭락을 가져왔던 지난 2003년 10·29조치 당시 가격인 4억5천만원선에 육박한 것이다.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는 성창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정부정책에 민감한데 정부가 규제 일변도인 재건축정책에 대해 변화된 모습을 보이자 지난해부터 매수시기를 저울질하던 대기 매수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서울 다른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강아파트 32평형은 2천만∼3천만원 정도 싼 급매물이 소진되고 2억8천만원대 매물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현지 세종공인 정혜영 사장은 “부동산시장이 살아난다는 언론보도에 그동안 거래를 미뤄왔던 사람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이에 시세보다 싼 매물은 찾아 볼 수 없고 시세도 32평형을 기준으로 1천만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법원경매시장도 투자자들이 부쩍 늘었다. 경매정보제공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수도권지역 경매물건당 입찰경쟁률은 3.83 대 1로 지난 12월 3.46 대 1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와 다세대·연립의 입찰경쟁이 두드러지게 높아져 최근 집값이 저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이 다시 경매시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초감정가 대비 최종 낙찰가의 비율을 뜻하는 낙찰가율도 지난해보다 0.29% 포인트 상승한 66.61%를 기록했다.
전문가 분석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값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본격 상승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최근 재건축아파트 값 상승은 개발이익환수법 통과 지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강남권은 항상 대기수요가 많기 때문에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부동산 매수세를 불러오기에는 한계가 있고, 특히 아파트 입주물량이 여전히 많다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0만9천 가구로 지난해 31만8천 가구에 이어 30만 가구를 넘었고 오는 2006년에도 현재 조사된 것으로만 29만4천 가구를 넘는다. 특히 넘쳐나는 아파트 입주 물량으로 새 아파트가 수개월씩 빈집으로 남겨지고 있는 서울·수도권에서도 올해 14만4천 가구, 2006년 14만1천 가구가 입주대기중이다.
월별로도 서울·수도권은 지난달 5천 가구를 조금 넘던 아파트 입주 물량이 2월 8천 가구, 3월 1만 가구 등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아파트 값 약세에 한몫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입주물량이 늘어나면 기존 아파트를 팔고 새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신규 매물이 폭주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
이와 함께 지난 2002년부터 급증한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집값 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이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등 주택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금은 총 1백68조4천7백47억원(2004년 11월 말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46조원(27.3%)은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주택담보대출이 어느 정도 해결되기 전까지는 새로운 신규 수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가양동 세종공인 정혜영 사장은 “부동산시장은 가수요를 동반한 투자수요가 있어야 가격이 상승한다”며 “실수요자도 숨죽이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부동산시장이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정부에서도 부동산가격 상승은 바라지 않고 있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을 가져온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지연에 대해 건교부는 “관련 법령이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이르면 4월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으로 이미 하위법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일시에 불식시켰다.
도곡동 타워팰리스부동산 이성한 전무는 “타워팰리스와 인근 우성, 선경, 미도 등 고가 아파트의 경우는 최근 부동산시장 훈풍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며 “매도·매수자들 모두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